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에너지사업 구조, 전면 재검토 필요

[투데이에너지 김나영 기자] 정부가 고유가시대에 접어들면서 화석연료는 적게 사용하면서 효율은 극대화 할 수 있는 열병합발전시스템을 활용한 집단에너지를 확대, 시행키로 하면서 이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집단에너지는 화석연료인 천연가스(LNG)를 기본 연료로 사용하고 있지만 그 외에 상당부분 소각열·폐열 등을 활용함으로써 여타 에너지원에 비해 효율은 높고 비용은 저렴한 열을 공급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인구가 밀집될 것으로 예상되는 일정규모 이상의 신규개발지구나 재개발지구에 집단에너지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는 집단에너지가 열병합발전시스템으로써 적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만 열과 전기를 모두 생산해 원자력발전으로 인한 방사능 노출 우려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같은 열량을 사용하더라도 열이 생산되는 원가가 낮아 상대적으로 낮은 요금으로 에너지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러한 집중적인 관심을 받으면서도 집단에너지업계는 사업자간 양극화 현상으로 사업의 존폐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9월1일 22개월만에 한국지역난방공사는 국제유가와 주 연료인 LNG요금 인상 등의 요인으로 연료비 인상분을 반영, 열요금 6.9% 인상을 단행했다. 이로써 고사 직전의 집단에너지업계에 물꼬를 트는 것처럼 보였으나 실상은 아직도 역부족이라는게 업계의 의견이다.

이에 따라 집단에너지사업의 구조적 문제를 되짚어 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 집단에너지사업의 구조

현행 집단에너지사업은 정부가 집단에너지공급 지역을 지정하게 되면 그에 따른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공고에 들어가게 된다.

이 때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은 사업권을 획득하기 위해 사업적합성여부에 대한 서류를 제출하게 되는데 열요금부분에서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열요금 체계를 따르겠다’는 내용이 사업자 선정에 큰 영향력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사업자들은 사업권을 획득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이같은 내용에 동의를 하고 있다고 업계는 주장했다.

인근에 폐열을 다량 확보하고 있는 사업자의 경우 한난의 요금체계를 따르는 것은 큰 무리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은 폐열보다는 LNG나 벙커C유 등의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있어 국제유가의 등락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최근 국제유가의 폭등으로 벙커C유를 주 연료로 사용하고 있는 집단에너지사업자의 경우 고유가 행진이 지속된다면 올 겨울 난방열을 공급하는데 많은 애로사항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겨울에도 벙커C유를 주 연료로 사용하고 있는 대표적 사업자인 대전열병합발전과 대성 코젠사업부 등은 난방열을 판매하면 할수록 오히려 적자를 기록하는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은 이와 함께 집단에너지용 LNG요금 제도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나섰다. 한국가스공사가 집단에너지용 LNG를 공급하는데 있어서 같은 전력생산용임에도 불구하고 100MW 이상인 대형열병합발전소(대형CHP) 보다 100MW 이하인 소형열병합발전소(소형CHP)에 더 비싼 요금을 적용하고 있는 것도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현재 대형CHP용은 665.17원/N㎥을, 소형CHP용에는 759.61원/N㎥을 적용함에 따라 동절기 기준으로 약 14%정도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또한 같은 서민 난방용임에도 일반 주택용에 비해 집단에너지 보조보일러인 열전용 보일러용이 약 6%정도 LNG도매요금 단가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용의 경우 745.57원/N㎥인 것에 비해 열전용 보일러는 789.01원/N㎥이다.

한국지역냉난방협회의 관계자는 “LNG연료 도입비용은 발전소시설 규모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배분해야 된다”라며 “도매공급비용에서도 대형CHP 또는 소형CHP의 LNG사용 패턴이 유사하므로 동일하게 배분해야 하지만 소형CHP에 과다하게 산정돼 있다”고 전했다.

해외도입 LNG 원료비는 주택용과 열전용 보일러용이 동일해야하지만 열전용 보일러용이 20.1원/N㎥이 더 높다는 것이다. 아울러 도매공급비용에 있어서도 열전용 보일러용이 대형시설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23.34원/N㎥ 더 높게 책정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가스공사가 2009년 6월27일 ‘도매공급비용’을 산정하는데 ‘동절기 초과물량 기준’을 더욱 강화시킴에 따라 집단에너지용 LNG요금에 많은 비용을 배부함으로써 집단에너지용 LNG요금이 고가로 산정됐다는 설명이다.

집단에너지업계는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동절기 혹한기가 새롭게 발생, 동절기와 하절기 LNG 수요차이가 크게 발생하는데도 불구하고 가스공사는 단순히 동·하절기 가스수요만을 중심으로 공급비용을 배분하고 있어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단에너지업계는 이와 관련해 집단에너지사업의 구조적 문제점을 파악해 전면 재개편해야 할 것을 강조하고 나섰다.


■ 22개월만에 열요금 인상

구조적인 문제와 더불어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열요금 연동제가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다.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은 사업권획득 시 한난의 요금에 따른다는 내용을 대부분의 사업자가 포함하고 있어 이에 해당하는 사업자는 한난이 매 분기별(3월, 6월, 9월, 12월) 요금을 결정해 고시하면 모두 따르게 돼 있다.

하지만 한난의 경우 공기관으로서 중심을 지켜야하기 때문에 서민물가안정 차원에서 열요금을 올리는 것은 수월하지 않으나 생활쓰레기 소각장 등에서 발생하는 대규모의 소각열 또는 폐열을 확보하고 있어 열요금을 상당수 보조할 수 있다.

무엇보다 대형CHP를 보유하고 있어 LNG를 공급받는데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반 집단에너지사업자가 한난의 요금을 무조건적으로 따라가야 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강조해 왔다.

결국 그동안 서민물가안정을 이유로 장기간 동결해 왔던 열요금을 인상해 달라는 말이다. 이에 대해 정부도 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한난은 9월1일자로 열요금을 6.9%를 올리기로하고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고시했다. 이달 열요금이 오른 건 2009년 11월 3.52% 인상 이후 22개월만이다. 지난해 8월과 올해 3월에는 각각 3.95%, 1% 내렸으며 나머지는 모두 동결조치 된 바 있다.

현행법상 집단에너지 열요금은 연료비연동제에 따라 매년 네 차례 조정된다. 요금 안정성을 위해 3·9월 정기조정시 변동률이 ±1% 이상일 경우, 6·12월 임시조정시 변동율은 ±3% 이상일 경우에만 반영하도록 돼 있다.

한난은 열요금인상과 관련해 전체 생산원가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0% 이상인 상황에서 요금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앞서 발전용 LNG요금은 올 상반기 10% 인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물가안정을 고려해 인상요인을 다 반영하지 못한 수치다. 한난 또한 원가상승분을 요금에 반영하지 못한 탓에 2분기 영업실적이 101억7,000만원의 손실을 기록,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 국내 집단에너지사업 발전 방안

국내 집단에너지사업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난방 또는 열병합발전 보급 목표량 설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에너지관리공단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최근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집단에너지 녹색발전 협의체’를 발족하고 ‘정책동향 리뷰 & 국내 집단에너지사업 발전 방향’에 대해 재점검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협의체는 해외사례발표를 통해 우리나라가 이를 보고 얻어야 하는 것에 대해 설명했다. 국내 집단에너지 발전을 위해서는 집단에너지 보급 잠재량과 에너지절감 잠재량 등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기술 보급·자립도 수준 높여야

해외사례 벤치마킹 '불가피'

또한 탈화석에너지화를 추구, 연료의 다변화를 목표로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집단에너지에는 LNG가 61.3%, 소각열을 포함한 외부수열이 26.9%, 유류가 10.9%로 나타났다. 하지만 유럽의 경우 LNG는 22%에 불과한 반면 바이오매스가 21%, 히트펌프를 이용한 에너지원이 13%에 달했다.

특히 협의체는 집단에너지 발전에 있어서 기술보급 수준과 기술자립 수준이 매우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효율 기자재인 콘덴싱 보일러 기술은 유럽과 동등한 위치에 올라섰지만 열병합발전소 즉 CHP기술은 극히 미미한 수준으로 CCGT CHP와 바이오퓨얼 CHP에 한발짝 들여놓은 상태라는 분석이다.

IGCC CHP와 관련해서는 국내기술이 전무한 상태이며 바이오연료를 사용한 CHP는 보급뿐만 아니라 기술도 없는 실정이다.

협의체는 우리나라의 집단에너지사업에 있어서 가장 큰 장애는 영리를 보고 사업을 경쟁시킨다는 것에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은 집단에너지사업을 비영리사업으로 보고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참여해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국내 집단에너지사업은 이미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자율경쟁 속에 놓여 있는 가운데 이제 와서 비영리사업으로 전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이 문제점으로 제기하고 있는 내용들 또한 영리를 추구하는 경쟁구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열요금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어 사업자들의 부담은 날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협의체는 효율과 온실가스 저감을 가능토록 하는 기술경쟁력과 품질경쟁력, 가격경쟁력 등 삼박자를 모두 갖춤으로써 타 난방사업자와의 경쟁 및 해외진출에도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해외사례

전 세계적으로 집단에너지사업이 보편화 돼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럽의 경우 전체 열수요 중 지역난방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러시아나 아이슬란드처럼 북부의 추운지방의 경우 집단에너지 비중이 70~90%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무엇보다 이들 나라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대부분 지열을 이용해 난방열을 공급한다는데 주목할만하다.

협의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열수요 파악이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된다. 이를 토대로 유럽은 14개국 의 열수요량을 파악, 2030년의 수요를 예측했다. 그 중 제일 눈에 띄는 나라는 단연 독일이다. 독일의 열수요는 2007년 기준 430PJ/년에서 2030년 900PJ/년으로 대폭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유럽은 지역냉난방을 열수요의 크기대로 절약이 가능한 친환경적 에너지절약 시스템으로 보고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덴마크는 1990년부터 2006년까지 지역난방보급이 초반 60%를 하회하다가 1998년에 들어서면서 80%수준으로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이제는 보급의 정점을 찍었다고 보고 유지에 돌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나라보다 왜소한 핀란드 역시 1990년부터 2007년까지 CHP보급율은 평균 70%선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안정화 돼 있다.

유럽의 주요 국가별 집단에너지 보급을 살펴보면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처럼 통합 안정권에 들어선 국가가 있는가 하면 크로아티아, 체코, 루마니아 등은 신규로 도입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노르웨이는 집단에너지를 점차 확대하고 있으며 스페인, 유나이티드 킹덤 등은 새롭게 전개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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