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성필 한국소방산업기술원 소방산업연구소 선임연구원
최근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컴퓨터 기술에 힘입어 소방·방재분야에서도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 발생하는 대형 화재·재난사고는 과거 사례에 비해 가연물이 더욱 다양해졌고 규모도 엄청나게 커졌기 때문에 정확히 예측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졌다.

이러한 복잡한 문제들은 컴퓨터를 이용한 대규모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런데 문제가 복잡해질수록 그 해결을 위한 시뮬레이션에 소요되는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일정한 시간 내에 시뮬레이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그에 충분한 성능을 지닌 컴퓨터를 필요로 하게 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그 어떤 컴퓨터의 성능으로도 대형 화재·재난사고를 시뮬레이션해서 정확히 예측하기엔 충분하지가 않다. 그래서 여러 대의 고성능컴퓨팅(HPC: High Performance Computing) 서버들을 서로 연결해 클러스터를 만들고 이를 이용하는 병렬계산 방식이 대규모 시뮬레이션을 구현하기 위한 하나의 효과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 화재시뮬레이션 전용 초고속 HPC 클러스터 구축

국내에는 이미 화재시뮬레이션을 이용한 최적의 방·내화설계 및 소화설비설치를 법적으로 가능케 하는 성능위주의 소방설계(PBD: Performance Based Design) 제도가 입법·고시된 상태다.

성공적인 PBD의 전제가 되는 신뢰성 있는 화재시뮬레이션을 위해서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 원장 최진종)은 최첨단 화재시뮬레이션 환경(2.4 GHz, 4×4×1 코어의 마스터노드, 2.5 GHz, 2×4×16 코어의 컴퓨팅노드, 3.16 GHz, 2×4×1 코어의 결과분석용 서버 등을 갖춘 HPC 클러스터)을 구축하게 됐으며 그 외에도 철도기술연구원, 건설기술연구원, 명지대학교 등에서 각기 4×2×6-코어 이상의 컴퓨팅노드를 갖춘 HPC 클러스터를 구축해 화재시뮬레이션에 활용하고 있다.

소방산업기술원은 소방 R&D사업을 통해 최첨단 화재시뮬레이션 전용 HPC 클러스터를 구축함으로써 소방안전분야의 연구에 있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됐으며 이를 통해 소방용 제품개발에서도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 화재시뮬레이션 전용 HPC 클러스터 운용절차

■ 화재시뮬레이션 위해 FDS 널리 사용

화재시뮬레이션에 사용되는 컴퓨팅 방식과 시뮬레이션 모델을 살펴보면 우선 컴퓨팅 방식은 개인용 컴퓨터를 기반으로 컴퓨팅 환경을 확장해 오던 기존의 방식으로부터 전기처럼 접속해서 사용하고 사용한 만큼의 요금을 지불하는 신개념의 유틸리티 컴퓨팅, 그리드 컴퓨팅, 클라우드 컴퓨팅, 등으로 일반 컴퓨팅 환경이 진화하고 있다.

화재시뮬레이션 모델로는 지금까지 개인용 컴퓨터를 기반으로 하는 CFAST(Consolidated Model of Fire Growth and Smoke Transport)와 같은 간단한 영역모델이 주로 사용돼 왔으나 최근 들어 가속화되고 있는 하드웨어의 성능향상 및 가격하락에 힘입어 HPC 클러스터를 기반으로 하는 FDS(Fire Dynamic Simulator)와 같은 복잡한 전산유체역학(CFD: Computational Fluid Dynamics) 모델의 사용이 점차 증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FDS를 이용해 화재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수행해 신뢰성 있는 결과를 효율적으로 얻기 위해서는 병렬계산이 가능한 HPC 클러스터, 포괄적인 화재모델 및 관련 변수 데이터베이스, 분야별 활용사례, 효율적인 편집기능 등을 포함하는 편리한 화재시뮬레이션 통합개발환경이 필요하다.

■ 선진국 HPC 클러스터 이용 화재시뮬레이션 현황

미국에서는 FDS, C-SAFE(Center for the Simulation of Accidental Fires and Explosions) 등과 같은 화재모델이 개발돼 HPC 클러스터를 이용한 대규모 시뮬레이션에 사용되고 있다.

일례로 실험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핵이나 원자력 등과 같은 분야의 화재안전문제에 대해 대용량·초고속컴퓨팅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미국 기술표준원(NIST: 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에서 개발해 세계적으로 널리 보급된 FDS를 이용, 기존의 건축물 화재에 대한 계산은 물론이고 최근 들어서는 피난, 산불 등에 대해서까지 대규모 병렬계산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FDS에 포함돼 있는 다양한 변수들을 얻어내기 위해 필요한 실험 및 계산절차에 대한 표준화된 지침을 마련하기 위해 NIST와 방화공학회(SFPE: Society of Fire protection Engineers)가 공동으로 노력하고 있다.

한편 일본에서는 FDS에서 발견된 근본적인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존의 CFD 모델을 적절히 변형, 독자적으로 만든 화재모델을 이용해 그 성능을 검증하고 있는 단계다.

영국을 포함한 유럽에서는 SMARTFIRE라는 CFD 화재시뮬레이션 모델을 개발해 화재연구에 활용하고 있으며 FDS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PyroSim이라는 GUI(Graphical User Interface)를 개발·판매하고 있다.

그 밖에도 센서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수집된 정보를 기반으로 초고속 시뮬레이션을 수행해 화재에 대응하고자 하는 파이어 그리드(Fire Grid)라는 대규모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 화재시뮬레이션 전용 HPC 클러스터 구성도

■ 화재시뮬레이션 전용 HPC 클러스터 활용 가능성

HPC 클러스터를 활용한 화재시뮬레이션을 통해 화재강도, 온도, 연소속도, 연기밀도, 연소가스(CO, CO2) 농도, 산소 농도, 열·연기 유동 등의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정보는 스프링클러설비 및 제연설비의 평가, 감지기의 응답시간 평가, 건축재료 내화성능 평가, 물분무 및 CO2 소화설비의 화재진압 성능해석, 화재거동에 관한 수치해석, 화재 조사 및 감식 등에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PBD에서 필요로 하는 일반 건축물에 대한 화재시뮬레이션은 물론 산불이나 초고층건물화재 등과 같은 초대형 화재, 소방용 제품개발을 위한 시험화재 등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기 위해 광범위하게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