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캘리포니아 전력위기가 인접한 주로 확대될 위험이 높아지고 경제, 금융 분야로 확산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본질적으로 네트웍 산업의 경쟁도입과 구조개편이 정치하게 통제되어 추진되지 않을 때, 얼마나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지난해 말 관련 법안이 통과되어 금년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며, 가스도 금년에 가스공사 분할과 경쟁도입 방안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캘리포니아와 대단히 유사하다. 우선 전체 설비규모 측면에서 유사하다. 캘리포니아의 설비규모는 44,000 MW 정도이어서 전력거래제를 도입하려는 세계 여타지역 중에서 우리나라 49,000 MW 규모와 유사하다. 경쟁 방법도 장기적으로 비슷하다. 우리나라는 초기 발전원가 경쟁에서 출발하여, 빠르면 한전 배전회사가 분할되는 2003

년부터 발전회사, 배전회사가 참여하는 캘리포니아식 양방향 입찰이 계획되어 있다.

발전용 연료로 천연가스 역할이 유사하다. 우리나라의 발전용 천연가스가격은 발전용 연료중 가장 비싸다. 캘리포니아 역시 현재 천연가스 가격이 평균발전 단가보다 비싸다. 연료비가 비싼 천연가스 설비는 따라서 첨두부하용이고, 피크 시간대 전력가격을 결정한다. 발전용 천연가스 공급이 이 시간대에 탄력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면 이 시간대 전력가격 폭등과 경우에 따라서는 전력부족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 배관 등 가스 공급설비가 충분치 못하여 공급애로가 발생하는 경우에도 전력, 가스 양 쪽에서 위기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캘리포니아주는 IT 산업의 활황으로 전력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였으나, 설비는 증설되지 않았다. 우리나라도 제5차 장기 전력수급계획에서 정부는 전력설비가 매년 연평균 5% 정도 증가하여야 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민간발전회사들이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적절한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는 유인이 없을 경우 캘리포니아와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유효한 경쟁이 발생하면 전력가격이 높을 경우 설비를 더 지으려는 유인이 발생한다. 그러나 발전사업자가 담합하여 시장지배력을 갖게 되면, 설비건설을 억제하여 전력가격을 높이고 추가적인 이윤만을 추구하려 할 수도 있다.

환경규제 등 발전소 건설 및 입지확보에 관한 점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크게 보아 유사하다. 현재 미, 전역에서 신규로 건설되거나 건설추진 중인 발전소의 90%가 천연가스 복합화력이다. 석탄 등 발전단가가 저렴한 발전소가 환경규제 등으로 건설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정부의 장기계획에 의하면, 전체 설비 중 천연가스 발전소의 비중이 증대되기 어렵다. 경제성을 따질 때, 석탄과 원자력발전소가 계속 증설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민간 발전 사업자가 석탄 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포철은 이미 허가된 석탄화력 민자발전을 포기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전라남도의 석탄발전소 입지허가를 얻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앞으로 전력산업구조개편이 본격 추진된 이후에는 또 다를 지 모르지만, 현재 가동되고 있거나, 건설 예정인 민자발전은 모두 천연가스 복합발전소이다.

각국이 금번 미국의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미국이 부통령을 책임자로 임시대책반을 구성하였고, 일본과 호주가 특별팀을 구성, 캘리포니아 사태를 분석하고 있다. 상황의 유사성으로 볼 때, 우리는 특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경쟁과 시장기능을 도입하는 원칙을 유지하더라도, 캘리포니아와 같은 위기가 구조개편 이후 발생하지 않게 하는 제도적 대책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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