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가스공사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면서 천연가스 요금 현실화를 둘러싸고 이래저래 말들이 많다.

지난해 4월 이후 도시가스 요금이 동결되면서 가스공사의 미수금이 5조원이 발생했고 이를 차입으로 충당하다보니 부채비율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지난 2007년말 228%였던 가스공사의 부채비율은 지난해말 438%, 올해 2월말 기준으로 451%에 달해 건전한 공기업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부채비율이 높게 상승했다.

현재 가스공사가 삼척 제4LNG기지, 전국 미공급지역 도시가스 보급 확대, 해외 자원개발에 막대한 재원을 투입해야하는 실정에서 이같은 부채비율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공공요금으로 분류되는 천연가스 요금의 인상은 사실 서민 가계에 큰 부담을 준다기 보다는 물가인상을 부추기는 지렛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정부 당국도 가스공사나 도시가스사의 사정을 잘 알면서도 요금 현실화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도시가스요금 인상 억제 정책은 결국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최근 집계 자료를 볼 때 도시가스요금 동결로 인한 에너지 상대가격 왜곡 현상이 빈번히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석유류 소비가 전년대비 4.4% 감소한 반면 도시가스 소비는 오히려 6% 증가하는 등 에너지 과소비 현상이 발생했다.

산업용의 경우 B-C유 등 경쟁연료보다 낮은 상대가격으로 소비가 13.5% 증가했고 저소득층이 사용하는 LPG나 등유보다 중산층이 주로 사용하는 도시가스가 더 저렴해져 에너지 복지정책에도 역행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수송용의 경우에도 경유 대비 상대가격 하락으로 트럭, 택시 등에서 천연가스로의 연료전환 요구가 증가하는 등 수송용 연료체계에서도 왜곡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관련업계의 집계에 따르면 이러한 에너지 과소비로 인해 지난해 천연가스 추가 구입에 약 22억달러의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지난해 적정수준의 요금 인상이 이뤄졌다면 도시가스 소비감소로 약 22억달러의 LNG 구매비용 절감과 무역수지 개선효과를 거둘수 있었다는 얘기다.

또 천연가스 요금 체계의 비효율성도 지적대상이다.

계절에 무관한 획일적인 가격으로 인해 수급조절 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동고하저의 수요패턴에 따른 저장탱크 확보 및 동절기 추가 스팟 구매에 따른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 주택용 요금과 산업용 요금이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큰 차이가 없어 용도간 교차보조와 요금의 원가주의가 훼손되고 있다. 산업용의 경우 대량소비와 양호한 수요패턴으로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본의 경우 약 3배가량 차이를 보인다.

현재 물가인상을 우려해 요금을 현실화하지 못하지만 이러한 정책은 결국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결국 소비자들에게 조삼모사를 강요하는 꼴이다.

당장은 요금을 현실화 하지 않더라도 결국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요금에 반영될 것이며 오히려 높은 부채비율로 가스공사가 자금 차입시 부담한 높은 이율도 모두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도시가스요금 현실화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에너지 가격체계가 더 이상 왜곡되지 않도록 국가 에너지 정책의 큰틀 속에서 에너지요금체계를 전반적으로 손질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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