▲ 배은희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한전의 검침 용역에 대한 의혹에 대해 자료를 내보이며 질의를 이어가고 있다.
연간 2,300억 규모에 달하는 한전 검침용역이 부당한 경쟁 입찰을 통해 특정업체가 독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은희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23일 열린 한국전력 국정감사에서 상위 3개 업체가 연간 2,000억원(약 90%)에 달하는 검침용역을 독식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특히 신규업체의 진입을 구조적으로 막는 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2004년부터 2007년까지 98%의 용역을 4개 업체가 독식해 왔다고 주장했다.

2006년 이후 100% 수의계약이던 이 용역이 경쟁입찰 방식으로 점진적으로 바뀌었지만 역시 상위 4개업체의 점유율은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2007년 A 지역 본부의 경우 평가위원 7명이 각각 상위 3개 업체에 소수점 한 자리까지도 같은 점수로 최고점을 부여하는 등 부당입찰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또 한전은 검침용역이 ‘특정인의 기술이 필요한 경우이므로 경쟁입찰에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 업무는 주로 검침, 송달, 단전이 주업무로 자격이나 전공이 필요 없는 단순한 용역에 불과한 일이라며 한전의 이 같은 주장은 근거 없는 주장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배의원은 이 같은 사항을 근거로 평가위원 선정, 용역주는 사실상 한전 본부장이 결정하고 있는 것이라며 평가위원이 부녀회장, 음대교수, 주부교실 사무국장, 패션디자이너학과 교수 등 검침용역을 평가할 수 없는 위원들이 위촉되고 있는 만큼 공정한 경쟁입찰이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평가 항목점수 100점 중 27점을 차지하는 절대평가도 △관리인력의 전문성(5점) △사업경험의 유사성(5점) △사업경험(5점) 등으로 사실상 신규 업체의 진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과도한 평가 기준을 제시해 상위 4개 업체에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주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2008년부터 적용된 상대평가에도 제안서에 회사명 기재를 금지시켰으나 실제로 제안서를 보면 모양과 내용을 통해 특정업체를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했다며 한전은 사실상 비공개가 아닌 공개 경쟁입찰을 진행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 의원은 “공기업이 투명하게 운영되는 것은 선진화의 필수 요건인데 아직 한전의 검침에는 투명성을 제고해야 할 부분이 많다”라며 “한전 검침 계약에 문제가 있는 부분이 있는지를 철저히 규명해 모범적인 사례가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배 의원이 질의를 마친 후 정장선 지식경제위원회 위원장도 한전 김쌍수 사장에게 “제기된 의혹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라며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사실유무를 철저히 확인하고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 한국전력 김쌍수 사장이 배은희 의원의 질의를 묵묵히 경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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