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의 2012년 시행 확정, 대기업들의 태양광시장에 진출 선언 등 굵직한 이슈들로 태양광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또한 각 기업들은 태양광분야의 전 공정을 수직계열화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폴리실리콘 생산부터 발전소 시공까지 국내 태양광산업의 가치사슬(Value Chain)별 기업들의 현황을 분석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태양광의 시작, 폴리실리콘

우리나라의 폴리실리콘산업은 2007년까지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것을 2008년 동양제철화학(현 OCI)이 최초 상업생산에 성공하면서 본격화됐다.

OCI는 4,100억원을 투자해 2006년 8월 전북 군산산업단지에 5,000톤규모의 폴리실리콘공장 건설에 착수, 2008년 3월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갔다.

이후 지난 2월 한국실리콘과 KCC가 나란히 공장을 준공, 제품생산에 착수했으며 웅진그룹 계열사인 웅진폴리실리콘도 오는 9월부터 폴리실리콘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생산량과 매출부문에서 OCI가 독주하고 있는 가운데 후발업체들이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OCI의 한해 생산량은 약 1만7,000톤으로 생산량 기준 세계 2위권 수준이다. 후발기업의 생산량은 KCC 6,000톤, 한국실리콘 3,200톤, 웅진폴리실리콘 약 5,000톤(예상)으로 OCI에 비하면 아직 많이 낮지만 고품질제품 생산으로 차별화를 꾀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국내 폴리실리콘 생산물량은 대부분 유럽에 수출되고 있다. 국내 생산 2년만에 수출상품으로서 국익에 보템이 되고 있는 셈이다.

폴리실리콘은 전세계적으로 최근 몇 년 사이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하락이 계속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다수의 신규업체 참여와 주요 업체들의 생산량 증가로 2011년 공급과잉 현상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며 수요·공급의 밸런스는 2013년을 기점으로 정상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태양광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뱅크의 관계자는 “세계적인 가격하락 추세에 따라 신규 참여 업체는 원가 및 품질경쟁력 확보가 투자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세계 폴리실리콘 시장은 2012년까지 약 78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잉곳/웨이퍼 분야 지속성장 예상

잉곳/웨이퍼는 태양광발전시스템 전체 설치비용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폴리실리콘(약 21%)과 합치면 소재분야에서만 전체 설치비용의 5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최근 태양광 벨류체인 중 소재분야에서 원가절감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태양광산업 초기에는 반도체용 웨이퍼를 생산하던 몇몇 일본기업들이 전체시장의 90% 가까이를 점유하고 있었으나 시장의 급성장에 따라 신규기업들은 물론 기존 폴리실리콘 및 태양전지 기업들도 참여해 생산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지난 2008년 기준으로 웨이퍼 생산량은 2007년대비 약 90% 증가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로 볼 때 대부분의 기업들은 잉곳과 웨이퍼를 함께 생산하고 있으며 폴리실리콘 및 태양전지 생산기업들도 잉곳/웨이퍼를 생산하는 ‘수직계열화’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적인 폴리실리콘 기업인 Hemlock, Wacker 등이 웨이퍼산업에 진출했으며 일본의 샤프, 중국의 잉리 등 태양전지업체들도 여기에 동참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안정적인 제품 공급 및 원가절감을 위한 기업들의 전략 때문이다.

웅진에너지는 미국 썬파워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생산된 잉곳을 대부분 썬파워로 수출하고 있다. 오는 2013년까지 5,000톤규모의 생산력을 보유한다는 계획이다.

네오세미테크는 지난 2007년부터 연산 100MW규모의 웨이퍼를 양산 중이며 이중 약 80%를 대만의 모듈기업 솔라텍과 10년 장기계약을 맺고 공급 중이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태양전지시장 성장에 따라 잉곳/웨이퍼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고품질·저가격의 폴리실리콘을 대량 확보하는 것이 성패의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태양전지는 중국과의 경쟁이 관건

세계 태양전지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10억달러 수준으로 폴리실리콘을 원료로 하는 결정질 전지가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평균 17% 이상의 높은 광변환효율 때문으로 여기에 최근 폴리실리콘의 가격하락이 두드러져 결정질 전지의 강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모노실란을 원료로 하는 박막형 전지도 연구·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효율면에서 9~11% 정도로 결정형보다 낮지만 제조단가가 저렴하고 BIPV(건물일체형)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이 가능한 장점 때문에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최근 국내 태양전지시장은 이슈가 되고 있는 LG, 삼성 등 대기업들의 시장 진출과 미리넷솔라, 신성홀딩스 등 국내를 대표하는 태양전지 전문기업들의 해외시장 공략으로 어느 때보다 활기를 띄고 있다. 

국산 태양전지업계는 지난해부터 수출에 중점을 둬 유럽, 미국, 일본 등 해외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미리넷솔라는 지난해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이태리와 홍콩 등에 1,900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신성홀딩스도 지난해 부진을 딛고 올해 1분기에만 이태리, 중국, 독일, 스페인 시장을 대상으로 1,000억원의 신규 수주를 달성했다.

수출실적 뿐 아니라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신성홀딩스와 미리넷솔라는 올해 초 광변환효율 17.2%의 고효율전지를 나란히 개발해 현재 상용화에 착수했다. 올해는 고효율·고부가가치 제품을 앞세워 전세계를 무대로 활약이 예상된다.

하지만 최근 중국 기업들의 활약으로 국내 시장은 물론 우리 기업들의 해외시장 공략도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썬텍, 잉리 등 중국을 대표하는 태양광기업들이 강력한 중국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우리나라를 비롯한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

중국 제품들은 가격경쟁력을 충분히 갖춘데다 과거와 달리 품질 면에서도 상당한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때문에 결국 태양전지분야에서 중국의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국가적 지원이 우리와 비교되지 않을 만큼 적극적이어서 세계적으로 볼 때 중국의 태양광시장의 지배력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태양광모듈, 순수 국산화 시급

태양광모듈은 태양전지를 직렬로 연결, 햇빛을 받아 저장하고 이를 다시 인버터를 통해 전기로 전환하는 판넬형 장비로 태양광 벨류체인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햇빛을 따라 판넬이 자동으로 이동하는 트랙커(Tracker) 등의 첨단 장비가 생산 단계부터 모듈에 부착되고 있다.  

태양광모듈 시장에서는 에스에너지, 심포니에너지, 경동솔라 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 기업은 올해 해외시장에서 대부분의 매출을 올린다는 전략을 세웠다.

특히 에스에너지는 지난해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한 결과 2009년 당기 순이익이 전년대비 600%가 증가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나타냈다.

하지만 모듈에 들어가는 태양전지 등의 부품들은 외국산인 경우가 많다. 100% 순수 국산부품으로 모듈을 제조하는 곳은 거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이는 아직까지 국산 태양전지의 가격 경쟁력 및 효율이 외국기업 제품에 비해 메리트가 약하다는 뜻이 된다. 기술적으로는 유럽제품에 밀리고, 가격은 중국제품보다 경쟁력이 약하다. 또한 내수기반이 취약하다 보니 해외시장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소비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역시 세계적으로 볼 때 중국제품의 파급력이 강해 이를 어떻게 극복하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모듈시장 공략의 성공 여부는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가격 경쟁력을 충분히 갖춘데다 기술적인 부분도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어 국내외를 막론하고 우리 기업들이 고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벨류체인별로 보면 소재분야는 우리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나 태양전지와 모듈 분야에서는 중국기업들에게 밀리는 양상이다.

△조금씩 성장하는 인버터시장

태양광인버터는 태양광발전소 시공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밖에 안되지만 발전소 현황을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중요한 장비다.

인버터분야 역시 태양광시장의 성장과 함께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9년에는 세계적인 태양광시장의 성장으로 태양광인버터의 물량부족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인버터시장은 SMA, KACO, 지맨스 등 독일 기업들이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특히 세계 최대의 인버터 생산기업인 SMA는 올해 신제품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지속적인 우위를 점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2009년 SMA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전체 인버터 시장의 40%를 차지한 바 있다.

이에 반해 현재 국내 인버터시장은 대부분 가격대가 낮은 중국산 제품이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모니터링이나 AS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이 제품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다.

때문에 국내 기업도 꾸준한 R&D와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고성능의 가격경쟁력을 갖춘 제품의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54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다쓰테크는 최근 국내기업 최초로 500kW 삼상 인버터 개발에 성공, 전기연구원 성능검사를 마치고 올해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간다.

또한 헥스파워시스템은 지난해 단상 3kW 계통연계형 인버터로 국내 인버터기업 최초로 독일 TUV 인증을 획득한 바 있으며 2011년 세계시장 점유율 10권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공업체들도 해외로

태양광발전소 시공 전문업체들은 대부분 토탈솔루션(Total Solution)을 강조한다. 태양광발전소 부지선정부터 장비, 시공, 유지보수에 이르는 전 과정을 일괄 제공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산이 많고 평지의 면적이 좁은 우리나라 지형의 특성 상 햇볕이 잘 드는 대규모 유휴 부지가 필요한 태양광발전소의 부지 확보가 쉽지만은 않다.

2012년부터 각 31MW씩을 태양광으로 의무 발전해야 하는 6개 한전 발전자회사들(RPS 공급의무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일반 모듈로 31MW규모를 설치하려면 약 15만여평의 부지가 필요한데 이를 확보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 때문에 이들은 대형건물 옥상 등에 설치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평지보다 규제 요인이 많아 이마저도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도심에 위치한 대형 건물옥상의 경우 그늘 등의 외부요인에 따라 발전량이 줄어들 확률이 많고 모듈의 무게 등도 고려해 설치해야 한다. 옥상의 경우 무게가 적게 나가는 박막형 모듈 설치를 생각해볼 수 있으나 가격이 비싸 옥상설치의 대안이 되기는 힘들다는 것이 발전자회사의 입장이다.

발전자회사의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의무량을 던져주기만 할 것이 아니라 부지확보에 대한 대책을 함께 내놔야 할 것”이라며 정부에 대책을 촉구했다.

부지 선정의 어려움과 내수시장 위축으로 최근 시공업체들은 해외에서의 발전소 시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앤알은 중국 강소성에 500kW규모 발전소를 시공하는 등 국토가 넓은 중국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오쏠라도 일본과 중국시장 개척에 힘을 내고 있다. 지난 3월 열린 일본 태양광전시회에 참가해 적극 홍보하는 한편 최근 중국 태양광기업 롱위안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중국시장을 공략할 준비에 들어갔다.

시공업체의 한 관계자는 “더 이상 국내에 대규모 발전소 부지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태양광발전에 적합한 넓은 부지가 많은 중국과 캐나다 등에 우리 기업이 많이 진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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