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자동차산업, 새로운 도약 필요

[투데이에너지 이종수 기자] 환경부가 대기 질 개선을 위해 지난 98년부터 시작한 천연가스자동차(CNG버스) 보급 정책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 CNG자동차는 CNG하이브리드버스와 수소-천연가스(HCNG) 하이브리드버스로의 변모를 준비하고 있는 단계다.

반면 LNG자동차는 빛도 못 보고 저무는 분위기다. 환경부가 추진하기로 했던 LNG버스 시범사업이 무산됐다. 국토해양부가 추진하는 LNG화물차 보급은 지지부진한 상태로 사업을 접어야 할 지 아니면 계속 해야 할 지 검토 단계에 있다.

한편 LNG를 연료로 하는 LNG선박 등 다양한 천연가스 수송수단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천연가스 자동차 시장을 총체적으로 점검해본다. 


■ CNG자동차 ‘성공적’

환경부는 대기환경 개선을 위해 전국 시내버스(경유)를 CNG버스로 교체하는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민간부문에서는 CNG개조 승용차가 운행되고 있다.

한국천연가스차량협회의 통계(2010년 6월 현재)에 따르면 국내에는 총 2만7,472대의 천연가스자동차가 보급됐다. 이 중 CNG버스와 CNG청소차가 각각 2만4,739대, 892대가 보급됐다.

CNG개조 승용차는 1,841대로 집계됐다. CNG충전소는 2010년 9월말 현재 166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환경부는 2014년까지 전국 시내버스 전량을 CNG버스로 교체하고 충전소 440기를 보급할 계획이다.

CNG자동차는 ‘환경’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일단 대기환경 개선 측면에서 합격점을 받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서울시의 경우 천연가스자동차 보급사업 및 배출가스 저감사업(2005년부터 시행) 등을 추진한 결과 미세먼지(PM10) 오염도가 2000년 65㎍/㎥에서 2004년 59㎍/㎥, 2008년 53㎍/㎥으로 감소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해외진출 지원에 힘입어 천연가스자동차 관련 수출실적이 2005년 3,300만달러(6개 업체)에서 2007년 1억1,840만 달러, 2008년 1억8,900만 달러(14개 업체)로 대폭 증가하고 있다.

단순히 제품수출에서 벗어나 한국 관련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현지에서 직접 CNG사업을 추진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올해 1월 엔케이가 우즈벡에서 12만개의 CNG용기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하고 코오롱 아이넷이 충전소 50개를 건설·운영하는 내용의 합작투자합의서를 체결한 사례가 있다.

동남아시아 등 CNG인프라가 부족한 국가들은 우리나라의 CNG자동차 보급정책 및 기술을 배우는데 집중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행당동 CNG버스 폭발사고가 보여준 것처럼 CNG자동차의 안전성 확보는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CNG버스는 CNG하이브리드버스와 HCNG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배출가스 규제기준 강화에 따른 환경성 제고를 위해 CNG버스에 대한 기술개발이 시급하다는 지적과 연결된다.

환경부는 CNG 하이브리드버스 시범보급 사업을 거쳐 2012년 이후부터 단계적으로 경유ㆍCNG 시내버스 대ㆍ폐차용으로 보급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CNG 하이브리드버스 보급 시 경유대비 대당 5,186만원, CNG대비 2,151만원의 환경편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CNG대비 대당 6,778만원의 연료비 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환경부는 미래 천연가스자동차로 HCNG 하이브리드버스를 보급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된 연구개발이 한국가스공사 등에서 진행되고 있다. HCNG 버스 실증사업을 거쳐 2015년부터 단계별로 HCNG 하이브리드 버스를 보급한다는 게 환경부의 계획이다.

한정옥 한국가스공사 연구개발원 수석연구원은 “HCNG자동차는 저NOX 특성으로 EURO 6에 대응이 가능하고 수소경제를 견인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며 “다만 충전 인프라가 관건인데 국내의 경우 전국적인 천연가스 배관망 및 CNG충전소를 보유하고 있어 HCNG 도입 여건이 좋다”고 밝혔다.

한 연구원은 “미국, 일본 등 해외처럼 CNG, HCNG, H₂복합 충전소를 도입하면 인프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민간부문에서의 CNG개조차량 시장도 점차 확대될 지 주목된다. 지난해 행당동 CNG버스 폭발사고 이후 CNG개조차량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지만 최근 법인택시를 중심으로 CNG개조차량 시장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 최대 도시가스기업 삼천리는 지난 7월8일 택시업체인 대신교통과 인천시 첫 CNG전환(CNG+LPG) 법인택시의 시범운영을 기념하는 행사를 가졌다. 3개월간의 시범운영 기간을 거친 후 법인택시의 CNG 전환을 점차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대한도시가스는 법인택시 CNG 연료전환 100대를 목표로 CNG택시 보급을 적극 추진해 왔다. 그 결과 두 개의 법인 택시회사 177대에 대한 CNG 연료전환을 약정하고 지난해까지 163대의 CNG전환을 달성했다. 올해 나머지 14대의 CNG전환을 진행하고 있다.

대한도시가스의 관계자는 “수송용 CNG연료비는 LPG보다 약 66% 저렴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고 연간 차량개조 비용의 회수기간은 1년 정도 소요돼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도시가스에 따르면 전국 택시(법인/개인)는 약 25만대로 이를 도시가스 판매량으로 환산하면 연간 25억㎥에 이른다.

그러나 택시 연료를 점령하고 있는 LPG업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충전소 인프라 부족도 CNG전환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CNG산업의 새로운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삼천리의 한 관계자는 “2000~2009년까지는 정부의 녹색성장 및 대기환경개선 노력으로 CNG버스로의 전환과 충전소 건설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CNG산업이 크게 성장했지만 앞으로는 시내버스 중심의 CNG산업은 성장한계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LNG자동차 ‘불투명’

반면 LNG자동차 보급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환경부가 장거리 운행용으로 LNG자동차 보급 타당성을 검토했지만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이에 따라 당초 추진키로 했던 LNG리무진버스 시범사업은 무산됐다.

환경부의 관계자는 “LNG버스는 CNG버스와 대비했을 때 환경적인 편익에서 거의 차이가 없고 CNG버스보다 가격이 비싸다”라며 “CNG버스보다 더 많은 보조금을 지원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전제조건으로 LNG가격을 낮추고 LNG충전소 확보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가스공사가 난처해졌다. 건설해놓은 인천공항LNG충전소가 무용지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LNG개조화물차 보급도 지지부진해 인천공항LNG충전소를 철거해야 할 지 고민하고 있다.

충전소 문제도 있지만 LNG버스 보급 활성화를 통한 ‘수송용 천연가스 판매 확대’를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이 가스공사가 크게 아쉬워하는 대목이다.

국토해양부가 추진하는 LNG화물차 보급은 존폐 위기에 놓여 있다. 국토부는 지난 2008년 6월 화물연대 파업 시 화물차의 유류비용 부담 완화 및 친환경 물류교통을 위해 LNG화물차(경유+LNG 혼소)를 보급키로 했다.

그러나 LNG전환 시 출력 저하와 LNG충전소 부족은 물론 경유화물차에 대한 연료비 보조금 지급, 충전소 부족에 따른 공차거리, 경유와 LNG가격 격차 감소 등으로 인한 경제성 미흡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토부가 대당 개조비용을 2,000만원에서 2,25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지만 LNG화물차 보급 활성화에는 역부족이었다.

현재 국토해양부는 LNG화물차 보급사업을 재검토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충전소 인프라 부족 등 현 상태로는 LNG화물차 보급사업이 힘들고 특단의 조치 없이는 사업을 지속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민간부문에도 LNG충전소 건설이 허용됐지만 충전소 건설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 다양한 수송수단 등장하나

천연가스자동차 외에도 선박, 철도 등 다양한 수송수단에 천연가스 연료를 적용하는 연구개발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LNG를 연료로 하는 선박 보급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 최근 선박강국인 노르웨이를 중심으로 북유럽에서 LNG 추진선박 보급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국내에서는 선박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규정하는 도시가스사업법 시행규칙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 4월 조경태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위원이 주최하고 한국천연가스차량협회가 주관한 ‘친환경 수송수단 보급 활성화를 위한 포럼’이 주목을 받았다.

이번 포럼에서 권오익 대우조선해양 이사는 “최근 국제해사기구가 선박에 대해 환경규제를 강화하고 있고 연료유 가격 상승으로 친환경 선박 개발 보급이 요구되고 있다”라며 “LNG 추진 선박은 환경적, 경제적 측면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권 이사는 “LNG 추진 선박이 보급되기 위해선 LNG 벙커링 인프라 구축 및 LNG의 안정적 공급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라며 “현재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국내 조선사는 LNG 추진 선박 개발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와 한국가스공사 연구개발원이 LNG를 추진연료로 하는 선박에 LNG연료를 공급하는 벙커링(Bunkering)시스템 연구 및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벙커링은 추진·조정장치를 사용하기 위해 배의 벙커나 탱크에 연료를 채우는 작업을 말한다. 이는 향후 LNG추진 선박의 성공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요소이다. 벙커링시스템이 개발되면 해상에서 LNG연료 공급선(주유선박)이 LNG를 필요로 하는 LNG선박에 바로 연료를 주입할 수 있게 된다.

LNG선박 보급에 있어서 핵심인 벙커링시스템 연구개발에는 어느 정도 리스크가 있고 많은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그 징검다리로 도서지역을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어 주목된다.

이는 도서(섬)지역의 발전연료를 디젤에서 LNG로 전환하는 동시에 LNG선박에 LNG를 공급하는 사업모델이다. 하지만 도서지역의 환경이 열악해 육지에서의 LNG위성기지 건설 방식으로는 경제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가스공사 연구개발원의 관계자는 “기술적인 문제, 안전성도 검토해야 하는 등 도서지역 환경에 맞는 LNG공급 방식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내 조선사들은 LNG추진선박이 향후 5년 이내에 매년 10척 이상, 5년 후에는 매년 100척 가량 건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NG를 연료로 하는 철도도 등장할지 주목된다. 박덕신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박사는 “디젤철도차량은 매연, 질소산화물 등 오염물질을 다량으로 배출하고 있고 선진국에서는 철도차량에 대해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와 동등 수준의 엄격한 배출가스 규제를 시행할 예정”이라며 “또 국제원유가격 상승으로 철도차량 운영비용이 급증하고 있어 그린에너지를 이용한 친환경 철도차량 보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박사는 “디젤철도차량을 천연가스 철도로 전환 시 미세먼지의 90%, 질소산화물의 40% 이상을 줄일 수 있고 연간 15만톤 이상의 이산화탄소 저감이 가능하다”라며 “연료비 절감액으로 2~6년 내 투자비 회수가 가능하고 개조비용은 국고에서 지원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개선방향은

지난해 행당동 CNG버스 폭발사고 이후 클린디젤 차량이 부각되고 있고 세계적인 환경규제 강화에 따라 천연가스자동차에 대한 기술개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획기적인 기술개발 없이는 다른 친환경자동차와의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5월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2010년도 천연가스자동차 워크숍’에서 이재현 환경부 기후대기정책관은 타 차종과 차별화된 천연가스자동차 기술개발이 이뤄지지 않으면 향후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정책관은 “천연가스자동차 보급은 대기 질 개선과 에너지 다변화를 위한 의미 있는 행보였으며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는 사업”이라며 “최근 4~5년간 많은 변화를 모색했어야 했는데도 불구하고 현재 많이 느슨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천연가스자동차업계가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해왔는지, 타 차종에 비해 유리한 상황에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연비문제, 편의성 제공 등 타 차종과 차별화할 수 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기동 한국가스공사 연구개발원 책임연구원도 “대기오염 저감, 에너지절약 등을 목표로 자동차 배출가스 및 온실가스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라며 “천연가스자동차가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CNG 하이브리드버스와 HCNG버스 개발이 이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천연가스차량협회의 사업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올해 2월 정기총회 이후 지금까지도 회장은 공석으로 남아 있고 상근부회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재검토 중인 LNG화물차 보급 정책도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CNG버스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성 확보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충전 인프라 확대 또한 중요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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