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가격 투명성, 오피넷 효과
주유소 가격 투명성, 오피넷 효과
  • 남재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승인 2010.0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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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투명성, 양면 효과 있어
오피넷, 가격인하 효과 나타나
경제적 소비가 가격경쟁 촉진

▲ 남재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정부가 석유유통시장의 가격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기획한 주유소 가격정보 사이트 ‘오피넷(OPINET)’이 오픈한 지 2년을 훌쩍 넘겼다. 2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실제 정부가 의도한 가격인하 효과가 나타났는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그간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는 오피넷의 가격인하 효과와 시장 파생효과에 대한 갑론을박이 분분했다. 외국 사례를 보면 가격 투명성은 가격인하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가격인상을 유발할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진행한 연구용역 결과에서는 오피넷이 어느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한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주유소의 가격정보 투명성이 주유소간 가격경쟁을 유발해 판매마진을 감소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가격탐색비용

동일한 상품도 판매자별로 서로 다른 가격을 책정해 가격 차이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주유소의 경우 개별 주유소들이 서로 다른 가격을 책정하면서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다. 개별주유소의 위치가 다르고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수준도 다르기 때문에 차별화가 이뤄지는 것이다.

이 가운데 운전자들은 보다 저렴한 주유소를 찾아 주유하는 경제적인 소비를 하려고 한다. 하지만 운전자들이 매번 주유시마다 주변의 주유소 가격을 확인하고 최저가 주유소를 찾아가 주유하려면 그만큼 가격탐색비용이 발생한다. 때문에 저렴한 주유소를 찾기보다 가까운 주유소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운전자가 가격정보에 어두울수록 경제적인 소비는 저해될 수밖에 없다. 운전자들이 가격정보를 보다 쉽게 확인해 경제적인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마련된 것이 오피넷이다.

오피넷 오픈

정부는 석유 산업구조를 보다 경쟁적으로 개선해 유가 안정화를 이루도록 여러가지 석유제품 유통구조 개선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중 하나가 오피넷을 통한 가격정보 제공이다.

오피넷은 지난 2008년 4월부터 오픈해 현재 석유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주유소 가격정보 사이트이다. 주유소에서 결제수단으로 사용되는 카드결제 정보를 통해 판매단가자료를 수집, 각 지역 주유소별 가격을 1일 4회(6시간 단위)에 걸쳐 오피넷에 제공하고 있다. 운전자가 오피넷을 방문하면 지역별, 브랜드별 주유소 가격을 지도에서 확인할 수가 있다.

오피넷은 최종 소비자들에게 활동범위 인근의 주유소 판매가격을 제공해 가격 투명성을 확보하고 가격 탐색비용을 절감해 소비자들이 저렴한 주유소를 이용하도록 유도, 주유소간 가격경쟁을 촉진하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

최근에는 오피넷의 가격정보 자료를 이용하는 여러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도 등장해 소비자들은 핸드폰을 통해서도 지역별 주유소 판매가격 조회와 주유소 찾기 등을 할 수가 있다. 뿐만 아니라 주유소 가격정보를 문자메시지로 전송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기대효과

소비자들이 가격정보에 기반한 구매행위를 한다는 전제 하에, 시장 참여자들간의 판매가격정보의 투명성은 판매자들간의 가격경쟁을 촉진시킨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존재한다.

하지만 판매가격 정보의 투명성이 판매자들간의 가격정보 공유를 통해 오히려 경쟁을 완화시킬 수도 있다. 판매자들이 가격을 책정할 때 보다 높은 판매가격을 수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990년대 덴마크 정부는 레미콘 가격인하 방안으로 레미콘 업체별 공급가격 공개제도를 실행했다. 그러나 그 정책시행 후 레미콘 사업자들간의 가격편차는 감소하고 평균가격은 인상되는 결과가 발생했다.

이와 관련 판매가격이 공개된 후 판매자들이 경쟁사업자의 가격을 관측하게 됐는데 판매자들이 가격경쟁을 하기보다는 보다 높은 가격을 수렴하게 됐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경쟁기업의 가격이 공개되는 경우 이를 바탕으로, 한 기업이 높은 가격을 책정하면 다른 기업에서 이에 반응해 보다 높은 가격으로 상대기업 가격을 따라가는 형태가 나타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비슷한 맥락에서 실행된 캐나다 슈퍼마켓 가격공개는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

▲ 최저가 주유소를 찾는데는 탐색비용이 발생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 오피넷이다.
캐나다의 한 도시에 소재한 슈퍼마켓들을 대상으로 판매가격을 수집해 그 수집된 정보를 주기적으로 공포했는데, 그 슈퍼마켓 판매가격의 투명성은 소비자들의 구매행위에 영향을 줬고 이에 따라 슈퍼마켓간의 가격경쟁을 유발, 소비자 가격을 인하시킴으로써 소비자들의 만족을 증가시켰다는 연구가 있다.

연구용역 결과

공정위는 최근 우리나라에 오피넷이 도입된 이후 산업에 미친 경쟁효과를 분석하는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그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휘발유 판매가격 정보 투명성은 주유소간 가격 차이 감소뿐 아니라 주유소 판매마진을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도시 등 수도권에서 주유소간의 가격경쟁이 촉진돼 주유소들의 판매마진 감소가 뚜렷했다.

오피넷을 통해 소비자들이 보다 저렴한 판매가격을 가진 주유소를 적극적으로 찾아 석유제품을 구매한 것으로 보여진다.

주변 주유소들의 가격정보 투명성이 높아지는 경우 경쟁주유소는 주변 주유소들의 가격을 따라 갈 수도 있고 주변 주유소보다 낮은 가격을 책정해 경쟁이 촉진될 수도 있다. 여기서 핵심은 많은 수의 소비자가 저렴한 판매가격을 책정한 주유소를 적극적으로 찾을수록 주유소는 낮은 가격을 책정하고자 하는 보다 강한 동기를 지니게 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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