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큰 재해(사고)가 있기 까지에는 아주 가볍고 작은 재해의 징조가 29건이나 있고 그 29건의 징조가 있기까지에는 또 비록 인명피해는 없지만 깜짝 놀랄만한 정도의 크고 작은 사건이 300건이나 존재하게 마련이라는 이른바 1대29대300의 법칙이란게 있는데 이게 바로 알만한 사람은 대충 다 잘 알고 있는 ‘하인리히 법칙’이란 것으로 잠재적인 재해가 현실로 나타나는 확률을 보여주는 일종의 경험법칙인 것이다.

이 법칙에 따르면 큰 사고발생전에는 반드시 사전징조가 있게 마련이며 이런 낌새를 미리 알아채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처하면 자칫 크게 번질 수 있었던 사고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지만 이를 감지하지 못했거나 알고도 그냥 방치, 무시해 버리면 큰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것으로 우리는 그와같은 사례를 그동안 겪은 크고 작은 각가지 사고를 통해 수없이 경험한 바 있다.

평소 모든 시설에 대한 점검을 권장하는 것이나 철저한 검사를 강조하고 부탁하는 것도 모두 다 ‘하인리히 법칙’과 무관하지 않으며 불완전한 요인을 미리 발견해 제거함으로써 사고를 예방하고 안전을 유지하기 위함이란 사실을 모를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그게 그렇지가 않은듯 싶어 여간 걱정스러운게 아니다.

최근 국회 한나라당 소속 신영국의원에게 제출한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사용시설에 대한 금년 상반기 완성검사와 정기검사 관련자료에 따르면 안전공사가 열심히 검사하고 점검해서 부적합 부분을 발견, 지적해 개선토록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불관언(吾不關焉), 이를 시정하기는커녕 위험요인을 그대로 둔채 가스를 사용하고 있는 강심장의 사용자들이 적지 않으며, 당연히 받아야 할 완성검사, 정기검사 조차 받지 않고 사용하는 업소가 각각 2만이 넘고, 그런 사용시설에 버젓이 가스를 공급해 주는 공급자들이 있는가 하면, 안전공사로부터 검사불합격 업소 통보를 받았으면 지체없이 행정조치를 해야 함에도 이핑게 저핑게 소극적인 일부 지자체와 공직들이 한 둘이 아니란 것이다.

이중에서도 사용자가 끝내 시설개선을 하지 않는다면 가스공급중지나 영업정지라도 시켜 국민의 안전을 지켜주어야 할 공직들의 소극적인 업무처리 자세는 안전을 위해서는 물론 공직기강 차원에서도 문제가 적지 않다고 보여진다.

물론 이와 같은 좋지 못한 관행이 어제 오늘 비롯된 일만은 아니며 지자체 장을 선거로 뽑기 시작한 이후 더욱 심화되는 경향이 있다는 얘기도 있다.

지나치게 표를 의식한 나머지 유권자이기도 한 사용자들의 비위를 건드려 민원을 야기시키기 싫고, 일손도 모자라는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 줄은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어진 업무를 소홀히 한다면 사용자의 안전불감증은 고질병이 될 것이며 사고의 위험성은 근절되지 않고 항상 우리 곁에 잠재해 있다가 언제 어느순간 우리 앞에 참담한 형상으로 나타날런지 모를 일이다.

더구나 37년만에 폭우였다고 하는 엊그제 장맛비로 인한 이곳저곳의 피해가 천재(天災)도 인재(人災)도 아닌 관재(官災)였다는 여론의 지탄이 빗발치고, 피해 주민들의 원성이 평소 배수관리, 가로등 관리, 교통통제, 비상대피 등을 맡고 있는 관계당국들을 향해 빗발치고 있는때 그나마 여기서 교훈을 얻는 지혜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마침, 시설개선에 소극적인 까닭이 검사기관과 행정조치기관이 이원화되어 있는데에도 있다고 판단한 신의원이 신속한 시정조치로써 안전을 확보코자 한다면 시설개선명령이나 사용중지명령 등이 현장에서 즉각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가스안전공사에 최소한의 행정조치 권한을 주어 이를 일원화해야 한다며 법개정을 서두르고 있다니까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 일단은 희망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안전공사로서는 어쩌면 당장은 욕이나 벌어들일지 모를 새로운 짐이 하나 더 생기니까 달갑지 않을런지 모르고 인력, 예산 등 여러가지 문제가 만만치않겠지만 안전이란 큰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그게 효율적이며 벌써 그리됐어야 했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언제나 문제가 되는 것은 법이나 제도에 있기 보다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들 마음가짐에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또한 생각하고 반추해 볼 일이다.

이번 폭우피해만 하더라도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공직들이 평소 조금만 더 신경써 임무를 수행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어 이로 미루어 가스안전관리에 종사하는 공직들도 사용자들의 안전불감증을 묵인, 조장해 또 따른 관재를 부를지 모를 안일무사에서 과감히 헤어나지 못한다면 그 어떤 법이나 제도도 무용지물에 다름없고 그것은 또 폭우나 수해보다 몇곱절 더 우리를 겁나고 불안하게 만드는 일이 되겠기 때문에 한층 더 분발을 기대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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