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권 감사
1.
 “어제는 적... 외유 땐 동지”
“난투극 국회, 이제 놀 궁리만”
“국민사기극 국회... 여야, 손잡고 외유길”

오늘 신문들의 기사 제목입니다.
말 많았던 2월 국회가 끝나고 해외로 떠나는 의원들의 귓전이 따가울 것 같습니다.
조금 전까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멱살 잡고 싸우던 의원들이 한 비행기를 타고 나란히 외교활동을 하러 나간다니 이해가 안 갈 만도 하지요. 게다가 환율이 천정 뚫린 듯 치솟고 있고 외환보유고에 대한 걱정이 태산인데 나라 곳간의 돈(달러)으로 나간다니 울화통이 터질 수밖에요.

의원외교에 대한 비판은 이번 18대 국회 뿐만 아니라, 제가 의원으로 활동했던 17대 국회와 그 이전에도 항상 제기되었던 고질적인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다른 나라의 국회도 유사한 문화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의원외교 활동을 하지 말아야 할까요?
글로벌 시대에는 정부뿐만 아니라 수출전선에 있는 기업도, 종교 전파를 위해 나간 선교사도, 국제교류를 하는 NGO도 넓은 의미에서의 외교활동을 합니다.

그런데 국가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의원들의 외교활동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습니까? 의원외교 활동에는 많은 장점과 성과가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의원들의 출장 일정을 몇 개 분석해 보니 정말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일정들이 많이 있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원외교에 대한 국민들의 낮은 인식이나 부정적인 평가는 전적으로 의회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억울하겠지만 말이지요. 국민이나 언론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낸 세금으로 출장비를 사용하니 항상 비판적일 수밖에요.

2.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국익에 봉사하는 전략적인 의원외교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의원외교를 할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17대 국회의원의 경험과 그 이전 일본 의원의 비서 경험을 반추해서 방안을 고민해 보았습니다.

저는 의원들에게 “당신들 놀러나가는 것 아냐?”라고 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일정표를 한 번 보십시오. 공식적 업무로 아주 빡빡하게 짜여 있습니다.  실제로 충실히 활동을 합니다.
대신에 “지금 당장 그 활동이 필요한가?”, “사전 준비는 얼마나 했는가?” “사후적인 자료 누적 및 관리는 하는가?”를 물으면 명쾌한 답을 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현재의 한국 국회는 ‘전략적’이지도, ‘시스템적’이지도 않은 외교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다른 기관들과 비교를 한 번 해 보겠습니다.
외교부의 경우 전 년도에 차기년도 국제정세에 대한 전략적 분석을 하고 그에 따라 조직 편재, 주요 아젠다, 지역 및 국가별 외교 전략을 수립해서 움직입니다.
국방부도 마찬가지죠. 주변국 및 북한의 군사정책 및 군사력에 대한 사전 분석, 이에 따라 예산 편성 및 주력해야 할 방위정책을 마련하지요.

하지만 국회는 어떨까요?
제 경험으로는 국회의 많은 업무 영역 중에서 외교 분야는 전략적이지 않고 ‘관성적’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중요한 의회차원의 국제회의가 있다고 합시다. 그러면 그 회의의 성격이나 의원의 전공을 고려해 참석자가 선정돼야 하나 원내대표의 친소관계에 따라 참석 의원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도 그런 사례로 한번 다녀 온 적이 있습니다.) 선심성인 것이죠.

상임위 차원의 해외 출장도 유사합니다. 실제 일정은 상임위 활동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은 맞지만 의원들의 학습용 혹은 시찰의 경우 격려용에서 크게 탈피하지 못하는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돌아올 때는 뿌듯한 자부심을 안고 오지만 실질적인 성과물을 남겼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국회 내에 의원외교활동을 위한 전담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사무처 안에 ‘국제국’이 설치돼 지원업무를 맡고 있지만 ‘전략실’이 아니라 단순히 일정을 짜고 수행을 하는 ‘비서실’ 기능에 머물러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전담기구는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기구를 의미합니다.
학계와 연구계에 몸담고 있는 외교 및 지역 전문가, 그리고 KOTRA, KOICA처럼 전세계에 조직을 운영하는 기관, 해외에 지상사를 운영하는 기업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차기년도 국제정세 및 경제 환경을 분석해서 의회차원의 외교 목표와 프로세스를 확립해서 외교활동을 수행하는 것이죠.

또한 상임위 및 의원친선협회 차원에서 올라오는 외교 일정에 대해서도 심의할 수 있는 권한을 주어서 국익에 봉사할 수 있는 콤팩트한 활동을 짜는 것입니다.

그리고 1년 단위로 ‘의원외교활동 백서’를 발간해서 철저한 평가 및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이루는 것이죠.
KOTRA와 KOICA 및 기업의 참여가 필요한 것은 이 단위들이 세계시장에서 활동하다 보면 정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이런 요청이 의회에 일상적으로 전달되고 의원들이 투입된다면 실적 있는 외교활동이 되기 때문이죠.

비록 의회를 떠나 있지만, 최근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친정집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워 개인적인 의견을 공유해 보고자 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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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대 국회의 의원외교가 칭찬받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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