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조선산업 ‘풍력’ 성장 조건은

▲ 손승호 광운대 신재생에너지
원천기술연구센터 센터장

[투데이에너지] 우리나라에서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을 비롯해 두산중공업, 효성, 대우조선해양, STX 등 수많은 조선 및 중공업분야 대기업들이 몇 년전부터 풍력 발전시스템 개발에 뛰어들었으며 최근 들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현재까지 이러한 회사들이 설치한 풍력발전시스템의 신규 모델은 약 10여종에 이르며 용량은 △두산중공업 3MW △삼성중공업 2.5MW △현대중공업 1.65MW △효성 2MW △유니슨 2MW 등 다양하다. 

하지만 이러한 회사들은 현재 개발된 모델 뿐만 아니라 5MW급에 이르는 대형 해상 풍력발전용 시스템을 포함해 용량대별 라인업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990년대 말부터 외국산 중대형 풍력 발전시스템이 국내에 설치되면서 늘 꿈꿔오던 국산 풍력발전시스템이 드디어 개발돼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풍력발전시스템 제작회사들의 경쟁상대는 유럽, 미국의 선진업체들 뿐만이 아니다. 

2010년 세계 풍력터빈의 10대 메이커 중 3개의 회사는 중국의 회사이며 세계 최대의 중국 풍력발전시장을 바탕으로 무섭게 성장해 온 회사들이다. 게다가 2009년부터 닥친 금융위기의 여파로 스페인 등 일부 시장이 위축되고 중국 업체들의 거센 저가격 공세에 국내 풍력터빈 업체들은 큰 어려움을 맞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해야 풍력발전이 제2의 조선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풍력터빈 제작사들의 어려움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기술과 경험의 부족이다. 약 25년의 시간적인 격차를 매우기 위해 기술도 도입하고 핵심부품도 검증된 외국산을 쓸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자. 그런데 이렇게 만들어진 터빈을 가지고는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필자는 풍력산업이 조선산업뿐만 아니라 자동차산업과 유사한 점을 몇 가지 열거하고자 한다. 첫 번째 풍력과 자동차 모두 회사마다 고유 모델이 있고 그 중에도 효자 모델이 있다. 두 번째는 두 가지 모두 항공, 기계, 전기 등 다양한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복합시스템이다. 세 번째로 시스템의 성능과 경쟁력은 부품 공급 체계에 크게 의존한다. 네 번째 초창기에는 기계 부품의 특성이 품질을 결정했으나 점차 전자제어시스템의 역할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공통점을 인식하고 앞으로 풍력발전시스템의 개발 및 혁신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타워, 주축을 비롯한 일부 풍력부품을 세계적으로 공급하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품질과 가격경쟁력이 우수하면 누구나 글로벌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결국 국내에서 개발된 터빈시스템(자동차로 보면 완성차)이 성공하지 않고서는 다수의 역량있는 풍력부품 업체가 육성되기 힘들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성능이 우수하고 경쟁력이 높은 국산 풍력발전 시스템모델을 개발하고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핵심부품 및 시스템에 대한 신뢰성 시험 및 경쟁력 강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이제 막 만들어진 시스템의 성능, 효율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가가 지원하는 풍력 발전부품 및 시스템 테스트베드가 절실히 필요하다. 

풍력터빈을 구성하는 부품은 800종이 넘지만 그 중에도 핵심부품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를 우선 들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풍력터빈의 회전자 블레이드의 경우 5MW급 시스템 날개 1개의 길이가 60m가 넘는 거대한 부품으로서 20년간의 설계 수명동안 성능을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블레이드의 성능 시험을 위해서는 블레이드 밑둥을 고정시키고 미리 프로그램된 하중을 정확히 인가할 수 있는 시험장치가 필수적이다. 시험을 통해 블레이드의 극한 하중에서의 변형률 등을 미리 검사할 수 있으며 이러한 시험결과는 부품의 설계 프로세스에 피드백돼 부품의 성능, 효율 및 신뢰성 개선에 활용되게 된다. 

발전기도 회전력을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중요한 장치로서 열손실을 최소화하고 출력되는 전력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험 방법을 동원해 신뢰성 시험을 실시한다. 특히 발전기 출력 권선은 고전압이 발생하므로 절연 특성이 우수해야 하며 온도 상승 시험과 함께 부하 회전 시험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시험은 실제 터빈에서와 마찬가지로 전력변환용 인버터를 사용해 시험하게 되며 생산된 전력은 변압기를 통해 전력계통에 연계하게 된다. 

이러한 풍력터빈 핵심부품에 대한 특성 시험은 그 시험설비 자체가 매우 크고 고가격이므로 개별부품 제작업체가 스스로 마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70m가 넘는 블레이드에 관한 시험설비를 각 회사마다 하나씩 갖출 수 있겠는가. 5MW 풍력터빈의 드라이브 트레인 중량은 100톤이 넘는 경우가 많으며 직경이 4m에서 10m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대규모 설비에는 막대한 시설과 자금뿐만 아니라 고도의 엔지니어링 기술력도 필요하고 이러한 시험설비를 운용하기 위한 전문인력도 필요하다. 

개별 부품을 테스트하는 풍력부품 테스트베드도 필요하지만 결국 통합시스템의 성능을 검증하고 테스트하는 시스템 테스트베드가 있어야 최종적인 시스템 검증이 가능하다. 단위 부품의 성능이 아무리 우수해도 시스템 성능이 나쁘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시스템 테스트베드의 요건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람 조건이다. 

풍력발전 사업을 수행하는 풍력발전 단지 개발자들은 풍력발전시스템을 구입할 때 시스템의 성능을 공인 기관에서 인증 받은 제품을 구매하려고 한다. 풍력발전의 인증제도는 크게 3가지 인증이 있겠으나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형식인증(type certification)이며 터빈 모델이 다양한 풍속의 운전조건에서 설계된 대로 그 성능을 발휘하는가에 관해 국제적인 공인 기관에서 인증서를 발행하는 것이다. 

이러한 형식인증은 새로운 풍력터빈 모델이 개발될 때마다 받을 필요가 있으며 통상적으로 저풍속부터 고풍속 까지의 운전데이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신청으로부터 실제 발급까지 걸리는 시간은 통상 1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풍력터빈의 수출을 위해서는 시스템의 형식 인증은 필수 조건이라 할 수 있으며 설치 예정 지역에 따라 전력 계통연계 규격(그리드코드)까지 만족시켜야 하는 경우도 많다. 국내에서는 소형풍력 발전시스템의 성능 시험을 위해 강원대학교와 에너지기술연구원(제주 월령)이 지정돼 있으며 중대형 시스템을 위한 단지는 동시에 2기를 시험할 수 있는 제주 김녕 단지가 유일하다. 

따라서 현재 국내에서 개발된 2~3MW급 터빈 모델들 뿐만 아니라 앞으로 개발 될 해상풍력발전용 5MW 터빈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델에 대한 성능 시험 및 형식인증 테스트를 수행할 수 있는 풍력시스템 테스트베드의 조기 구축은 국가적으로도 매우 시급한 과제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풍력시스템 테스트베드가 구축되기 위한 입지조건으로는 평균 풍속이 높고 바람의 질이 우수하며 장비의 수송 및 전력선의 연계 등 제반 시설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이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 전문 연구기관의 협력과 지원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주요 부품에 대한 국내 생산체계(supply chain)가 갖춰져야 진정한 국산 터빈이라 할 수 있을 것이고 강력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자동차에서 많은 경험을 했다. 초기에는 선진 기술이 도입되었지만 그것을 소화하고 꾸준히 독자모델을 개발한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의 결말이 어떠한 지를. 

최고의 기업들이 달려들어 기술개발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유망한 수출산업으로 자리잡을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그 시기가 언제냐 하는 것이고 그동안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겪을 것은 다 겪어야 그 날이 올 것이라는 점이다. 어떻게 빨리 그러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 바로 이 풍력 테스트베드 구축사업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