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윤 한국풍력산업협회 사무국장
△우리나라 풍력산업의 현재

지금 세계는 화석연료 고갈 및 지구환경 오염 대응과 자국의 미래신성장 동력확보차원에서 재생에너지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그 중심에서 풍력에너지가 약진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세계 풍력시장은 금융위기의 와중에서도 약 32%의 폭발적인 증가세를 기록했으며 향후에도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풍력산업이 이렇게 급성장하는 이유는 풍력은 발전원가가 화석에너지의 발전원가와 동일하게 되는 그리드패리티에 이미 근접해 화석연료의 유망한 대체에너지원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풍력을 온실가스 감축, 고용창출, 경제회복의 핵심수단으로 보고 각국이 치열한 Green Race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 아젠다로 정하고 이를 추진하고 있지만 풍력발전설비 용량은 세계 28위(376MW)로 초라한 수준을 면치 못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2001년 발전차액지원제도(FIT)의 도입 등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산업 활성화를 시도했으나 풍력발전의 보급은 당초 기대한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또 기술력도 아직 선진국의 약 82% 수준으로 상당한 격차가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의 중공업 기술과 능력을 가진 우리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풍력발전기 시스템 제작기술 측면에서 보면 750kW, 1.5MW 및 2MW급 국산 풍력발전시스템은 이미 실증을 완료하고 국제인증을 취득한 상태이지만 아직 국내설치나 외국수출 실적이 거의 없어 국제경쟁력 측면에서도 불리한 상황이다. 한편 3MW급은 개발을 완료하고 실증운전 중이며 5MW급 이상 대형 해상풍력발전기는 연구진행 중에 있어 아직도 걸음마단계다.

그러나 부품 제작기술측면에서는 Tower, Main shaft 등 일부 국산 부품은 이미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고 해외에 수출하고 있으며 Blade도 2MW급까지 개발하고 있는 단계이다. 하지만 Gear box, 발전기 등 핵심부품기술은 아직 뒤떨어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면 여러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풍력산업이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기존 발전차액지원제도가 기대 수준의 이익을 보장하지 못했던 점을 들 수 있다.

즉 기준가격은 너무 낮게 설정돼 있는 반면 공급자 위주의 풍력발전기 시장형성에 따른 기자재비의 상승, 송전설비의 지중화와 전용선화 등에 따른 계통연계 비용의 증가, 풍황 예측 오류나 경관 등에 기인한 Micro siting 변경으로 이용률이 낮아지는 등의 이유로 투자의 경제성은 오히려 저하됐기 때문이다.

민원 발생이나 재원조달의 어려움도 풍력산업의 걸림돌이다. 민간기업은 실패한 풍력프로젝트가 많은 반면 지자체가 추진한 풍력프로젝트는 거의 성공한 사례가 민원문제 본질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풍력발전기 개발을 위한 R&D 정책이 토종 시스템 개발에 중점을 둔 나머지 풍력발전기 시스템제조 밸류체인상의 모든 부품을 외국기술 도입 없이 자체개발을 시도함으로써 핵심부품의 국산화를 오히려 늦추는 결과를 초래했다. 우리나라는 바람자원이 풍부하면서도 발전소 건설 부지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는 점 등도 들 수 있다.


△우리나라 풍력산업의 미래

그러면 우리나라 풍력산업의 미래는 어떠할까?

정부는 우리나라가 화석연료 자원빈국에서 탈피해 신재생에너지중심의 새로운 에너지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먼저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도(RPS)’를 도입함으로써 풍력설비의 보급확산 및 사업성 보장의 기반을 조성했다.

또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해상풍력 자원이 풍부하고 조선·해양산업이 발달돼 해상풍력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는 점에 착안해 지난 11월 해상풍력 로드맵을 마련했다.

이 로드맵은 해상풍력에 9조2,000억원을 들여 서남해안권에 실증 및 시범단지운영을 거쳐 2.5GW까지 그 규모를 확대하도록 돼 있어 머지않아 우리나라에 해상풍력 르네상스시대가 도래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또 국내의 조선업체가 풍력산업에 진입해 활발하게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어 세계 최고수준인 조선·중공업 기술이 풍력기술에 접목돼 시너지를 창출한다면 풍력산업이 제2의 조선산업으로 태어나는 것도 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정부는 차세대 유망 기술인 대형 해상풍력발전기(5MW급 이상)와 부유식 풍력발전기를 ‘10대 핵심 원천기술’에 포함시켜 R&D투자를 집중함과 동시에 기어박스, 발전기, 블레이드, 베어링 등 핵심부품에 대한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밸류체인을 구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와 병행해 신재생에너지 녹색인증제도의 도입, 인허가 등에 대한 규제 완화, 조세지원제도 개선, 상생보증펀드 조성, 해외시장진출 지원, 계통연계 지원 등 신재생에너지사업의 실질적 지원을 위해 필요한 모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 외에도 산·학·연간 활발한 정보교류가 이뤄지고 있고 금융, 무역, 언론 등 유관 기관들도 풍력개발의 필요성과 활성화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우리나라 풍력산업의 미래를 더욱 밝게 하고 있다.


△목표 달성을 위한 제언

그러나 차질없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아직 해결해야 할 몇 가지 과제가 남아있다.

첫째는 국산화 풍력설비의 보급 확산 문제다. 정부의 R&D 정책과 기업의 기술개발 노력 등에 힘입어 국산 풍력발전기가 개발됐지만 내수시장에서 국산화설비의 보급이 확산되고 해외 수출이 되기에는 아직도 역부족이다. 우리나라는 조선, 중공업 등 풍력기반기술이 발달돼 있다고는 하나 기술의 속성상 이제 갓 태어난 토종 풍력발전기가 20년 이상 혹독한 조건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축적된 기술로 만들어진 선진 풍력발전기를 하루아침에 따라 잡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설비신뢰도와 가격의 국제경쟁력 확보가 절실히 필요하다. 국산화 제품의 취약점인 설비신뢰도에 대한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해 일시에 모든 부품을 국산화하기보다는 기술적으로 강한 분야의 부품을 우선 개발하고 그렇지 못한 부품은 초기에는 외국기술을 접목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국산화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이 외에도 국산화설비는 정부 차원에서 실증단지 조성이나 개도국의 공적개발원조(ODA) 지원사업 참여 유도 등을 통한 운영실적(Track record) 확보를 지원해주되 발전사업자가 국산화설비를 채용할 경우 제작사는 이 사업에 현물출자를 하거나 장기간의 하자보증기간을 부여하는 등의 방법으로 설비신뢰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 줄 수 있는 신뢰도 보증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제조회사는 원가절감, 기술혁신 등의 방법을 통해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시장경쟁에서 외제품에 대한 실질적인 우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는 민원문제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해당 지역에서 반대하고 협조해 주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민원문제는 풍력발전 활성화를 저해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지만 지역의 정서나 이해관계와 얽혀 있어 법이나 제도로도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 문제해결을 위해 해당지역 주민이나 단체가 직접 투자에 참여하는 ‘Community Wind Power’시스템이나 민원 해결에 영향력을 가진 지자체가 풍력사업에 공동 참여하는 ‘제3 Sector’ 방식의 도입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셋째는 자금조달 문제다. RPS제도는 사업자금의 조달이 원활해야 하나 우리나라의 금융업이 미래의 사업성이나 현금흐름보다는 위기관리 면에서 유리한 부동산 담보를 선호하고 있어 앞으로도 사업자금 조달의 어려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중소업체의 경우 그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금융기관이 사업의 건전성과 성공가능성에 대한 신뢰감을 가질 수 있도록 보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녹색사업인증과 신재생에너지 상생보증펀드제도를 보다 활성화시켜 정부 및 관련기관에서 사업의 건전성을 인증 또는 보증해줌으로서 금융기관이 이를 신뢰하고 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넷째는 RPS요금제도의 불확실성과 해상풍력 REC가중치의 적정성 문제다. 계통한계비용(SMP)과 신재생발전요금(REC) 모두가 전력계통 상황에 따라 변하는 변동성 요금으로 미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사업 타당성 검토에 어려움이 있으며 향후 REC시장에 민간부문이 참여하는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또한 해상풍력은 Site의 특성, 건설 공법, 계통연계 지원 범위 등에 따라 공사비도 천차만별이어서 과연 현재의 REC 가중치에 따라 관련기업들이 적기에 투자 결정을 할 수 있을지 의문시 된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REC요금의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장기 예측치를 전망하고 공시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며 또한 해상풍력에 대한 정부의 인프라 구축 및 계통연계 지원의 명확한 범위를 제시함과 동시에 해상풍력에 대한 REC가중치를 재검토하고 상황에 따라 조정이 가능하도록 제도의 유연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