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만해도 일본 전역에서 한해에 발생하는 가스사고가 약 800건에 이를 만큼 많았지만 마이콤 미터 보급으로 근년에 와서는 90여건 정도로 대폭 줄어 안전기기 보급이 가스사고를 줄이는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 수가 있었다.”

이는 지난주 한국무역종합전시장(COEX)에서 있었던 본지 주최 “제5회 국제 가스·석유 산업전” 첫날, 부대행사로 개최한 “일본에서의 체적거래제 도입 및 정착과정과 소비자 역할”이란 주제의 세미나에서 일본 고압가스보안협회 회장 하라다 미노루(原田 稔)씨가 한 말이다.

행사를 주최한 신문사의 홍보부족이나 준비 소홀만을 자책해야 할지 관련업계의 무관심을 원망해야 할지 가늠이 안되고 헷갈릴 만큼, 주제인 체적거래와 직간접 관계가 있는 업계 사람들은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수조차 없을만큼 보이질 않아 썰렁하고 아쉬웠다.

그러나 하라다씨를 비롯한 일본 LP가스 간화회장 야노 도시히코(矢野俊比古)씨, 홍일점인 일본 주부연합회 중앙회 부회장 효도 미요코(兵頭美代子)여사, 일본 중앙대학 종합정책학부 교수인 나오에 시게히고(直江重彦)씨 등 일본서 건너온 패널들의 열의는 다소 썰렁했던 세미나장 분위기와는 전혀 관계없이 뜨거워 오히려 그들 보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일본 통산성 차관도 지낸바 있으며 LPG법을 만들었을 뿐 아니라 안전기기를 보급시키는데 공이 커 원로 대접을 받는다는 야노씨는 가스사고가 하도 많이 발생해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되었던 30여년전 당시, 지금 한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체적거래라고 할 수 있는 미터기에 의한 가스판매만이 가스사고를 줄일 수 있는 확실한 지름길이란 것을 믿고 있었다고 했다.

따라서 이를 추진함에 있어, 자기들은 관주도가 아닌 민간주도로 추진해 성공할 수 있었으며, 한국도 체적거래를 통해 가스사고를 줄이겠다면 자기들의 경험을 참고삼을 필요가 있다고 권고해 잠시 우리 현실을 생각하면서 암울한 기분이었다.

목전에 관심사를 듣고, 얘기해보자는 토론마당마저 이렇게 외면하고 썰렁하게 만드는데 민간주도라니…?

그건 그렇고, 일본에서도 공급자와 소비자간의 LP가스 용량에 대한 시비나 잔가스 문제는 우리와 별로 다를게 없이 심각했던듯, 가장 긴시간을 가장 열심이었던 효도 여사 말에 따르면 이에 대한 불편과 불신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가스사고를 줄이는 일이나 기구의 안전 확보, 요금계산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 문제등을 1950년경부터 소비자 운동화해 주부들에 단합된 운동 성과로 결국 정부를 움직여 미터화를 촉진했다고 자부심이 대단했다.

효도 여사는 이어 LP가스도 1972년 전기나 도시가스와 같이 미터기에 의한 거래가 제도화되어 면전계량에 불성실이나 잔가스 계량에 대한 불만이 사라지고, 정확한 거래를 통한 공급자와 소비자 간의 신뢰성의 확립과 공정거래가 이루어지는 토양이 됐고, 그 무엇보다도 누설차단장치가 장착된 마이콤 미터의 효율적인 기능 덕으로 각 가정, 가스 사용처마다 안전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 큰 소득이었다고 자랑했다.

그들이 이구동성 마이콤 미터 자랑에입에 침이 마를 틈이 없고 체적거래를 성공시키고 가스사고를 줄이려면 단순히 가스양만을 측정하는 일반 미터기 보다는 안전까지 고려한 마이콤 미터기로 낭비를 줄이라고 하자 어느 구석에선가 얄미운 장삿속이라는 빈축의 말도 들려왔지만, 그러나 자기들이 수없이 겪은 시행착오나 시간과 돈의 낭비를 겪지 말라는 권고에까지 지나친 과민반응을 보이기보다는 한번쯤 귀담아 신중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각설하고, 체적거래를 위한 민간주도니 주부들의 소비운동 차원이니 하는 얘기는 다 그만두고라도 효도 여사가 끝마무리에 얘기한, 어디서 많이 들어본듯한 지극히 평범한 한마디만은 기억해 둘만한 가치가 있을듯해 옮기고 끝낸다.

― 가스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설비에 충실해야 하고 기구안전도 꼭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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