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월 하순 국회 상정을 목표로 추진 중인 저탄소ㆍ녹색성장기본법 제정안 중 에너지시장의 위법이득 환수, 수송부문의 온실가스 관리, 온실가스 다배출업체별 감축목표 설정ㆍ관리 등 여러 조항에서 정부와 산업계가 이견 보이고 있어 법안 추진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관련 기사 투데이에너지 1월 16일자)

총리실은 여러 부처에서 추진하는 기후변화, 에너지 및 지속가능발전 등은 녹색성장과 연관성이 매우 높지만 서로 다른 법규에 의해 개별적·산발적으로 시행됨으로써 효율적ㆍ체계적으로 운영하고 녹색성장을 위한 각종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저탄소ㆍ녹색성장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법안이 입법예고 중이며 2월 하순 국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주요 쟁점사항은 △에너지시장의 위법이득 환수 △수송부문의 온실가스 관리 △온실가스 다배출업체별 감축목표 설정ㆍ관리 △온실가스 배출량ㆍ에너지사용량 등의 보고 △제품 라이프 사이클에서의 온실가스 정보ㆍ등급 표시 △환경친화적 세제개편 △기업의 녹색경영 촉진 등 총 7가지다.

▲ 에너지시장의 위법이득 환수
법안 제37조는 에너지 시장에서 발생하는 위법한 이익을 환수해 저소득층의 에너지 이용 혜택을 강화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총리실은 단순히 에너지정책의 원칙만 언급한 것이며, 구체적인 규제는 아니라는 입장인 반면 산업계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논리다. 산업계는 위법이득은 해당 법률의 규정에 따라 처벌하면 되며, 추가로 이익을 환수하는 것은 동일 행위에 대한 이중 처벌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

▲ 수송부문의 온실가스 관리 
법안 제44조에 따르면 정부는 자동차 등 수송부문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허용기준을 정해 그 배출량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산업계는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은 연료사용량에 비례하며, 현재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의해 제작사별 평균연비를 규제(사실상 평균 CO2 규제)하고 있어 추가적인 온실가스 규제는 기업부담 및 통상마찰을 유발한다는 의견이다. 

연비규제와 CO2 규제는 기술적인 대응방법이 동일함에도 유사한 규제를 중복적으로 운용할 경우 차량개발 및 생산관리, 시험·검증 등에 추가 인력 및 시간 투입으로 제조비용 상승을 유발한다는 게 산업계의 의견이다.

그러나 총리실은 수송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자동차 배출량 제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온실가스 다배출업체별 감축목표 설정·관리
법안 제40조에 따르면 정부는 일정 기준량 이상의 온실가스 다배출업체 및 에너지 다소비 업체(관리업체)별로 측정·보고·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관리하고 그 실적을 보고 받아 체계적으로 등록·관리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개선을 명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관리업체는 목표 달성을 위한 조치계획을 작성해 이행해야 하고 이행결과를 외부기관의 검증을 받아 증권시장에 공시해야 한다.

산업계는 국제협상 완료이후 별도 법에 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이 아니고 감축방법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총량제한 방식을 기본법에 규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 중국·인도 등 개도국과 선진국의 입장이 상이해 단기간 내 온실가스 감축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낮고 감축의무국으로 편입된다고 하더라도 자발적 협약 또는 정부협약에 의한 감축 등 다양한 제도에 대해 감축효과 및 경제적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또한 업체별 배출총량 할당에 대한 문안 포함시 대외적으로 의무 감축에 대비하는 인상을 주게 돼 국제협상에서 포지션 약화되므로 포스트 교토협상 완료이후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총리실은 총량제한의 근거조항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본법에는 ‘총량제한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정도의 실시가능 근거 규정만 마련하고 배출권허용량의 할당․등록․관리방법 등은 따로 법률로 정하겠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급팽창하는 탄소시장에 대응하고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자 일본․호주 등이 도입을 준비 중인 총량제한 배출권 거래제의 본격 실시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해 기업 투자를 촉진하고 국제환경규범에 기업이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시그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총리실의 의견이다.

총리실은 향후 국제협상, 외국의 도입 상황 등을 봐가며 산업계 등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실시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에너지사용량 등의 보고
법안 제41조에는 관리업체는 사업장별로 과거 3년간의 온실가스 배출량, 에너지 생산량, 에너지 소비량을 명세서를 작성해 온라인으로 보고토록 명시돼 있다. 명세서는 외부기관의 검증을 받아 공개해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비공개가 가능하다.

산업계는 국제협상 완료 이전까지는 비공개 원칙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기업 전체가 아닌 사업장별 명세서 작성은 기업 영업비밀 및 공정기술의 공개 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고 업체별 온실가스·에너지 명세서가 공개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업종별 감축협상(SA)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총리실은 총량제한 배출권거래에 대비해 정확한 통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및 에너지 사용량에 대한 정확한 통계자료를 확보하고 향후 총량제한 배출권 거래제가 성공적으로 도입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업들이 기술개발, 산업공정 개선 등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과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등 녹색경영 촉진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는 게 총리실의 의견이다.

▲ 온실가스 정보·등급 표시
법안 제54조에 따르면 정부는 재화의 생산·운반·소비·폐기 등 과정에서 에너지·자원 사용량 및 온실가스·오염물질 배출량을 분석·평가하는 정보시스템을 구축·운영할 수 있으며 이러한 정보 및 등급을 표시·공개하는 시책을 추진할 수 있다.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을 많이 발생시키는 재화와 서비스에 대해서는 시장가격에 사회적 비용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산업계는 국제표준에 근거해 비강제적인 임의 인증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소위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 탄소라벨링으로서 정부 강제인증보다는 독립적인 제3자 적합성 평가제도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 수출업체의 이중부담을 피하기 위해 국제표준화기구가 규정하는 국제적 규범과 통용될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도한 이행비용으로 실효성 확보 곤란이 우려된다는 게 산업계의 의견이다.

총리실은 친환경·저탄소 제품 구매 촉진을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 등 환경성에 대한 정보 제공 및 등급 표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환경친화적 세제개편

법안 제27조는 환경오염·온실가스를 발생시키며 에너지효율이 낮은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조세부담을 강화하고 다른 조세부담은 경감토록 규정하고 있다.

산업계는 무역 의존도가 높은 산업은 과세대상에서 제외·경감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무역의존도가 높고 에너지다소비 업종 중심의 산업구조로 인해 탄소세 도입시 국제경쟁력 약화 등 산업부문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산업계는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자료를 그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따르면 2020년의 CO2 배출을 BAU 대비 5%, 10%, 15% 감축시 GDP 손실은 각각 0.96%, 1.99%, 3.22% 수준이다.

이에 따라 국제협상을 통해 우리나라의 국가 감축목표 확정 후  목적 달성을 위한 배출권 거래제와 탄소세의 감축 효과를 상호 비교하고 적정 정책 믹스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또 일부 EU 국가들을 제외하면 탄소세 도입국가는 많지 않고 이 경우에도 세금이 산업부문보다는 가정·상업 위주로 실시되고 있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산업계는 에너지 저효율 제품은 사용자가 에너지비용을 부담하므로 외부효과를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에너지와 제품에 동시에 탄소세(가칭)를 부과하면 소비자는 이중으로 세부담을 지게 된다고 말한다.

총리실은 세제정책의 방향만을 제시한 것이며 탄소세 도입 자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선진국과 같이 온실가스 배출이 많고 에너지 이용효율이 낮은 재화·서비스에 대해서는 조세부담을 강화해 기업의 친환경 제품 생산 확대 및 국민들의 친환경제품 소비를 유도한다는 입장이다.

탄소세 도입은 각국의 사례, 적용가능성, 재원, 국민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신중히 결정해야 할 사안이며, 특히 배출권 거래제 도입과의 상관관계도 깊이 연구ㆍ검토돼야 한다는 게 총리실의 의견이다.

▲ 기업의 녹색경영 촉진
법안 제23조에 따르면 정부는 기업의 녹색경영을 촉진하기 위해 에너지 이용효율화, 온실가스 배출량, 지속가능 발전 정보 등을 공개하는 등의 시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에 대해 산업계는 획일적으로 공개를 강제하기보다는 촉진·유도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없는 상황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에너지이용 효율 등을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로서 촉진·유도하는 수준에서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공개대상 기업 및 정보의 범위, 강제여부 등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없는 상황이므로 강제사항이 아님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총리실은 녹색경영 실적 공개에 대한 시책을 강구하는 것이며, 공개를 의무화하는 규정은 아니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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