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실리콘은 지난달 2일 공장을 준공,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했다.
폴리실리콘을 둘러싼 업체간 소리없는 전쟁이 서막을 알리고 있다.

국내 유일의 폴리실리콘 제조회사인 OCI의 뒤를 이어 한국실리콘이 지난달 2일 공장 준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고 KCC가 같은 달 23일 충남 서산에 폴리실리콘 공장 준공식을 갖고 제품생산을 시작했다. 경쟁적인 폴리실리콘 공장 준공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웅진그룹 계열사인 웅진폴리실리콘도 9월경 시제품 출시를 밝히고 있어 향후 폴리실리콘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태양광 에너지의 밸류체인에서 맨 앞에 위치한 폴리실리콘은 신재생에너지 분야 중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태양광 산업의 역동성에 힘입어 덩달아 시장가치가 오르고 있는 소재이다.

한때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했던 폴리실리콘은 이제 세계 2위의 폴리실리콘 제조회사인 OCI를 필두로 수출품목에 당당히 그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재 OCI의 한해 생산량은 1만7,000톤으로 갓 생산을 시작한 한국실리콘의 3,200톤과 KCC의 6,000톤, 그리고 5,000톤 양산 계획을 밝히고 있는 웅진폴리실리콘에 비해 월등히 앞서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경쟁력은 단순히 생산량에 의해 결정되지는 않는다. / 편집자 주

■국내 폴리실리콘 제조3사 경쟁 구도

폴리실리콘의 경쟁력은 제조단가와 품질에 의해 결정된다. 업계에서는 현재 폴리실리콘의 가격을 kg 당 50달러 중반으로 보고 있다. 한때 400달러까지 치솟았던 가격은 2008년 10월 210달러로 떨어진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08년 당시 전망했던 2010년도 폴리실리콘 가격이 120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가격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폭락’인 셈이다. 이는 한때 주춤했던 태양광산업의 여파와 신규 폴리실리콘 제조회사들의 태동 및 기존 업체들의 왕성한 증산과 맞물렸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점차 낮아지는 제조 단가도 폴리실리콘의 가격인하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독일의 바커나 미국의 햄록같은 외국 선진사들의 폴리실리콘 제조단가는 30달러 후반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업체들이 그 뒤를 잇고 있으며 중국업체들은 50~60달러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 폴리실리콘은 태양광시장 벨류체인의 가장 앞에 위치해 있다.
국내 폴리실리콘 제조회사들은 외국 선진사들과의 제조단가 차이를 줄이거나 또는 더욱 앞서나가기 위해 생산시설 증설과 신공법 도입으로 점진적인 원가절감을 이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다. OCI의 경우 오는 10월 준공목표인 제3공장을 통해 연산 2만7,000톤의 양산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한국실리콘도 2,000톤 증산을 통해 현재보다 낮은 제조단가를 목표로 잡고 있다. KCC도 향후 연산 18,000톤 이상의 생산량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각 제조사는 자사가 갖고 있는 제조기술의 노하우를 십분 활용해 공정상 생산원가를 줄이는 방법도 강구하고 있다.

폴리실리콘의 품질 또한 경쟁력의 한 축이다.

폴리실리콘의 순도는 현재 나인-나인(99.9999999%)급과 텐-나인(99.99999999%)급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의하면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의 적정순도는 나인-나인급으로 일레븐-나인급을 사용해야 하는 반도체용 폴리실리콘보다 순도 면에서 낮다. 그렇기 때문에 제조단가를 낮춰야 하는 잉곳/웨이퍼 제조회사들로서는 가뜩이나 웨이퍼 판매가격이 낮은 상황에서 나인-나인급 이상의 제품을 쓰려하지 않는다.

폴리실리콘은 순도가 높을수록 고효율 태양전지 생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비용 때문에 무턱대고 고순도만 고집할 수는 없다. 잉곳/웨이퍼 제조회사들은 나인-나인급과 텐-나인급 간의 순도에 따른 효율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나인-나인급 폴리실리콘을 이용해 웨이퍼를 만들고 있다. 이 때문에 고순도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제조회사들이 홍보용으로 내거는 ‘고순도 OO급 폴리실리콘 생산’이라는 용어에 대해 업계에서는 품질홍보용, 기술홍보용일 뿐이라는 시각도 일부 존재한다.

상위 폴리실리콘 제조회사들이 대부분 생산하고 있는 나인-나인급 이상의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기란 쉬운 게 아니다. 가까운 예로 중국 업체들은 기술력과 설비가 뒷받침되지 못해 저순도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고 있다. 이런 저순도 폴리실리콘은 시장에서 제값 받기가 힘들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사실상 중국은 고순도 폴리실리콘 시장에서 경쟁상대가 아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양한 원가절감책 시행

추가적으로 폴리실리콘의 품질을 결정하는 요소로 폴리실리콘의 표면상태를 평가할 수 있는 모폴로지도 구매자의 입장에서는 중요한 선택 고려 사항이 된다.

이처럼 가격과 품질에 의해 폴리실리콘이 경쟁력을 갖게 되지만 시장에서의 논리는 제품 경쟁력대로 흘러가지만은 않고 있다. 일단 태양광용 6인치 웨이퍼의 가격이 웨이퍼 제조자의 입장에서는 낮게 여겨지고 있다. 현재 태양광용 6인치 웨이퍼는 대략 3달러 초·중반대를 형성하고 있다. 문제는 이 정도 가격으로는 채산성이 떨어진다는 것. 그래서 잉곳/웨이퍼 제조업체들은 나인-나인급과 식스-나인급 폴리실리콘을 혼용해 비용을 줄이기도 하고 웨이퍼의 대구경화나 현재 200μm인 웨이퍼의 두께를 150μm까지 슬림화 해 원가절감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폴리실리콘 제조회사의 입장에서 저렴한 폴리실리콘을 구입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장기계약으로 공급처 변경 어려워

그러나 폴리실리콘 구매처를 변경하기란 쉽지 않다. 잉곳/웨이퍼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가격차이보다 공급안정성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한 업체와 장기계약을 맺은 상황에서 또 다른 업체와 새로운 구매계약을 체결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웨이퍼 제조사들은 폴리실리콘의 공급안정성에 무게를 두기 때문에 대부분의 계약형태는 장기공급 형태를 띠는 것이 일반적이다.

장기계약이 주를 이루다보니 비록 폴리실리콘의 가격차이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중도에 구매처를 변경하기 어렵다는 점은 상대적으로 외국 선진사에 비해 경쟁력이 낮은 후발 폴리실리콘 제조업체들에게는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기도 하고 몇몇 업체의 독주를 막아주는 구실도 하고 있다.

한편 관련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폴리실리콘 시장 전망에 대해 긍정론과 부정론으로 엇갈린 채 상반된 견해를 내놓고 있는데 북미 지역 태양광시장의 성장이 긍정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히 미국 태양광 시장의 62%를 차지하는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그린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신재생에너지 관련업체들에게는 신시장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의 전략도 중요해졌다. 관련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일단 폴리실리콘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제조단가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얼마나 단가를 내리느냐가 관건이다. 얼마나 빨리 40달러 초반대에 맞추느냐가 게임의 법칙이다.” 최근 폴리실리콘 공장을 준공한 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이에 따라 국내 폴리실리콘 제조업체들은 시장에서의 지배력과 제품 경쟁력 향상을 위해 증산계획을 앞다퉈 발표하고 있다. 한편 폴리실리콘 거래형태가 장기계약이다 보니 한 두개 웨이퍼 제조사와 독점 계약을 맺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해당 제조사가 얼마나 견실하느냐 이다. 폴리실리콘 판매가 한 두 업체에 매여있다 보니 해당 회사의 성장전략과 견실성에 의해 매출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폴리실리콘은 태양광 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수요에 대한 전망과 부가가치에 대한 기대가 높다. 반면 막대한 투자비와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고 있어 폴리실리콘을 둘러싼 업체 간의 경쟁과 과열양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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