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충년 한국수소 및 신에너지학회장
수소에너지 기술이 녹색성장 기술의 중요한 한 축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녹색성장동력으로서의 국책 연구 프로젝트에도 매번 포함되고 언론 매체를 통해서도 수소에너지 기술에 대한 기사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 기술개발 상황은 어떠한가? 솔직히 수소의 생산, 저장, 이용이라는 3가지 영역 모두 아직은 실용화 단계에 있지 못하다.

가장 힘든 분야가 수소생산(제조) 분야이다.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으로는 화석연료를 개질하는 방법, 광촉매나 전기에너지를 이용하여 물을 전기분해하는 방법, 미생물을 이용하는 방법, 핵에너지를 이용해 물을 열분해하는 방법 등이 있다.

화석연료를 개질하여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야 별 어려움이 없다. 문제는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생산 기술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온실가스(CO2 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항구적 공급이 가능해야 한다.

친환경적인 대체에너지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의 범주에 광촉매나 전기에너지를 이용하여 물을 전기분해하는 방법과 미생물을 이용하는 방법이 속한다.

대체에너지를 이용한 수소 생산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수소에너지의 큰 비중을 차지할 때 비로소 수소생산이 실용화되었다 말할 수 있을 것이나 아직 몇 퍼센트 달성도 어려운 상태이다.

대체에너지를 이용한 수소생산이 실용화 단계까지 도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연구자들은 알고 있고 따라서 태양에너지가 아닌 다른 에너지, 즉 원자력 에너지를 이용해서라도 수소를 생산해 내고자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 미래청정에너지로써 수소에너지가 각광받고 있지만 기술개발이 쉽지 않다.
고온 원자로에서 물을 열분해하여 수소를 생산해 내기 위해서는 기술개발이 선행되어야 하고 여기에는 막대한 비용투자가 필수적이어서 아직 기초연구 단계라 할 수 있다.

수소 저장기술은 어떠한가? 수소저장 기술도 아직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소는 상온·상압이라는 보통의 저장 및 수송 조건에서 부피가 매우 큰 기체 상태로 존재한다.

이 때문에 수소에너지는 다른 에너지와는 달리 저장 또는 수송 문제가 실용화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인자로 작용한다. 즉, 수소의 저장과 수송 기술은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수소에너지 종합 시스템 구축을 위한 핵심요소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수소저장 기술로는 고압수소 저장, 액체수소 저장, 금속수소화물 저장, 비가역적이기는 하나 수소저장 밀도가 매우 높은 화학수소화물(chemical hydride) 저장, 금속수소화물과 화학수소화물의 중간 성질을 가지는 복합금속수소화물(complex metal hydride) 저장, 최근 고밀도의 수소 저장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알려진 카본나노튜브(CNT)나 그라파이트나노파이버(GNF)를 이용하는 카본나노재료 저장, 그리고 제올라이트 등을 이용한 저장 등 다양한 수소저장 기술이 있다.

현재 수소에너지 시대에 걸맞는 가장 실용성이 높은 수소저장 기술은 수소를 350기압 이상의 기체 상태로 고밀도 저장하는 고압 수소저장 기술이다.

수소의 고압 수소저장 기술은 주로 연료전지 자동차용 초고압 수소저장 용기의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고압 수소저장용기로는 머레이징강, 티타늄 혹은 글래스, 붕소, 탄소 필라멘트들의 복합재료 내압용기들을 이용한다. 섬유보강 복합재료를 수소자동차연료용 수소저장용기로 사용할 경우 중량 대 체적비가 기존 고강도철강합금 용기에 비해 0.4~0.5까지 경량화가 가능하다. 섬유보강 복합재료를 사용한 350기압 압력에 중량기준 11.3wt%의 수소저장 용량을 갖는 초고압 수소저장탱크가 개발되어 연료전지자동차에 장착된 적도 있고 최근에는 700기압 운용압력에 12wt%의 수소를 저장할 수 있는 수소저장탱크를 개발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러나 초고압에 따른 사고 위험성 및 용기의 단가가 높다는 단점 때문에 대형이나 소형 수소저장용기로의 사용은 부적합하고 이동식 중형 수소저장 용기로서만이 적합하다 할 수 있다.

액화수소저장 기술의 연구 방향은 저비용 액화기술과 극저온 및 단열 재료의 개발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 연료전지 모니터링 시스템.
그러나 대형 수소저장용기 및 우주로켓연료와 같은 특수 분야로 그 수요가 제한되어 있어 상용에 대한 연구 개발 투자는 아직 활발하지 못하다. 수소자동차의 액체수소 이용은 안전성 및 몇 가지 해결되지 않은 문제점 때문에, 그리고 연료전지의 등장으로 다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수소저장 합금 등 고체 상태로 수소를 저장하는 기술은 현재 기술적 측면에서는 높은 단계에 이르렀으나 중량당 수소저장 용량이 아직도 수요자의 요구에 미치지 못하고 사이클 수명 등에 한계가 있어 아직 실용화가 부진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체상태의 수소저장이 활용 가능성이 높은 것은 수소가스 폭발에 대한 안전성이 그 어느 기술보다도 높고 재료의 종류가 다양해 용도에 따른 선택의 폭이 크며 사용상의 편의성이 높다는 이유 때문이다.

또한 대체에너지의 저장수단으로써 수소에너지가 이용될 경우 소형, 저비용 및 수소정제 효과의 장점 때문에 고체 수소저장 방법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다.

특히 미래형 자동차인 수소자동차에 탑재되는 수소저장용기는 자동차의 주행 안정성, 경제성 등을 고려하여 저장용기재질의 경량화와 소형화, 그리고 수소의 고밀도화 기술력, 경제성 등이 고려되어 개발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장차 수소에너지의 이용 분야에 따른 유망한 수소저장 방법을 표에 실었다.

연구투자가 가장 많았고 현재 실용화에 가장 접근해 있는 수소 이용분야의 수소연료전지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였으나 아직 가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내의 수소에너지 개발 프로그램은 정부주도의 정책이 미비하지만 수소에 관한 연구는 기초연구가 1970년 말부터 시작 되었다.

1989년에는 수소에너지에 관련된 기초연구가 정부 과기처 지원으로 수소제조, 저장 및 이용기술의 종합적인 연구정책에 대한 지원이 시작되었으나 1단계 3년의 연구지원으로 마감되었다.

이후 수소에너지 분야는 G7 과제에도 채택되지 못했고 정부의 대체에너지 개발사업으로 연구지원이 승계되어 1992년부터 1999년까지 7년 동안 14개의 연구과제에 약 2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하였다.

그러나 대체에너지 프로그램이 실용적인 측면을 부각함으로써 기업중심의 연구과제 선택이 이루어져 실제 수소에너지에 대한 연구는 매우 저조하였다.

과학기술부는 수소제조기술개발을 중심으로 한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2000년에 수소제조사업단을 발족하여 5년간 6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고효율 수소제조기술개발을 시작했다.

2003년 과학기술부의 21세기 프런티어 연구개발사업의 하나로 고효율 수소에너지 기술개발이 선정되어 3단계에 걸쳐 10년 동안 수소에너지 기술개발에 약 1,000억원의 재정적 투자가 이루어지게 됐으나 실용화 단계에는 크게 뒤떨어져 있다.

수소에너지에 대한 국내 및 국제적 연구가 처음 기대와는 달리 아직 실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소에너지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지속되어야 한다.

언제 어디에서 실용화를 위한 기술개발의 돌파구가 열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힘든 여정이기는 하나 가야할 가치가 있음에 중도 포기할 수는 없다. 오늘도 묵묵히 연구에 여념이 없는 수소에너지 관련 연구자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