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등유를 차량용연료로 불법 전용하는 사례가 횡행하는 가운데 보일러등유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고 시행까지 상당한 유예기간이 필요해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사상 초유의 고유가로 차량 운행비용 부담이 늘어나면서 보일러등유를 경유 대신 사용하는 불법 전용사례가 급격히 늘어났다.

이러한 보일러등유 불법 전용은 주로 대형버스나 화물차 등 대형운송차량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부정 유통되는 물량도 많고 그로 인해 탈루되는 세금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사용자가 보일러등유를 구입 또는 배달받아(주유소 등에서) 차량에 주입하는 순간을 현장에서 적발해야 하기 때문에 단속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대구시의 한 주유소 관계자는 “그간 대구에는 시너 불법 판매가 많았는데 요즘은 보일러등유 전용이 더 심각한 실정”이라며 “이러한 부정수법으로 불법 자료(세금계산서)를 만들어 유통하면서 정당한 방법으로 기름을 파는 주유소들에게 상당한 피해를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보일러등유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업계에서 힘을 얻고 있다. 한국석유유통협회는 정부에 건의할 것을 검토 중이며 얼마 전 지식경제부 국정감사에서도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이 이러한 주장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보일러등유 폐지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많다.

지식경제부의 관계자는 “사용량은 줄어드는 추세지만 여전히 가정이나 산업용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시행을 하려면 최소 3년에서 5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둬야 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특히 보일러등유의 폐지는 농가에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올 초 법개정을 통해 비닐하우스 등에 사용되는 일부 난방기의 면세유로 경유를 제외시켰다(내년부터 공장에서 출고되는 난방기부터). 이 때문에 농가에서는 앞으로 보일러등유의 사용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농민들은 경유보다 열량이 적은 보일러등유로 적정 난방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선 그만큼 사용량을 높여야 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보일러등유가 폐지된다면 이보다 열량이 더 적은 실내등유로 대체돼야 할 형편인데 이에 대한 농민들의 적지 않은 반발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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