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LPG산업

[투데이에너지 조대인 기자] LPG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성장세를 보이던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LPG업계는 비록 어렵기는 했지만 사업자간 경쟁이 지금처럼 치열하지는 않았다. 전기, 도시가스 등 다른 경쟁연료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LPG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를 듯 높아지고 있다.

정유사는 수송용 연료로 LPG의 성장이 기대보다 커지면서 클린디젤을 앞세워 LPG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휘발유 중심의 미국시장, 경유차 중심의 유럽시장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200만대 시대를 열고 있는 LPG자동차 시장의 성장은 바람직하지 않고 심지어 비정상적인 모습이라는 언급마저 나오고 있다.

2010년 5월 삼성토탈이 SK가스와 E1 중심의 LPG수입시장에 뛰어들면서 이들 LPG수입사의 역할과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S-OIL과 현대오일뱅크 등 LPG공급사들이 E1과 SK가스가 아닌 제3의 LPG수입사인 삼성토탈과 LPG구매약정을 맺고 공급하는 LPG물량을 늘리고 있기 때문에 LPG수입사의 입지는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세계적인 저열량 추세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소비자의 편익을 높이기 위해 연구용역을 거쳐 중장기 천연가스 열량 및 품질제도를 현행 ‘부피(Nm³)’에서 ‘열량(MJ)’으로 전환할 경우 1만400kcal/Nm³의 ‘표준열량’은 9,800~10,600kcal/Nm³의 ‘열량범위’로 개선이 불가피하며 이렇게될 경우 LPG수입사가 공급하는 LPG판매량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또한 정유사가 오는 7월6일까지 휘발유와 경유의 주유소 공급가격을 리터당 100원 인하하면서 인상요인에도 불구하고 LPG가격을 동결한 LPG수입사는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는 상황에 처했다.

지난해부터 5월 현재까지 국제LPG가격 상승에 따른 인상요인을 국내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정부의 서민물가 안정에 기여하고 있는데 예상치 못한 정유사의 기름값 인하에 따른 후폭풍마저 떠안아야 해 이익을 기대하기는 커녕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것만해도 다행이라는 의견마저 대두되고 있다.

기름값과 LPG가격이 치솟으면서 관련 기업들의 이익은 줄어들지만 부담해야 할 세수도 늘어나고 있어 개별소비세,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관련 세금 인하가 필요하다는 국민들의 의견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전체 세수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검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공문 또는 유·무선을 통한 에너지가격 상승요인을 억제해 일단 물가안정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어느정도 달성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이는 일시적이고 한계가 적지 않아 LPG산업에 또 다른 불안요인을 잠재시키게 하거나 관련 기업의 재무구조와 신용상태를 악화시키는 부작용마저 감수시키는 결과를 낳게 할 우려가 적지 않다.

공급자를 중심으로 한 LPG시장에 아직까지 구체적인 변화로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여신 축소를 통한 채권 회수, LPG관련 기기 및 거래처에 대한 지원 축소 등으로 연결되고 있어 충전 및 판매 등 LPG유통부문과 제조업체의 자금에 숨통이 조이는 모습으로 연결될 가능성만 높이고 있는 셈이다.


뭘 먹고 살지? 고민 느는 LPG유통

가정·상업용을 비롯해 수송용, 석유화학용 LPG수요가 줄어들면서 전체 LPG공급량이 2009년 929만톤을 정점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방을 중심으로 도시가스 보급이 확대되고 탱크로리를 통한 LNG공급이 증가하면서 충전, 판매 등 LPG유통업계가 체감하고 있는 LPG판매량 감소율은 더 크게 다가오고 있다.

도심의 뉴타운 지정, 재개발 등으로 LPG를 공급할 수 있는 대상 가구는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들고 있다. 2003년까지만 하더라도 200만톤을 넘어섰던 가정·상업용 프로판 수요는 2007년 184만톤으로 떨어졌으며 급기야 지난해에는 159만톤으로 감소했다.

LPG자동차 등록대수 세계 1위, 세계 최고 수준의 LPG자동차 기술 및 관련 인프라로 명성을 날렸던 우리나라는 터키에 1위 자리를 내주면서 관련 산업의 영업환경도 날로 악화되는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다른 업종에 비해 적은 투자비로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심리 때문에 지속적으로 늘어났던 LPG충전, 판매사업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00년 전국에 600여개에 불과했던 LPG충전소는 LPG자동차가 늘어나면서 판매량 증가에 대한 기대감으로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해 2001년 1,000개소를 돌파했으며 지난 3월말 현재 1,900개 돌파했다.

500톤을 넘어서던 각 충전소의 평균 판매량도 매년 하락 추세를 거듭하기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200여톤까지 하락해 10년동안 50% 넘게 감소하는 현상에 직면하고 있다.

특정지역에 국한된 얘기이긴 하지만 한 때 높은 배당에 대한 메리트 때문에 10억원을 호가하던 LPG판매소의 지분은 수천만원대로 떨어지고 있으며 매매를 위해 지분을 내놓더라도 팔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량 감소로 LPG판매업계에서 겪고 있는 모습이지만 신규허가를 통한 LPG판매사업 진입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말 현재 충전소 신규허가는 110개로 2009년에 비해 13% 감소했으며 허가대기업소도 242개소로 23%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LPG판매소 신규허가는 133개소로 2009년 116개소에 비해 15% 증가했으나 허가대기업소는 112개소로 줄어들었다.

이처럼 충전, 판매 등 LPG유통업체의 수는 기존 사업자 이외에 신규사업자들로 홍역을 앓고 있는 셈이다.

업종 전환 등 구조 조정 위한 지원책 강구
사업 환경 변화 다른 자정 노력 수반돼야

지방을 중심으로 한 도시가스 보급 확대, 택지개발 등에 따른 LPG사용가구의 자연 감소 등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LPG사용량은 점차 감소추세에 있지만 사업자 수는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는 모습이 연출되면서 사업자간 판매량 유치를 위한 무한 경쟁이 전개되고 있다.

충전, 판매 등 일부 LPG유통업체들을 중심으로 지분 매각 또는 휴·폐지를 통해 전업을 고려하기도 하지만 쉽게 손을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정부에 전업 보상 등 지원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예산문제와 더불어 제도마련 미비로 대책마련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업자간 무한경쟁으로 인해 최근들어 각 업계 내부에서는 공정위에 가격담합 등에 대한 내부고발 현상마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경쟁으로 내몰리는 LPG산업

비경쟁적인 요소가 되는 LPG사업에 대한 각종 제도가 폐지될 입장에 놓이면서 이들 방안이 LPG가격을 내릴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정부는 LPG가격 정보에 대한 투명성을 높여 LPG사업자간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선택권 확대를 통한 LPG가격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LPG판매가격 공개를 의무화한다.

전국 1,900여개 LPG충전소 가운데 약 1,000여개가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LPG판매가격 공개는 앞으로 LPG판매소 뿐만 아니라 집단공급사업자도 공개 대상에 포함돼 그 범위가 더 넓어지게 됐다.

또한 경제성 문제로 LPG가격 인하 효과가 의문시되고 있지만 올해 11월까지 진행될 예정인 DME-LPG혼합연료 시범보급사업도 LPG산업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는 하나의 카드가 되고 있다.

LPG에 비해 낮은 열량문제로 상업용 공급에 대한 제약, 소규모 가스전 확보 및 플랜트 설치 등을 통해 LPG에 비해 높은 경제성 확보 등이 DME-LPG혼합연료 시범사업은 물론 전국확대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광역시·도와 연접지역내에서 LPG를 판매하는 것을 기본 골자로 하고 있는 현행 허가구역내 LPG판매제도, 즉 구역판매제가 전면 폐지되고 올해 하반기 시행될 예정이어서 LPG판매업계가 들끓고 있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LPG용기 판매시 지역을 제한하는 것은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한편 사업자간 담합을 조장할 우려가 높기 때문에 이를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판매구역 제한이 폐지될 경우 사업자간 경쟁이 촉진돼 3.5~10% 정도의 소비자가격 인하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선택권을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지역의 일반 가정, 산업체 및 음식점 등에서 사용하는 LPG가격이 높은 이유가 구역판매제에서 찾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LPG판매업계는 구역판매제도가 시행되는 지금도 원정·떠돌이 판매가 기승을 부려 LPG유통질서가 혼란스럽다고 항변한다.

이를 폐지할 경우 사업자간 과당경쟁, 원정 및 덤핑판매가 심화되는 것은 물론 LPG 특성에 따른 응급상황 발생시 제때 대응을 못해 대형사고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생존권 차원에서 구역판매제의 폐지를 적극 반대하는 판매업계와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정부와 일부 LPG업계의 목소리 중 어느 쪽에 힘이 실릴지 주목된다.

전체 LPG용기 시장에서 소형LPG용기가 차지할 비율이 높지 않지만 소형LPG용기 전국 확대보급사업도 LPG판매업계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판매업계가 소형LPG용기 전국 확대보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충전업계가 소형LPG용기 판매에 나설 경우 소형LPG용기뿐만 아니라 20kg, 50kg 등 기존 LPG용기도 판매할 수 있는 빌미가 제공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Take-Out 형태로 소형LPG용기 판매될 경우 전국의 LPG판매소에서 판매되는 LPG가격이 공개되고 이는 곧 LPG가격 인하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여건이 성숙되기 전까지 LPG충전 및 판매업계에 국한해 소형LPG용기를 판매하고 향후 대형마트, 편의점 등에서도 취급하도록 하자는 정부의 제안이 판매업계로서는 결코 달갑지만 않은 제안으로 평가되고 있는 이유인 셈이다.

LPG업계, 재도약 위해 어떤 노력하나

LPG사업 환경이 수요와 경쟁 측면에서 리스크가 증가하고 있다. 2009년 12월초 공정위가 LPG공급사에 대해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한 이후 소비자들은 LPG가격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 등으로 LPG사업 환경은 더 불안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LPG수입사는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해 다른 사업으로 이미 눈을 돌렸다. 충전 및 판매 등 LPG유통업계도 사업 영역 파괴를 통해 앞으로의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LPG용기에 국한했던 사업을 고압가스판매, 소형저장탱크사업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사업을 다각화하지 않을 경우 더 이상 경영환경이 안정적이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지만 근본적으로는 LPG사업을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LPG사업을 통해 누적된 자금을 다른 사업으로 재투자 하기에는 LPG유통업계의 투자환경이 역부족인 것 또한 현실이다. 하지만 생존권을 확보하고 제2의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허가 또는 등록제도에 따른 보호에 안주하기보다 도전적인 틈새시장과 신규사업 추진을 통해 극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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