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순환, 온실가스·에너지절약 핵심


[투데이에너지 김나영 기자] 한국형 생태산업단지사업이 국가에너지의 보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생태산업단지는 당초 굴뚝산업이라고 불리던 업계를 한곳에 집약해 놓은 산업단지를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절감이라는 절묘한 패러다임 속에서 우리나라의 경제를 이끌어가는 산업계를 아우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국내에서는 한국산업단지공단 산하 8개 사업단을 구성, 지식경제부의 지원을 받아 생태산업단지 구축사업을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는 중앙정부 주도적으로 산업단지가 밀접한 지역을 대상으로 보다 조직화해 큰 성과를 이뤄내고 향후 한국형 EIP를 구축해 동남아와 중국 등으로 확산할 계획을 갖고 있다.

생산 60%, 수출 75%, 고용 47%를 담당하는 산업단지가 지역이기주의로 인해 혐오시설로 치부되면서 많은 민원과 해외유출이 심화돼 왔다. 하지만 산업단지는 없어서는 안 되는 국가의 원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지역과 사회에 공생할 수 있는 새로운 생태산업단지로 탈바꿈을 요구받고 있다. /편집자주


△생태산업단지(EIP)란

생태산업단지는 과거 산업자원부가 2005년 9월부터 국내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친환경 시범산업단지 선정작업 및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포항과 여수·울산·반월·시화·오창 산업단지 등 5개 시범단지 사업을 선정하면서 탄생했다.

당시 생태산업단지(EIP: Eco Industrial Park)는 자연생태계를 모방, 단지 내 기업 간 네트워킹을 통해 오염물 무배출(zero emission)을 지향하는 미래형 산업단지로 불렸다. 기업의 부산물과 폐기물을 다른 기업의 원료나 에너지로 재자원화함으로써 산업단지의 청정화뿐 아니라 자원 및 에너지절감 효과를 높이겠다는 목표에서 시작했다.

당시 시범단지로 선정된 5개 지역에는 1단계 사업으로 5년간 생태산업단지 구축에 필요한 기술개발 및 보급, 공정진단지도, 환경경영 컨설팅 등이 지원됐다. 이후 사업범위가 확장된 2단계 본 사업(2010~2014)이 지난 2010년부터 시작됐다.

2단계에서는 8개 지역 38개 산업단지를 생태산업단지를 선정해 광역화를 추진했다. 광역 생태산업단지 구축사업은 다시 허브단지를 중심으로 주변 스포크단지로 구성된다.

1단계 사업에서는 단지 안에서 자원순환 네트워크를 발굴했다면 2단계 사업부터는 단지 간 자원 순환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된다. 2단계 사업이 시작되면서 ‘허브-허브’, ‘허브-스포크’, ‘스포크-스포크’ 간에 광역교환망이 구축됨에 따라 광역단위의 과제가 13개 과제를 발굴했다.

이는 단순히 사업대상이 넓어진 것이 아니라 자원 순환 네트워크 순환범위가 커짐으로 자원 효율성을 더욱 증대 시켰다는데 의미가 있다. 대표 과제 사례로는 ‘석유화학 공정부산물을 이용한 고부가가치 열매체유 생산 과제’의 경우 온산산단(울산EIP)과 여수산단(전남EIP)의 허브-허브를 연결하는 자원순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여수산단 내 석유화학기업에서 방향족(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부산물을 정제가공해 울산 석유화학 업체의 열매체유로 사용하는 게 핵심이다.

또한 2008년 9월 ‘환경친화적 산업구조로의 전환 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자원순환 자료를 구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2009년 8월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원료재생업을 산업단지에 입주할 수 있도록 했으며 열증기 판매를 허용해 에너지 네트워크 활성화 기반을 마련했다. 이외에도 사업초기에 제기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요자 중심으로 과제를 수시로 발굴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폐기물·폐온수열도 에너지가 된다
 
생태산업단지(EIP)가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에너지로 재사용해 자원효율성을 높이고 오염을 최소화하는 녹색산업단지의 수준을 넘어 친환경 윈-윈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최근의 생태산업단지는 경제적 효율성과 더불어 환경성을 고려해 폐기물을 그냥 버리지 않고 기업체 간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필요한 곳에 공급하는 식으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예컨대 소각장에서 생활쓰레기를 태울 때 발생하는 열을 그냥 버리지 않고 물을 데워 스팀으로 만든 뒤 인근 공장이나 지역 발전 등에 제공한다. 이렇게 되면 소각장 입장에서는 스팀 판매로 수익 창출이 가능하고 인근 공장은 값비싼 석탄연료를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

올해 준공을 앞두고 있는 두 곳의 생태산업단지가 기업 간의 협업을 통해 단지 내 기업과 지역사회에도 이익을 도모하며 생태산업단지의 새로운 귀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 시화공단 내에는 염색폐수열원을 이용한 재생에너지 공급 사업 공사가 한창이다. 이 사업은 염색공장에서 발생하는 폐온수열을 재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염색공정에서 배출되는 폐온수열(35~42도)을 회수해 인근 열병합발전소의 보일러 보급수 열원으로 공급하게 된다. 열교환기와 히트펌프를 활용해 염색 폐수처리장(시화염색조합 내) 안에 있는 폐열을 회수, 온도를 높여 인근의 열병합발전소에 공급하는 재생 에너지공급사업으로 우리나라에선 처음이다.

이 사업은 화석연료 대체 효과 및 온폐수의 수온강하를 통해 폐수처리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생산기술연구원 주관으로 폐열 회수용 열교환기(Pilot plant)를 통한 폐수열 회수 및 재사용 가능성을 확인을 마치고 현재 개발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4월에는 시화산업단지 안에 있는 폐열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재활용하기 위해 한국산업단지공단과 시흥시·시화염색사업협동조합·KG에너지가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기도 했다.

총 사업비 75억원을 투입해 올해 11월말 완공 및 재생에너지 공급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 주도기관인 산업단지공단은 이번 사업을 통해 기존의 시화산업단지 내 염색폐수처리장에서 버려지던 폐수열(35~42℃)을 열교환기와 히트펌프를 활용해 회수한 다음 온도를 80도까지 올려 시간당 7.6Gcal에 해당하는 온수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생산된 재생에너지(80℃ 온수)는 인근 열병합발전소인 KG에너지로 공급돼 스팀생산을 위한 열원으로 사용된다. 생산된 스팀은 다시 시화염색조합을 비롯한 시화산업단지의 여러 입주기업에 공급하게 된다.

산업단지공단 측은 염색단지 염색폐수열을 인근 열병합 발전소 공급을 통해 에너지화 함으로써 연간 35억원의 에너지비용 절감과 1만6,000톤 규모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소각장 폐열 에너지화

소각장 폐열도 에너지로 바뀌어 인근 대규모 생산 공장에 활용된다. 울산의 ‘EIP 네트워크 사업’이 대표적이다. 현대중공업 소각시설에서 발생하는 스팀을 현대자동차와 현대하이스코에 공급하는 것이 목적이다. 지난 2006년부터 산업단지공단 울산EIP사업단과 현대중공업이 연구 및 타당성 검토를 거쳐 62억원을 투입해서 시작한 이 사업은 지난해 10월 울산EIP사업단과 현대자동차·현대하이스코가 양해각서(MOU)를 교환한 이후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현대중공업 소각장에서 공급하는 스팀은 시간당 20톤이다. 이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17.5톤, 현대하이스코가 2.5톤을 사용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의 소각시설 설비공사가 마무리되는 오는 11월말부터 울산공장 도장공장 부스 내 온·습도 조절, 울산공장 난방용 온수급수 등에 스팀을 활용하게 된다.

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하는 가연성 산업폐기물은 자체 운영하는 스토커형 소각로를 통해 처리하고 운영 중에 생기는 소각열을 이용해 스팀을 생산해 발전하고 있다. 이 사업이 완료되면 현대중공업은 폐열을 자원화해 판매하고 현대자동차와 하이스코는 스팀 생산에 필요한 LNG 사용량이 연간 570만toe(석유환산톤) 가량 줄어든다. 매년 36억원씩 10년간 36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2년도 채 안되 스팀공급사업 투자액을 전액 회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기업체가 LNG를 사용하지 않아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역시 배출량이 연간 1만188톤씩 10년간 10만1,880톤을 줄일 것으로 울산시는 추산했다.

이 사업은 지난 1월 지식경제부와 산업단지공단이 전국 8개 지역 EIP사업단을 대상으로 실시한 평가에서 최고의 점수(A등급)를 받아 최우수 사업단으로 선정됐다.


△효율, 실적으로 보여준다

생태산업단지사업의 적합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실적이다. 적은 비용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8개 사업단을 각각의 성과를 보이며 국내 온실가스 감축뿐만 아니라 에너지절약에 있어서도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다. 그 중 울산EIP사업단과 부산EIP사업단을 꼽을 수 있다.

현존 8개사업단 중 마지막 주자인 부산EIP사업단은 지난해 처음 발족했으나 짧은 시간동안 괄목한 성과를 보여 주목받고 있다. 부산EIP사업단은 소각·폐열회수 시스템 개선을 통해 스팀에너지 네트워크를 구축, 연간 에너지절감량 3,765TOE를 비롯해 온실가스는 8,797tCO2를 저감시켰다.

뿐만 아니라 바이오디젤 생산업체 JC케미칼과 애경유화, SK케미칼 등 공급기업의 생산공장에서 발생하는 고농도 유기성 부산물을 (주)웸스가 자원화해 부산환경공단의 하수처리장으로 보내 에너지를 절감케 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하는데 이바지하고 있다.

이는 1억7,000만원규모의 사업이다. 이로써 부산시는 연간 9만5,000톤의 부산물을 저감시키고 40억원의 메탄올 대체 이익을 얻게 됐다.

생태산업단지 중에서 가장 많은 성과를 내고 있는 최우수 사업단은 단연 울산EIP사업단이다. 울산EIP사업단은 광역생태산업단지 구축사업 실적평가에서 지난 1월 최우수 사업단으로 선정됐다. 이번 평가에서 울산시는 다수의 신규 연구과제 발굴과 추진 연구과제의 사업화 가능성에 대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광역생태산업단지 구축사업은 지식경제부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이 함께 기존 재래형 산업단지에 지속가능한 녹색산업단지로 도약한다는 취지로 진행됐다. 이에 따라 지자체 8곳이 참여, 현재 활발하게 사업을 운영 중이다.

울산시는 지난해 6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진행된 2단계 1차년도 사업기간동안 국가 및 일반사업단지 내 기업 간 폐열 및 부산물의 재이용을 위한 10건의 아이템(기획과제 5건, 연구과제 5건)을 발굴, 연구과제로 추진하고 그 중 4건을 사업화에 성공했다.

아울러 울산EIP사업단은 2차년도 사업에도 이미 18건의 산업공생 아이템을 준비하고 있어 사업성과의 지속적으로 확대가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열린 프로젝트 운영 효율 높인다
 
생태산업단지 프로젝트는 울산·경기·경북·충북·전남·전북·대구·부산 등 사업지역으로 선정된 8개 거점지역 내 산업단지 입주기업이라면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다.

일단 발굴되거나 신청된 과제는 사업단과 신청기업이 함께 과제수행계획서를 작성하고 지역운영위원회가 이를 추천한다. 평가위원회에서 오염물질절감 가능성, 에너지효율성 등 사업 타당성을 기준으로 과제를 평가하면 전담기관인 산업단지공단이 이를 해당 지역 생태산업단지 사업단에 통보한다. 해당 평가에 이의가 있을 경우 사업단은 평가위원회에 재평가를 요청할 수 있고 이의가 없으면 지식경제부에서 과제를 확정한다.

생태산업단지 과제로 신청할 수 있는 사업은 자원 재활용에서부터 인력양성까지 다양하다.

오염량 조사와 같은 기초통계 조사사업과 기업 간 자원 및 에너지 연계 이용, 자원 및 에너지 종합관리시스템 구축, 전문가 양성 및 홍보사업, 환경갈등 해소 사업 등이 그 대상이다. 이밖에 국제협력사업과 지식경제부장관이 생태산업단지 구축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업 등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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