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송용 연료 시장 놓고 에너지업계 ‘경쟁’

[투데이에너지 조대인 기자] 수송용 에너지시장을 놓고 친환경 논쟁은 물론 세제개편 방향성을 놓고 에너지업계간 각축전이 전개되고 있다.

2012년을 끝으로 교통에너지환경세가 일몰되기 때문에 기후변화와 녹색성장에 대한 정부 정책방향에 걸맞게 탄소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과 현행 수송용 에너지가격체계의 주요 골자를 유지하되 수송용으로 새로 편입되는 CNG를 포함해 일부 세율을 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특히 수송용 에너지업계간 의견 조율이 쉽지 않고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물론 국회에서도 수송용 에너지 시장의 가격체계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이를 반영해 지난 4월부터 유일호 한나라당 의원실, 이용섭 민주당 의원실, 경실련 갈등해소센터는 국민적 공감대에 기초한 친환경에너지세제개편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는 물론 산업계, 소비자단체, 환경단체, 국책기관, 전문가 등 각계 각층에서 참여하는 5차 연속기획토론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탄소세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는 정부를 비롯해 학계, 업계 등에서 공감대가 이뤄졌지만 탄소세 도입시기와 방법 등과 같은 세부 추진 방향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렸다.

탄소세가 도입되더라도 단계적 추진이 불가피하며 기업의 경쟁력 약화와 배출권거래제에 대한 보완 문제, 에너지빈곤층 등 각종 보조금 제도 개선, 전기요금 현실화와 유류세 문제 등도 세부적인 해결이 선결돼야 할 과제로 부상했다.

정부는 물론 각계 의견이 한군데로 결집되지 못했지만 ‘온실가스감축 및 환경에너지세제개편방안 연속기획 5차 토론회’에서는 에너지세제개편 7대 원칙으로 △온실가스 감축 및 녹색성장 지원을 위한 환경세 개혁 논의 필요 △세입 측면의 탄소세 도입 시 국민부담 최소화 △세출측면에서 에너지와 환경 관련 재정지출 증대 필요 △기존 에너지세제 구조를 재평가하되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믹스 고려 △수송용 유류를 포함한 에너지소비가 유발하는 사회적 비용을 재평가하고 수송용 연료간 과세형평성 도모 △난방용세제는 당분간 전기요금과 통합 관점 하에서 낮은 세율로 운용 △에너지 보조금 문제의 점진적 해결 등을 도출했다.

또한 에너지세제개편의 3대 과제로 △환경세 도입방식 문제 △환경세 도입과 유류세의 인하 문제 △유가보조금 축소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방향성을 도출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성과를 찾을 수 있다.

수송용 연료를 둘러싸고 대두되고 있는 탄소세 도입과 에너지세제개편은 급격히 추진되기보다 각 업계 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 상호간에도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바라보는 시각차이가 존재하는 만큼 단계적 추진이 불가피하며 전기요금, 자동차세 등과 함께 검토하는 과정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 친환경 자동차 기술 진화한다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이 독점해왔던 수송용 연료시장이 IMF를 맞으며 RV차량을 중심으로 LPG자동차가 증가하며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13% 안팎의 점유율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한 국제유가가 100달러 시대에 진입하면서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보다 저렴한 수송용 연료에 정부는 물론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LPG와 전기를 접목하거나 휘발유 또는 경유에 전기를 접목한 하이브리드 기술이 개발돼 자동차 시장에도 연료비는 적게 들며 주행거리는 오히려 늘어나는 에너지효율에 대한 기대와 수요가 본격화되고 있다.

수송용 자동차 연료시장에 대한 기술 진화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바이퓨얼, 즉 LPG, CNG 또는 석유제품에 한정된 연료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가격측면에서 상대적인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연료를 추가할 수 있는 듀얼 연료시스템이 결합되고 있다.

LPG와 물성이 비슷한 DME도 수송용 연료로 활용해 친환경 자동차를 개발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정부에서는 가스공사와 석유관리원 등에서 개발한 개조 차량에 LPG와 DME를 혼합한 연료를 사용한 시범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향후 디젤 대체연료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검토 중에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경유자동차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자동차사와 석유업계는 클린디젤차의 고연비, 친환경성을 강조하면서 환경개선부담금 면제, 경유에 부가되는 세금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연비는 물론 성능이 우수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절감할 수 있는 디젤 하이브리드버스 보급을 위해 부산, 대구, 대전, 서울, 과천 등에 전달돼 시범사업을 통해 운행과 성능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화석연료를 중심으로 한 기존 자동차 연료에서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바이오연료가 주목을 받고 있다.

해조류는 물론 바이오매스, 폐식용유, 동물성 유지 등으로 확보된 기름을 바이오디젤로 만들거나 바이오에탄올, 그리고 연료전지로 움직이는 자동차도 앞으로 친환경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바꿔줄 수 있는 연료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 다양한 전문가들이 수송분야 세제개편 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 수송용 시장이 주목받는 이유

취사 및 난방용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시장은 전기와 도시가스, LPG, 지역난방, 지열과 태양광, 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 등의 진입으로 각 업계간 시장 점유가 어느 정도 구분지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수송용 시장은 정부의 세금 정책에 따라 자동차사가 경제성을 기반으로 특정 연료로 전환이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에 취사 및 난방용 시장이 정적 시장이라면 수송용 시장은 동적 시장이라 할 것이다.

탄소세 또는 환경세적 기능을 강화한 제3차 에너지세제개편이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에너지업계는 정부가 제시하는 방향대로 움직이기보다 충분한 논리와 명분을 갖춰 각 업계에게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도록 대책마련에 고심 중이고 경쟁 업계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부도 환경세적 기능을 강화한 세제개편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고 잘못된 방향으로 세제개편이 이뤄지게 될 경우 몰고 올 정치 및 사회적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고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무리하게 이를 추진하게 될 경우 국민들로부터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우려도 고려해야 하는 입장에 놓여 있다.

특히 면세유를 비롯한 유가보조금이 혼재된 수송용 에너지시장이 조세체계를 종전보다 더 왜곡시킬 리스크를 증가시킬 우려도 적지 않지만 이것을 바로잡지 않았을 때 친환경 및 효율적인 조세체계 구조로의 개선은 쉽지 않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시작으로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각 정당은 물론 정부에서도 에너지세제개편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데 인색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 자동차 시장서 LPG-CNG 경쟁

대기환경개선을 위해 기존 디젤버스가 청정연료임을 앞세워 2만대가 넘게 CNG버스로 교체된 이후 일반 자동차에도 CNG를 접목하면서 수송용 시장에서 기존 휘발유와 경유자동차에서 점유율을 높여나가던 LPG자동차의 성장을 CNG승용차가 발목을 잡는 모습이 전개되고 있다.

수송용 시장에서 CNG차량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이 아직 높지 않기 때문에 교통에너지환경세를 비롯한 다른 연료에서 부과되고 있는 세금이 붙지 않고 있다.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유리한 입장을 확보하고 있는 CNG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LPG-CNG 겸용 택시마저 등장하며 택시를 중심으로 한 LPG자동차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현재 구조 변경, 즉 개조에 대한 법적 제한이 없기 때문에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CNG로 차량으로 개조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으며 택시업계도 경영난 타개책의 하나로 CNG택시 도입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면서 LPG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2005년까지만 하더라도 CNG차 개조 대수는 연간 10여대 정도에 불과했지만 연료비가 저렴하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개조 대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 프리우스를 LPG엔진으로 개조한 차량 모습.

CNG버스 용기의 폭발 등 안전성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경제성 측면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CNG자동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충전소 등 인프라가 어느정도 확대될 수 있느냐가 승패를 좌우하고 있다.

CNG차량이 점차 확대될 경우 정부는 세수 감소를 이유로 CNG에 세금을 부과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LPG택시와 마찬가지로 대중교통인 버스 요금 인상압력에 부딪치게 돼 대중 교통수단에 대한 보조금 지급, 일반 승용차 시장은 LPG와 마찬가지로 세금이 부과하는 방안으로 가닥이 잡힐 것이 유력해 보인다.

전기자동차를 비롯해 연료전지 자동차는 현재 수송용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가 미미하지만 앞으로 수송용 연료 시장을 이끌어 갈 차세대 주자로 꼽히고 있다.

전기요금이 생산원가보다 낮게 책정돼 있기 때문에 주목받을 자동차이지만 전기차의 급격한 증가는 세수 감소와 함께 전기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 부담을 비롯한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각국에서도 유한한 화석연료가 고갈된 이후 또는 고갈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수송용 연료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시험, 시도를 전개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은 공급 인프라를 설치하는데 따르는 비용이 과다하게 지출되기 때문에 환경과 경제성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찾아 가고 있는 과정에 있다.


■ 사회적 합의 기반 세제개편

다양한 형태의 연료를 사용하는 수송용 차량을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수송용 연료공급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것이 정부로서도 좋은 방안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나 에너지의 대부분의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여건을 고려할 때 쉽지 않다.

또한 자동차 제작사 입장에서도 휘발유와 경유차량을 비롯해 LPG, CNG 및 전기, 연료전지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차량을 제작하고 판매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경제성과 에너지효율성 측면에서 선택과 집중이 수송용 연료에도 요구될 수밖에 없고 이를 고려한 에너지세제개편 추진이 합리적일 것이다.

현행 수송용 에너지세제는 대기오염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충분히 반영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는 전문가들이나 업계에서도 공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에너지 소비로 인한 환경오염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시장 가격으로 내부화하는 과정을 밟아 수송용 연료시장을 세수중립적으로 만들고 에너지빈곤층 등을 고려한 세부담 완화와 연계된 세제개편 방향을 수립하는 것이 일면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전력부문에 대한 면세, 환경유해보조금의 감축을 통한 에너지 소비감소, 대기오염물질 및 이산화배출량 감축, 감축재원의 기후변화대책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와 이를 반영하는 방안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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