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배
인하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투데이에너지] 최근 우리 사회의 독특한 현상은 센델교수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열풍을 통해 드러난 ‘공정한 사회’ 신드롬과 이를 반영하듯 수퍼스타K나 위대한 탄생 같은 오디션을 통해 페이소스와 대리만족을 느끼면서 표출되는 공감의 코드다.

산업계에서는 1990년대 거품을 동반한 IT 열풍 만큼은 아니더라도 ‘스마트그리드’라는 키워드는 미래 핵심기술로써 공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전기판매회사들이 발전소를 증설하지 않고도 첨두부하를 기술적으로 극복한다는 전력망제어의 당위성, 그리고 전기요금이 시간대별로 변동하는 경우 전기값이 낮을 때를 기다렸다가 세탁기가 자동으로 빨래를 한다고 하며 전력통신이 결합된 전력망과 제품의 결합은 기술에 대한 동떨어진 환상을 심어줄 뿐 더 이상 스마트하지도 적절하지도 않다.

우리나라는 단일 전력망이어서 첨두부하를 줄이려는 노력보다는 원자력발전소 증설을 통한 기저부하 증대를 추진해 오다가 이제 전력망제어는 중국이나 일본과 하겠다는 것인지 도대체 세탁도 자기 마음대로 못하게 되면 무엇이 스마트한 삶인지 반문해 보게 된다. 또한 우리가 전기회사에 지불하는 요금을 보면 공정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예를 들어 전력발전소가 많은 남도근처에 사시는 할머니는 단위 전기요금으로 100원을 내시고 수도권에서 큰 공장하는 회사는 단위 요금으로 60원을 내는 경우 실제로는 남해발전소에서 수도권까지 송전하는데 드는 인프라 이용비용과 전력손실을 감안해 공장은 200원을 내야하고 할머니는 50원을 내셔야 한다면 할머니께서 수도권 큰 회사를 지원하는 셈이 된다.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해 전기회사가 낙도에 손해보면서 전기를 팔기도 하고 전력망 유지보수비용이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할머니가 수도권 공장보다 더 많이 부담하는 전기요금제는 공정하지 못하다.

또 하나는 정부에서 추진하려고 하는 RPS(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제도이다. 19세기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필요한 에너지를 수압과 공압으로부터 얻다가 전기에너지로 바뀌게 되면서 생산혁명이 가속됐고 20세기 들어서면서 교통수단도 석탄에너지에서 석유에너지로 바뀌면서 유통시장의 혁명이 일어났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에 저항해 석탄메이저들이나 이해당사자들이 당시 정책을 통해 연착시키려 했던 것과 관계없이 아무런 정부의 인센티브가 없어도 경제성과 편의성 그리고 안전성을 확보한 기술은 막을 길이 없다는 것을 시장은 분명히 보여준다.

녹색정책의 핵심기술 중 하나인 태양광의 모듈을 만들려면 많은 전기에너지가 도로 사용되므로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를 시행할 때 RPS 기관들의 신재생에너지 구매가격인 REC에 원별로 생산-유통-설치-운영에 이르기까지 탄소배출량을 정확하게 평가해서 반영해야 한다.

즉 생산하는 데 전기를 많이 소모하고 외지에 설치해 전력망 이용비용이 높으며 환경처리비용이 높으면 REC 가격이 낮아야 하는 것이지 남도 할머니 전기료를 지원받으며 경제성도 없는데 REC가격 지원을 받아 다시 할머니의 전기료를 인상해서는 절대로 공정한 사회를 꿈꿀 수 없다.

예를 들어 건물옥상에 소형풍력발전기를 설치해 생산한 전기를 전력망에 연결하면 먼 곳까지 송전할 필요도 없고 제품의 생산과 폐기시 발생하는 탄소도 상대적으로 적게 된다.

이와같이 전기사업자는 에너지원, 송전거리, 탄소배출, 환경처리비용 등의 여러가지 옵션을 팩키지화해서 통신사업자처럼 자유롭게 전기를 팔 수 있어야 공정한 스마트그리드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수퍼스타K나 위대한 탄생같은 오디션이 제일 공정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사회적 불신은 사그러들고 공정한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흐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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