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 녹색성장 위한 마스터플랜 필요”

■ 녹색성장의 비전과 전략

▲ 전재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투데이에너지] 세계는 지금 기후변화로 상징되는 ‘환경’ 위기와 고유가로 대표되는 ‘자원’ 위기에 동시에 직면해 있다. 특히 기후변화 문제는 연이은 기상재해를 유발하는 것은 물론 생태계 질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며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지금과 같이 ‘에너지다소비 체제’가 지속될 경우 지구촌이 치러야 할 기후변화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매년 세계 GDP의 5~20%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다(2006, 스턴 보고서 Stern Review). 여기에 신흥 개발도상국의 경제개발과 세계인구의 지속적인 증가는 에너지·자원 부족 현상을 부추기고 이에 따른 가격상승을 가속화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이미 자원의 효율적·환경 친화적 이용에 국력을 집중하고 있다. ‘녹색산업’, ‘녹색기술’이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자리 잡아 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존의 ‘요소투입형’ 성장방식은 환경을 해칠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 한계에 도달했다.

자원과 에너지가격이 치솟으면서 이들의 대량투입에 의존하는 경제시스템은 지속가능할 수 없게 된 것이다.

EU 등 선진 국가들은 녹색기술 육성과 환경규제를 통해 관련 산업의 성장을 이끌어내는 것은 물론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고 동시에 일자리까지 창출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자동차분야의 경우 이미 하이브리드카, 전기차, 수소차 등 저탄소 차량 제작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한창이다.

국내 상황으로 눈을 돌려보자.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에너지소비국이다. 그런데 이 에너지의 97%를 해외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향후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부과될 경우 우리나라 경제가 안게 될 부담은 상상 이상일 수 있다.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해질수록 국제사회는 점차 강한 규제를 통해 각국의 탄소배출을 강제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저탄소 녹생성장’을 향후 60년의 새로운 국가비전으로 제시한 것도 이런 세계적 트랜드 변화를 대비한 선제적 포석인 셈이다. ‘저탄소·친환경’이야말로 새로운 성장을 이끌어낼 ‘전략산업’이라는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상황에서 이런 흐름을 리드해나가지 않고는 일류 선진국가로 진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녹색성장(Green Growth)’이란 단어는 ‘환경(Green)’과 ‘성장(Growth)’ 두 가지 가치를 다 포괄하고 있다. 좋은 이미지를 가진 단어의 조합이지만 언뜻 ‘뜬구름 잡는 얘기’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환경과 성장이라는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개념의 결합은 이미 선진국에선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으로 실현되고 있다. 기존의 경제성장 패러다임을 ‘환경친화적’으로 전환하는 과정 중 파생되는 에너지·환경 관련 기술·산업에서 미래 유망품목과 신기술을 발굴해내고 기존 산업과의 상호융합도 시도해 새 성장동력과 새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녹색성장의 핵심은 경제성장을 추구하되 자원이용과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고 이를 다시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활용하는 ‘선순환구조’에 있다. 가령 석유를 대체하고 CO2 배출을 줄이기 위해 하이브리드카나 수소차를 개발·생산함으로써 경제성장을 일궈냈다면 이는 녹색성장이 구현된 모습이다.

결국 정부가 추진하려는 ‘녹색성장’은 환경과 경제성장, 두 가지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는 정부와 국민, 기업과 시민사회가 공유된 비전을 바탕으로 창의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녹색성장은 에너지·환경문제뿐만 아니라 일자리와 성장동력 확충, 기업 경쟁력과 국토 개조, 생활혁명을 포괄하는 종합적 국가비전이다. 교통, 건축, 문화 등 모든 사회·경제활동과 사회 시스템을 포함하며 심지어 개인의 라이프스타일도 포함되는 광범위한 개념인 셈이다.

녹색성장의 비전은 어떻게 구체화될 수 있을까? 우선 녹색기술과 녹색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화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경제성장을 추구하면서도 기존의 ‘경제성장→환경훼손’의 악순환 고리를 끊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우리의 강점인 IT·BT·NT 기술을 녹색기술로 연결할 경우 기존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고부가가치 ‘지식집약형’ 산업구조로 전환할 수 있다. 동시에 온실가스 감축 등 국제 환경규제에 대응한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


■ 현안과제는 지속가능한 성장

녹색정책도 결국은 방법을 달리하는 성장정책이라 할 수 있고 광의의 의미에서 볼 때 산업정책의 일환이다. 녹색성장의 필요성이 대두된 여러 요인 중의 하나가 성장의 후유증과 시장 실패를 교정할 필요성 때문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좀 더 분명해 진다.

환경과 경제성장이 조화를 이루고 각각의 가치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이 녹색성장의 비전이라 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경제 주체와 경제발전 정도에 따라 양자의 비중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먼저 국가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아직도 성장이 더 중요하고 필요한 나라라고 스스로 간주하고 있다. 단적인 예가 우리나라가 교토 기후변화협약 의무 이행국에 가입하지 않은 사실이다.

미국 오바마 신정부의 Pogressive Growth 정책도 성장과 형평성, 이동성 등의 가치에서 성장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데 이는 성장이 국민 생활수준 향상의 핵심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 녹색성장은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성장 메커니즘

저탄소 녹색성장은 저탄소 경제 이행과정에서 단기적으로는 많은 고통과 비용을 수반한다. 달리 표현하면 녹색성장이 표방하는 미래의 실상과는 달리 녹색성장 정책은 인기가 없는 정책이기 때문에 실제 정책 이행과정에서는 많은 저항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단기적으로 높은 에너지 가격, 경우에 따라 탄소세, 환경세 부과, 새로운 녹색 규제와 님비현상 발생 등 국민과의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우리의 생활, 경제, 환경 전반에 걸쳐 일대 혁신이 필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교육과 홍보다. 저탄소 경제로 제대로 이행되면 지금은 힘들지만 우리 경제와 삶의 질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리고 국민들의 협조를 받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녹색성장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사안이 아니라 반듯이 해야 하는 현안이라는 사실도 널리 알려 사안의 중요성과 심각성을 정부와 국민이 공유할 필요가 있다.


■ 선택과 집중

녹색성장은 위기와 기회라는 기로에서 승자와 패자의 운명이 판가름 나는 현안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반 산업의 전략적 선택이다.

백화점식 산업육성은 지양하고 전략 산업의 선택과 이를 중점 육성하는 집중화 전략이 필요하다. 전략산업의 선택과 집중적 육성이 녹색성장 경제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전문가들의 연구 및 자문, 다른 국가들의 동향을 면밀하게 분석해 신중하게 전략산업을 선정토록 해야 한다.

정부는 중앙 차원에서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녹색성장 정책을 정리·개편해 중앙 차원에서 모태가 되는 녹색성장 전략의 비전과 세부 실천계획들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녹색성장 전략은 기존 경제정책과 산업정책의 수정이기 때문에 중앙차원에서 기존 정책을 수정하면 지방정부에서도 이에 부합하는 적절하게 정책을 변경한 후 지방정부 차원에서 녹색성장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마스터플랜에는 현재의 경제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에 녹색성장 전략을 위기 전략과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이 우선적으로 강구돼야 한다.

세부적으로는 중앙의 정책 기조를 지방정책과 연계시키고 초광역 사업 확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신중한 접근, 자연을 활용하고 성장과 연계시킬 수 있는 방안, 권역별 차별적 계획수립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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