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새해는 신사년(辛巳年) 뱀띠의 해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뱀에 대한 사람들의 일반적인 인식은 대체로 ‘징그러운 동물’이라는 점일 것이며 누구나 혐오감을 느낄게 분명하다.

뱀은 잘 알다시피 몸이 가늘고 길며 다리가 없어 몸통을 구불구불 움직여 생각만 해도 징그럽고 소름끼치며 혀를 날름거리며 소리없이 움직이는 모양이 더욱 기분나쁘다.

성서에도 구약에는 ‘지상의 모든 동물중 가장 교활하다’라고 했으며 신약에는 ‘뱀처럼 신중성 있고 비둘기처럼 순결하다’는 구절이 있어 뱀이 ‘교활성’과 함께 ‘신중성’도 지니고 있으며 그점을 또한 상징으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옛부터 해가 바뀌면 그해의 띠동물에 따라 그 동물이 지니고 있는 상징적인 의미가 무엇인지를 헤아려 일년 운수를 미리 점쳐보는 습속이 있었는가 하면 그 해에 태어나는 아이의 성격이나 운명까지도 띠동물과 연관시켜 의미를 부여하는 풍속이 있었음을 다 안다.

민속자료에 뱀띠들의 성격은 평화스럽고 여유자적하며 언제나 우아함을 간직하고 있다고 했으며 스스로 잘 나서지는 않지만 애교가 있으며 내성적인 사교가라 할 수 있고 이들은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가 어디인지를 잘 아는 사람들이라고도 했다.

따라서 뱀띠들은 자기가 해야 할 일이라면 누구보다도 열심히 하며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 매사를 스스로 이루려 하지만 간혹 욕심이 지나쳐 해가 될 수도 있어 작은 일에도 만족하는 생활자세를 권하고 있다.

한편, 뱀과 관련된 우리나라 세시풍속으로는 정월 첫 상사일(上巳日)에는 실이나 머리카락, 밧줄, 새끼줄 같은 긴 물건을 만지지 않는다던지 머리를 빗지 않는 습속이 있었으며 사불원행(巳不遠行)이라고 해서 웬만하면 먼길 떠나는 일을 삼가는 풍속도 있었다.

지방에 따라서는 정월 보름에 뱀과 비슷한 형상을 만들어 뱀치기나 뱀이 나왔던 구멍에 불로 뱀지지기, 진대끌기 등 뱀의 침입을 예방하는 민속도 있었다.

뱀은 또 혀가 가늘고 두가닥으로 갈라져 있으며 미각이 없는 대신 후각세포가 발달해 혀를 날름거리는 동작으로 먹이를 찾아 잽싸게 낚아 채기 때문에 요사스럽고 사악스럽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며 간혹은 유혹이나 사탄, 여자, 이간질, 말조심 등에 빗대어 표현하기도 한다.

뱀은 비늘로 쌓여있는 표피 전부를 뒤집어 허물갈이를 하는데 이를 변신이나 자기 혁신의 본보기로 비유하기도 하며 긴 겨울동안 땅속에서 겨울잠을 자다가도 봄이 되면 다시 활동을 하는 끈질긴 생명력을 평가해 인용하기도 한다.

특히 한번에 100여마리씩 부화하는 뱀의 다산성(多産性)과 수컷의 경우 주머니 모양이 생식기가 2개씩이나 있어 양기(陽氣)가 대단한 것으로 알려져 생식으로, 탕으로, 술로 빚어 민간의료에도 널리 쓰여 허약한 사람의 보신용이나 정력제로 대단한 환영을 받고 있음은 세상이 다 아는 얘기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우리 민속에 뱀을 풍요와 부(富)의 상징인 ‘업’으로 여겨 민속신앙에까지 이른 것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업’은 흔히 ‘집안 살림이 그 덕이나 복으로 늘어가는 것으로 믿고 소중히 여기는 동물이나 사람’을 말하는 것으로 ‘업’동물로는 구렁이를 비롯해 보통 족제비나 두꺼비를 함께 꼽지만 구렁이를 제일로 친다.

특히 제주지방의 뱀신앙은 개별신앙인 칠성신과 마을 공동제사인 여드렛당신이 있어 칠성신 중에 집안의 부를 늘려주는 밭칠성(外七星)은 뒤꼍 정결한 곳에 모시고 곡물을 지켜주는 안칠성(안할망)은 그 형태나 위치가 육지, 본토의 업단지와 비슷하고 밭칠성은 업가리와 유사하다.

이와같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뱀에 대한 인식이 징그럽다거나 혐오스럽게 생각하는 부정적 의미만 있는게 아니라 재물을 늘려주는 풍요의 상징, 다산의 상징으로도 알려져 민속신앙으로까지도 섬겨지고 있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재물을 늘게 해 주는 업구렁이가 집을 나가면 집안이 망한다고 해서 ‘부잣집 업 나간다’는 속담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로 ‘업이 들면 흥한다’는 말도 있다.

못쪼록 2001년 새해 신사년에 우리 가스업계에 큰 복덩이 구렁이 ‘업’이 들어 풍요로운 한 해, 모든 기업과 개인이 부(富)를 누리며 안전하고 융성하게 뻗어가는 한해가 되기를 관자재(觀自在) 보살 뱀신(蛇神)에게 빌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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