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그리샴의 '펠리칸 브리프'는 한 법대생이 정부의 잔혹한 살인 음모를 파헤친 소설로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다. 또 지난해 개봉된 ‘컨스피러시' 역시 주인공이 택시운전사라는 점을 빼고는 정부의 음모를 파헤친다는 점에서 유사한 내용의 영화다.

소위‘음모이론'(Conspiracy Theory)으로 대표되는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음모를 꾸미는 주체가 거대 권력을 쥐고 있는 ‘정부'라는 점이다.

지난 23일 에너지경제연구원 주체로 열린 ‘에너지가격 조정 방안' 세미나에서 부탄가격 65.29%인상이라는 뜻밖의 연구결과가 발표돼 서민 중산층과 LPG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인상근거는 휘발유, 경유와의 조세형평성 및 자동차 시장의 기형화 현상 그리고 OECD 가입국 수준으로 부탄가격을 조정한다는 것이다. 부탄가격 인상의 타당한 이유라고 보기엔 왠지 석연찮은 생각이 든다. 먼저 조세형평성이란 측면에서 부탄가 인상보다는 휘발유가 인하를 검토해야 한다. 그래야 정책형평성에 맞는다.

둘째로 자동차 시장의 기형화 문제는 정부의 자동차 정책의 기만에 불과하다. 6월말 현재 전국의 LPG차량 보급은 총 58만1천9백14대로 지난해 말보다 18% 증가했다. 이는 정부가 암묵적으로 LPG차량 보급을 부추긴 것과 유지비 절감이라는 서민의 속타는(?) 심정의 복합체라 할 수 있다.

셋째로 OECD 수준으로 가격을 맞춘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먼저 OECD 수준에 걸맞는 대중교통시설 및 사회편의시설 등, 유가인상을 납득할 수 있는 제반시설이 선행돼야 한다. 부탄가 인상은 소비자 물가 및 산업 전반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당장 택시요금 인상이 불가피해지고, 경영난으로 실업자가 늘어나게 될 것이다. 또 LPG자동차의 수요감소로 관련된 하청업체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 뿐이 아니다. 유지비 한푼이라도 아끼려던 서민 중산층의 가계부담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서민 중산층은 결코 정부의 봉(?)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정부 및 그 산하단체는 정책입안시 ‘누구를 위한 개혁인가'를 명심해야 한다. 서민 중산층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 인상근거를 제시하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부탄가 인상 방안은 손쉬운 간접세를 통한 정부의 거저먹기식 세수확보의 일환책이라는 ‘음모'를 지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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