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정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신재생에너지실 책임연구원
● 바이오연료, 애그플래이션 초래

지난 2007년 초 미국과 유럽연합은 기후변화와 고유가라는 글로벌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앞다퉈 바이오연료 보급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은 향후 10년 내에 바이오연료 공급을 전체 수송연료의 15%로 확대하고 2030년까지 30%를 탈석유로 대체하겠다고 선포했다. 유럽 연합도 2020년까지 최소한 수송연료의 10% 이상을 바이오연료와 같은 재생연료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미국은 2005년부터 재생가능연료 의무화(RFS:Renewable Fuel Standard)를 시행하고 있고 유럽연합 또한 전체 목표 달성을 제고하기 위해 의무화를 국가별로 시행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2007년 하반기부터 바이오연료의 주요 원료인 옥수수나 대두와 같은 세계 주요 곡물가격이 심상치 않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2006년 9월과 2008년 3월 국제시장에서의 대두와 옥수수 가격을 비교해보면 대두가 151%, 옥수수가 133% 상승하였다.

2006년 이전까지 비교적 안정적이던 곡물가격에 비하면 매우 급격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주요 농산물 가격 상승이 소비자 물가지수에 영향을 주어 인플래이션을 초래한다는 이른바 ‘애그플래이션’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바이오연료의 공급 확대가 결국 애그플래이션을 초래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2005년 전세계 바이오에탄올 생산량은 3,100만㎘로 전년대비 10% 상승했으나 2006년에는 25%, 2007년에는 26%가 상승했다.

또한 바이오디젤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5년간 연평균 증가율이 38.3%로 에탄올 연평균 증가율인 19.5%에 비해 2배 정도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바이오에탄올 세계 1위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미국의 경우 주요 원료작물인 옥수수의 용도별 수요량 패턴을 살펴보면 1986년에 연료용 옥수수 수요가 전체 생산량의 5%에 불과하던 것이 2006년에는 23%로 크게 증가했고 사료용 수요는 79%에서 62%로 감소했다.

인구 증가와 고정적인 육류 소비 증가율을 감안하면 에탄올용 옥수수 수요증가가 사료용 옥수수 수요감소를 초래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 식량안보, 바이오연료 재조명

엎친데 덮친 격으로 세계 주요 곡물 수출국들은 자국내 식량 수급 안정을 위해 수출제한조치를 실시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식량 수급에 차질을 빚은 개도국들에서 식량폭동이 나타나기도 했다.

주요 산유국들이 OPEC(석유수출국기구)을 만들어 카르텔을 형성한 것과 같이 주요 곡물 수출국들간 카르텔 형성 움직임이 감지되기도 했다. 또 몇몇 농업경제학자들은 식량문제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맬더스의 인구론을 논하며 구조적인 문제가 되었다고 가세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지난 2008년 4월 영국 수상 고든 브라운은 “바이오연료 공급 확대가 식량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보다 면밀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고 바이오연료는 필수가 아닌 선택의 문제이므로 향후 유럽연합의 바이오연료 목표를 수정해야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2008년 9월 유럽연합 의회는 2020년까지의 바이오연료 10% 보급 목표를 6%로 하향조정하고 나머지 4%는 폐목재나 해조류 등 비식량원료로부터 공급하자는 법안을 상정하였다. 미국 역시 공화당이 2008년 9월 재생연료사용의무화제도의 확대 계획에 대한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 원료 다양화, 한계농지 개발로 해결

그렇다면 이른바 녹색유전으로 불리는 바이오연료는 더 이상 확대해서는 안되는가? 식량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확대할 방법은 없는가?

사실 식량 안보 논리가 에너지 안보 이슈에 비해 더 힘을 얻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에너지야 좀 더 절약하고 줄이더라도 인내의 여지가 많지만 식량은 인내의 여지가 적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자해지라고 바이오연료를 정부가 개입해서 보급을 확대해 놓았으니 이번에도 정부가 개입해서 바이오연료 공급을 축소해야 할 것인가? 분명히 에너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체연료 개발이 시급한 것은 사실이고 정부가 개입해서 시장을 형성해주는 것까지는 적절한 대목이지만 사사건건 정부가 간섭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미 애그플래이션으로 바이오연료용 원료투입비용이 상승하면서 일부 생산업체들은 비식량원료인 자트로파나 목질계 바이오매스, 해조류, 미생물 등을 활용하기 위한 R&D 투자를 시작했다.

우리가 우려하고 있는 식량 문제는 시장 기능만 잘 가동한다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합리적인 농부라면 매년 차년도 농사계획을 수립할 때 그 해의 식량용 곡물가격과 연료용 곡물가격을 비교해 더 높은 쪽을 선택할 것이다.

따라서 식량용 곡물가격이 폭등하면 다음해에는 식량용 곡물 공급이 늘어나면서 곡물가격이 안정될 것이다. 또한 새로운 농지를 개간하거나 휴경지를 전환하는 방식으로 장기적으로는 농업용 토지가 확대될 것이다.

▲ 바이오연료는 포기해야 할 기술은 아니라 원료의 다양화 등을 통해 적극 개발한다면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 될 수 있다.
세계식량기구 TERRASTAT 자료에 의하면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중남미 지역에는 아직 미개간지 및 유휴지 규모가 총 19억헥타르에 이른다고 한다.

여기에 척박한 토지에서도 잘 자라는 자트로파를 재배해 헥타르당 2톤의 원유를 생산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38억톤의 대체연료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가 된다.

대략 2007년 기준으로 OECD 수송연료의 1%가 바이오연료에 의해 공급되었다고 보고, 매년 1%씩 늘려 2017년까지 18%를 바이오연료로 공급하기로 했다고 하자. 여기에 필요한 양은 약 3억톤인데 잠재량에 비하면 10% 수준인 셈이다.

물론 이러한 잠재량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을 투입하여 개간과 인프라를 건설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가격지원제도 및 점진적인 재생가능연료의무화를 통해 안정적인 시장을 확보하고 상류부문인 원료원 개발에 보다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리라고 본다.

비록 국내 잠재량은 얼마 되지 않지만 첨단 유전공학 기술을 응용하여 꾸준히 생산성이 높은 국산 원료를 개발해야 한다. 또 동남아나 중남미에 적극적으로 플랜테이션 투자를 유도하고 차세대 기술인 셀룰로오스 및 해조류 바이오연료 생산기술 개발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바이오연료가 애그플래이션이나 환경파괴의 주범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시점에서 바이오연료를 포기해야할 기술로 보기 보다는 원료원을 다양화하고 한계농지를 적극적으로 개발한다면 그 잠재력은 매우 큰 어찌 보면 판도라의 마지막 작품인 인류의 희망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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