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정부와 산업계가 배출권거래제 도입시기를 두고 첨예한 대립양상을 보였으나 오는 2013~2015년 사이에 탄력있게 도입하는 것으로 잠정 확정됐다. 무상할당 비율도 95~100% 사이에서 유연하게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개혁위원회는 10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정부가 제출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다양한 부대의견을 달아 통과시켰다. 법률안에는 정부가 산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기업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수정됐으며 시행시기는 당정협의에서 결정한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14일 예정된 당정협의에서 최종안을 확정, 관련 법률안을 2월 임시국회에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초 정부는 국내 산업계의 국제경쟁력을 감안해 2013년 시행할 예정이었던 배출권거래제 도입시기를 2013년에서 2015년 사이에 추진하는 한편 규제개혁위원회는 미국ㆍ유럽연합(EU)ㆍ일본 등 국제동향을 감안해 시행시기를 결정하라고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도입시기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되 추후 시행령을 통해 구체적인 시기를 확정할 방침이다.

배출권 무상할당비율은 1단계 기간인 초기 3년간 원안의 90%이상에서 95%이상으로 상향 조정하고 2단계와 3단계에서는 시행령으로 정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규제개혁위원회는 기업비용부담과 국가경쟁력을 감안해 신축적으로 적용해 줄 것을 요구했다.

또한 각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 상한선을 할당할 온실가스배출 상한선 할당위원회가 기획재정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신설된다. 배출량 허위보고 등이 적발됐을 때의 과태료는 5,000만원 이하에서 1,000만원 이하로, 배출권거래소에서 할당량 초과분을 사지 않았을 때 부과되는 과징금은 평균가격의 5배 이하에서 3배 이하로 낮춰 기업부담을 줄였다.

그러나 산업계는 탄력적으로 도입을 한다는 취지는 좋으나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에는 변함이 없다. 

최근 전경련은 대한상의 등 경제5단체, 주요 업종별 단체와 함께 배출권거래제의 도입 여부를 2015년 이후에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정부 관계부처에 건의문을 전달하는 등 2015년 이후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산업계는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면 국내 제조업의 원가상승으로 기업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될 뿐만아니라 일본, 미국 등 주요국들이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연기하거나 철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글로벌 추세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도입시기 연기에 대한 근거로 제시했다.

건의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할 수밖에 없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어 배출권거래제 도입은 제품의 원가를 상승시키고 국제 경쟁력의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은 배출권의 10%만 유상으로 할당돼도 산업계에 연간 약 5조6,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100% 유상할당 되면 최대 14조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또한 전력거래소는 발전부문에서도 최대 27조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해 3∼12%의 전기료 인상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경련의 관계자는 “배출권거래제 도입에 중요한 고려사항인 포스트교토 체제의 국가별 의무부담에 대한 논의가 진척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배출권거래제를 전면 도입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일본은 제조업의 국제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지난해 12월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무기한 연기했으며 미국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함에 따라 배출권거래제 도입이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도 시범사업 수준에서 검토할 뿐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건의서에서는 주요 온실가스 감축의무국 중에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한 국가는 EU와 뉴질랜드뿐이므로 우리나라도 일본, 미국, 중국 등 주요 경쟁국의 동향을 살펴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산업계의 관계자는 “정부가 배출권거래제 도입에 있어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했으나 결국은 배출권거래제 도입이 전제돼 있기 때문에 기업부담은 마찬가지”라며 도입연기나 철회를 요구했다. 

이번 규제개혁위원회 결과를 두고 산업계의 의견이 반영돼 다행이라는 의견과 어쨌든 도입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상반된 의견이 나오고 있다. 2월 임시국회에서 제출될 법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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