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에 2개의 대형마트 주유소가 오픈해 서로 경쟁하면서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으로 주변 주유소들의 타격이 엄청나다.

지난 5월1일 롯데마트 주유소(행복드림주유소)가 오픈한 데 이어 이달 4일 이마트 주유소가 구미시에 오픈했다. 이로써 구미시는 한 도시에 대형마트 주유소가 2개 오픈한 최초의 사례가 됐다.

거리상으로 매우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두 대형마트 주유소는 가격을 두고 서로 눈치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 곳이 가격을 내리면 다른 한 곳도 거기에 맞춘다”는 것이 마트주유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주유소 가격공개사이트 오피넷을 보면 지난 24일 구미시 롯데마트 주유소와 이마트 주유소는 ℓ당 휘발유 1,578원, 경유 1,348원으로 똑같았다. 이 가격은 단연 구미시 최저가로 “거의 원가로 책정해 마진은 커녕 오히려 역마진이 발생한다”고 마트주유소의 관계자는 밝혔다.

△마트주유소 구미 판매량 쌍끌이

마트고객 연계와 최저가라는 이점 때문에 두 대형마트 주유소는 그야말로 구미시 판매량을 쓸어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의 경우 월평균 1만~1만2,000드럼 정도를 판매하는 것으로 관측되며 이마트도 오픈 이후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롯데마트 주유소의 오픈 당시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반 이상 매출이 감소했던 구미시 주유소들은 이마트 주유소의 오픈으로 이중 타격을 입었다. 그나마 매출이 덜 감소한 주유소는 타격이 직접적인 승용차량 고객 비중은 적고 화물차 등 거래처 비율이 높은 곳으로 대신 경기침체나 외상거래로 인한 불량채권 부담이 높다.

인근의 한 주유소 관계자는 “이마트 주유소 오픈 당시만큼 매출이 감소했다”라며 “그래도 방법이 없어 자포자기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마진 적어 가격 인하효과 없어

이처럼 대형마트 주유소가 주변 주유소를 초토화시키고 있지만 정부가 기대했던 기름값 인하 효과는 찾아보기 힘들다.

승용차 소비가 대부분인 휘발유만 비교하면 이번달 셋째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1,684원으로 전년동기의 1,722원보다 38원 감소했다. 반면 대형마트 주유소가 2개나 들어선 구미시의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같은 기간 1,689원으로 전년동기의 1,690원과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주유소의 관계자는 “직원을 줄이는 등 비용을 최소화했지만 애초에 마진이 없는데 무슨 수로 가격을 내리냐”라며 하소연했다.

또다른 주유소의 관계자는 “셀프로 운영하며 마트고객의 집객효과를 노려 공장도가 이하로 판매하는 마트주유소에 가격대응을 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마트, 롯데마트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홈플러스도 마트 매출의 타격이 커질 경우 주유소를 지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구미시는 더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지금의 추세가 그대로 이어진다면 마트주유소의 가격 인하 효과는 차치하고 단순히 값싼 대형마트 주유소만 살아남는 상황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럴 경우 현 정부에 마트주유소가 ‘기름값 인하 정책’이 아니라 ‘대기업만을 위한 정책’이라는 불순한 꼬리표로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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