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용 가스도입ㆍ판매사업의 문호를 개방해 수요자 스스로 천연가스를 조달하도록 정부가 도시가스사업법을 개정하는 것은 수급과 가격의 안정, 도입비용 절감 유도 등이 기대돼 환영할 만하다.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은 일반상품의 거래와 같이 소비자들이 직접 혹은 여러 공급사업자 중 하나를 통해 가스를 조달할 수 있는 시장환경을 조성, 소비자 스스로의 선택을 통해 많은 편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설비투자가 갖는 규모의 경제 때문에 가스공급설비에 대해서는 여전히 규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상품인 가스의 거래에 대해서는 독점적인 사업이 오히려 수급불안이나 가격의 앙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경험이 가스거래에 대한 규제완화를 가속화했다고 볼 수 있다.

가스산업의 역사가 100년이 넘는 미국의 사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가스 생산 및 도매거래에 대한 엄격한 규제로 70년대 이후 계속된 수급불안과 심지어는 가스공급중단이 발생하는 상황이 전개됐다. 결국 값비싼 현실적 교육비용을 치른 결과 생산지가격에 대한 규제를 풀고 1992년 이후 가스도매시장도 개방해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을 갖춘 가스산업으로 변모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수년간 반복돼 온 동절기 천연가스 수급불안은 무엇보다 단일 사업자에 의한 수급관리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단일사업자만 존재하는 도매사업구조 하에서는 도입조건이나 천연가스의 쓰임새를 고려하지 않고 다양한 소비자들에게 평균적인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다양한 사업자와 소비자가 제시하는 공급과 수요에 의해 천연가스 가격이 개별적으로 결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수급의 안정을 기할 수 없으며 이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안정적인 패턴으로 가스를 소비하는 가정용 소비자들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0년간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 상의 발전용 천연가스 수요 전망치를 보면 발전용 소비자들이 자기 책임 하에서 높던 낮던 제대로 된 값을 지불하고 천연가스를 구매하도록 하는 시장환경 조성이 수급안정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 수 있다. 

정부의 선진화정책은 바로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 즉, 발전용 소비자 스스로 자기 책임 하에 천연가스를 조달하도록 하는 것이 수급불안을 해소하는 지름길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통해 시장환경을 정비하고자 하는 것이다.

일부에서 발전용 도매사업자를 허용하는 내용의 법령 개정으로 천연가스 도입협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으나 LNG 의존도가 높은 일본이나 유럽 국가들의 사례를 볼 때 이는 기우에 지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그러한 주장은 도입협상력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인을 무시한 채 회사의 수나 구매물량의 크기만으로 협상력을 논의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발전용 도매시장의 개방은 지금까지 모든 도입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독점사업의 관행을 해소하고 오히려 도매사업자에게 저가 도입의 동기를 부여해 협상력을 제고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무튼 조속히 도시가스사업법이 개정돼 그간의 법 개정 지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해야 하며 가스산업의 유연성이 지속적으로 확보될 수 있도록 하위법령이 구체화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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