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김병욱 기자] 국내 원전은 현재 21호기가 가동 중이며 최근 고리 원전 1호기가 가동 중지 된 상황이다.

또한 건설 중인 원전은 7개이며 신고리 2~4호기, 신월성 1,2호기, 신울진 1,2호기 등이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의 원전인 고리 1호기가 희망의 에너지를 밝힌 지 30여년이 흐른 지금 일본의 원전 사고로 인해 원전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국내 원전의 역사와 국내 원전 및 일본 원전의 차이점에 대해 조망해본다.
/편집자주

국내 초창기 원전은 전적으로 외국의 기술에 의존해 외국 주계약자가 발전소 착공부터 준공까지 모든 책임을 지는 일괄발주방식으로 건설됐다.

이에 우리나라는 기술축적보다는 사업관리, 시운전에 대한 경험을 축적하게 된다.

한국수력원자력(사장 김종신)에 따르면 고리 3,4호기부터는 사업추진 방식을 일괄발주방식에서 분할발주방식으로 변경해 건설기술 자립을 노력했다.

한국전력이 사업관리를 주도하고 종합설계 용역, 원자로설비 공급, 터빈·발전기 공급 등 분야별로 전문업체에 분할해 계약했다.

또한 기술축적이 가능하도록 분야별 외국 주계약자 밑에 국내업체들이 하도급으로 참여했으며 시공은 국내 전문건설업체가 수행했다.

지난 1987년 설계 및 주기기 공급계약을 체결한 영광 3,4호기는 순수 국내 기술진에 의해 건설된 한국 원전건설 기술의 집합체이다.

그동안 외국업체의 하도급자로 참여해 습득한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업체를 주계약자로 하고 외국업체를 핵심분야를 지원하는 하도급자로 참여하게 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원전 기술자립을 달성하게 됐다.

현재 신고리 1,2호기 및 신월성 1,2호기는 개선형 한국표준형원전으로 기존 원전 대비 안전성과 경제성 향상은 물론 원전운전 편의성 및 방사선 피폭 저감을 도모했다.

또한 신고리 3,4호기 및 신울진 1,2호기는 신형경수로(APR1400)로 정부의 국가선도기술 개발사업 과제로 선정돼 10여년간 개발한 신형원전이다.

APR1400은 국내원전건설 및 운전경험을 토대로 최신의 안전설비와 기준을 적용했으며 사고방지는 물론 사고 발생시에도 그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중대사고 완화개념을 대폭 반영했다. 앞으로 독자적 원천기술을 조기 확보하기 위해 원자로냉각재펌프 등 미자립기술과 한국형 노형(APR+)을 오는 2012년까지 조기 개발할 계획이다.


■ 한국과 일본 원전의 다른 점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잇따른 폭발과 방사능 누출 사고 등 원전 폭발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대되면서 국내 원전에 대해서도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원전 전문가들은 일본 원전이 채택하고 있는 비등경수로(BWR)와 우리의 원전 방식인 가압경수로(PWR)는 냉각시스템 자체가 달라 비상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우리 원전이 훨씬 안전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수원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서 지진, 해일 등으로 인해 전력이 일시에 차단될 경우 BWR은 비상발전기까지 모두 가동이 중단돼 냉각시스템 자체가 망가져 곧바로 폭발로 이어지는 반면 PWR은 전력공급이 중단되더라도 자연적인 대류 현상으로 자연 순환이 이뤄진다.

이에 따라 PWR 방식은 전력이 일시에 끊기더라도 원자로 냉각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 원자로 내부에 있는 노심을 안전하게 냉각시켜 원자로의 열을 충분히 냉각시킬 수 있게 된다.


■ PWR·BWR의 같은 점, 다른 점은

가압경수로(PWR)나 비등경수로(BWR) 모두 냉각재와 감속재로 경수를 사용하며 핵 연료로는 U-235의 함유율이 약 3% 정도인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한다.

두 방식 모두 원자로 내부의 핵연료봉에 중성자를 쬐어 핵분열을 유도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열로 물을 끓여 수증기를 발생시킨다. 이후 이 수증기로 발전용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들게 된다.

비등경수로와 가압경수로는 ‘수증기를 어디서 만드느냐’의 차이로 구분할 수 있다.

비등형은 원자로 내부에서 바로 물을 끓여 수증기로 만든다. 즉 증기발생기가 원자로 내부에 설치돼 있는 셈이다.

반면 가압형은 압력을 가해 물을 섭씨 300℃ 이상에서도 액체 상태를 유지하게 한 뒤 이 물을 빼내 그 열로 원자로 밖 증기발생기에서 수증기를 만든다.

바로 이 증기발생기는 사고 시 원자로에서 발생한 열을 냉각시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비등경수로는 원자로 내부에서 물을 끓여 수증기를 만드는 방식이어서 내부에 물이 절반, 수증기가 절반 가량 차 있고 가압경수로는 원자로 바깥에 있는 증기발생기에서 수증기를 만들기 때문에 내부는 물로만 구성돼 있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물이 많으면 원자로 내 연료봉의 온도가 천천히 올라가 사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점이 있을 수 있다.

비등형·가압형, 증기발생기 설치 위치 달라
가압결수로 사고 시 원자로 노심 온도↓ 설계

또한 가압경수로는 비등경수로보다 부피도 커 내부 압력이 천천히 올라간다는 장점도 있다.

이와 함께 가압경수로에는 막대한 양의 증기를 수용할 수 있는 격납건물이 설치돼 있다. 이 격납건물은 1.2m의 철근콘크리트와 그 안쪽에는 6mm의 강판이 설치 돼 있어 밀봉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격납건물은 이번 일본의 대지진과 같은 중대사고 발생시 내부의 압력과 온도를 제어할 수 있는 체적을 고려해 크기를 결정하게 된다.

여기에 압력과 온도가 올라갈 경우 물을 격납건물 천정에서 살수할 수 있는 설비도 갖추고 있다.

경수로 가운데 70%가 가압수형이고 30%가 비등수형이며 일본 원자로는 대부분 비등경수로이고 우리나라는 21기의 원전 중 월성 1~4호기를 제외한 17기는 가압경수로 방식으로 건설됐다.


■ 비상상황 시 BWR의 냉각시스템 ‘치명적’

후쿠시마 원전 1,3,4호기의 격납건물과 2호기의 격납용기가 잇따라 폭발, 방사능 누출사고를 일으키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전력이 끊기면서 냉각 시스템에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지진 다발국가인 일본의 원전은 바로 밑에서 리히터규모 8 정도의 지진이 일어나도 건물 자체는 충분히 견딜 수 있도록 건설돼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번의 사고 원인은 지진으로 인해 일정 정도 이상의 진동이 발생하자 발전소가 자동으로 멈추게 됐고 또한 냉각시스템용 비상발전기가 고장이 나는 사고가 발생됐다.

이에 따라 긴급히 비상발전기를 교체했으나 원자로내의 냉각 시스템에 누수가 생겨 냉각수가 누수되고 결국 냉각수의 부족으로 원자로가 가열되면서 수소가 발생돼 이 수소가 원전 건물 위쪽에 모여 압력을 받아 폭파 현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폭발 직후 일본 정부는 “격납건물 폭발은 건물 내부의 수소가 공기와 만나면서 일어났다”고 밝혔으며 폭발의 주범은 바로 냉각시스템이었다.

발전소가 정지하더라도 냉각시키지 않고 그대로 둘 경우 연료봉을 녹일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 이르게 된다.

원전은 이를 막기 위해 자동적으로 냉각수가 공급되도록 돼 있다. 반면 일본 원전의 경우 이 시스템이 고장나면서 핵연료봉이 녹아 버리고 수소가 대량 발생하게 돼 폭발로 이어진 것이다.


■ 전력 공급이 전면 중단되더라도 원자로 냉각에 효율적 ‘PWR’

PWR 방식의 냉각시스템은 냉각수 공급을 위한 전원이 독립적으로 2개가 설치돼 있다는 것이 BWR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다.

예컨대 1차 보호장치로 전원이 없이도 8일 정도 가동할 수 있는 비상 디젤발전기를 호기당 2대씩 갖추고 있으며 이외에 또 다른 보호장치로 AAC(비상발전기)를 설치, 전력공급이 중단될 것에 대비해 다중의 전원 공급설비를 구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PWR 방식은 최악의 경우 전원이 모두 상실되더라도 구조상 자연 순환에 의해 원자로의 열을 낮출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이번 일본 원전 사태처럼 전원 공급이 일시에 중단되는 경우에도 원자로를 자연 냉각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즉 뜨겁게 데워진 원자로의 물과 증기발생기의 차가운 물의 밀도 차이에 의한 자연적인 대류 현상으로 물이 지속적으로 순환, 원자로 온도가 낮아지게 된다.

결국 이번 일본 대지진과 같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PWR 방식은 대규모 폭발 사태는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PWR은 수소 제거장치가 설치돼 있어 폭발 염려가 없으며 수소 발생시에는 72시간 이내에 피크가 오는데 이 경우에도 수소 제거장치가 제기능을 발휘하게 되면 수소가 100% 배출될 수 있다.


원자력 국가산업 및 사회 기여도

‘제4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르면 국내 총 전력수요량은 연평균 2.1%씩 증가해 오는 2022년경에는 50만92GWh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력수요의 증가와 기후변화협약 등 국제적인 환경규제에 대응하고자 2022년까지 원자력발전 비중을 47.9%로 높여나갈 계획을 세웠다.

두차례의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탈석유전원정책으로 시작한 원자력발전은 지속적인 성장을 한 결과 주력 발전원으로 안정적 전력공급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은 에너지수요 급중, 다소비형 산업구조, 대체에너지 개발한계 등 어려운 에너지환경을 감안할 때 필수적인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원자력발전 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인 결과 지난 1982년부터 2009년까지 물가는 230% 상승한 반면 전기요금은 약 14% 증가에 그칠 정도로 저력한 가격으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게 됐다.

원자력발전은 발전원가 중 연료비의 비율이 13% 정도로 매우 낮고 발전원가가 타 발전원에 비해 가장 저렴하기 때문에 경제성에서도 유리하다.

원자력발전은 건설과 플랜트 등의 중공업부문, 계측 등의 첨단산업부문, 원전 설계·분석 관련 기술력 향상 등 산업계 전반의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점도 크다.

한편 신재생에너지는 현재 전력판매단가를 비교해볼 때 기저전원인 원자력에 비해 훨씬 가격이 높아 경제적 효율성이 떨어진다.

신재생에너지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려면 향후 경제성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 및 보급 확대의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신재생에너지의 기술개발 및 미래 에너지원으로서의 가능성 측면에서는 보급확대가 바람직하나 현실적인 측면에서는 전력요금 상승 등 경제적 부담이 된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 울진원자력발전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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