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자원 한계 극복한다

▲ 강정극 한국해양연구원 원장
[투데이에너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에너지전망(World Energy Outlook)’에 따르면 2030년에는 석유와 가스 매장지 생산량이 현재보다 40~60% 감소할 전망이다.

또한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은 ‘살아 있는 지구 보고서(Living Planet Report)’를 통해 인류가 매년 소비하는 자연자원은 이미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넘어섰으며 이 같은 소비가 계속된다면 2030년에는 인류의 자원소비량이 지구 두 개가 필요한 수준이 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지구 육지 면적의 두 배에 해당하는 바다, 지난 세기부터 전 세계적으로 본격적인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미지의 땅’인 이곳에 대한 세계 각국의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해양과학은 ‘미래를 읽는 기술’이다. 점차 고갈돼가는 육상 자원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며 다양한 ‘블루오션’을 내포하고 있는 희망의 공간이다.

개발가능성이 무궁무진한 해양의 자원을 비롯해 해양심층수를 활용한 그린에너지, 초대형부유식 해양구조물 건설과 같은 해양공간 이용, 바다생물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신약을 개발하는 해양천연물화학, 간척과 매립사업을 통해 토지를 조성하는 연안 개발, 심해저에서 각종 전략금속을 확보하는 해양광물자원 개발 등 우리가 바다를 통해 개척해 온 분야는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 바다에서 얻을 수 있는 각종 에너지는 미래 인류 생존과 불가결한 것으로 그 가치가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바다에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와 활용 가능한 해양자원은 무궁무진하지만 이 장에서는 최근 본격적으로 실용화 추진 단계에 들어선 두 가지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조력·조류·파력 등 바닷물의 흐름과 파도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해양에너지’가 있다. 조석간만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바닷물의 수위 차이를 이용하는 조력발전, 자연적인 조류의 흐름을 이용하여 수차발전기를 가동시키는 조류발전, 그리고 입사하는 파랑에너지를 터빈과 같은 원동기의 구동력으로 변환해 발전하는 파력발전이 이에 해당한다.

▲ 전남 울돌목에 완공된 울돌목 시험조류 발전소. 아직 상용화가 본격 실현되진 않았다.
▲ 시화호 조력발전소 전경.

 

 

 

 

 

 


이 중 조력발전은 이미 실용화단계에 들어섰다. 지난 8월29일 경기도 안산 시화방조제에서 열린 ‘시화호 조력발전소 녹색발전 기념식’은 본격적인 해양에너지 개발시대를 알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해양연구원이 한국수자원공사에 제시한 바 있는 ‘시화호 방조제를 활용한 조력발전의 가능성(1996년)’과 ‘시화호 조력발전 건설사업 종합개발 방안(2002년)’을 토대로 건설된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발전시설용량 25만4,000kW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또 올해 12월 준공과 함께 이곳의 수차(水車) 발전기가 모두 가동되면(현재 60% 가동 중) 연간 약 5억5,000만GWh의 전력을 생산함으로써 80만배럴 이상의 석유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배럴당 100달러를 적용했을 때 800억원의 원유수입 대체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규모다.

조류발전과 파력발전 또한 아직 상용화가 본격 실현되지는 않았으나 전남 울돌목에 완공된 ‘울돌목 시험조류발전소’와 제주도 용수리 전면 해상에 건설 중인 ‘방파제 연계형 파력발전소’ 등 세계적으로 해양에너지 개발의 최적지로 평가 받는 우리나라 서해안과 남해안에서 에너지 확보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다음으로 ‘바이오에너지’가 있다. 심해열수구의 고온에서 서식하는 미생물을 이용한 바이오수소의 생산과 미세조류를 이용한 바이오디젤의 생산이 대표적이다.

해양연구원은 이미 지난해 심해열수구의 고세균이 개미산(formate)을 먹이로 이용해 수소를 생성하는 동시에 생체에너지(ATP)를 만들어 증식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규명, 해당 연구 결과를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바 있다.

이 고세균은 다른 미생물보다 2배 이상인 8개의 수소화 효소군을 보유해 수소생산 효율이 매우 높으며 개미산 외에 일산화탄소를 먹이로 하기 때문에 일산화탄소 저감을 이끌어 내 환경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클로렐라, 스피룰리나 등 미세조류를 이용한 바이오디젤은 석유연료와 유사하고 상업적 대량생산이 가능하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대체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본격적인 상용화 추진 단계에 접어들었다.

해양연구원은 지난 3월 연구원 내부에 40톤급 미세조류 바이오연료 실증실험장을 준공하고 미세조류를 고밀도로 배양, 연간 약 600리터의 바이오디젤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6월에는 롯데건설, 애경유화, 호남석유화학과 함께 ‘미세조류 바이오디젤 공동연구협력 파트너십 결성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한국해양연구원과 참여기업들은 2013년 바이오연료와 고부가물질을 포함해 3,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10ha급 생산단지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바다가 지구 기후변화와 환경변화에 가장 밀접한 영향을 준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여기에 더해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앞으로는 각종 에너지의 확보에도 바다는 가장 중요한 공간이 될 것이다.

갈수록 고갈돼 가는 육상에너지에 비해 해양에너지·바이오에너지 등 바다로부터 얻을 수 있는 에너지는 태양계가 존속하는 한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고은 시인은 “사실 지구라는 이름은 오류이며 수구(水球) 또는 해구(海球)여야 하고 지구상의 6대주라는 육지는 5대양이라는 커다란 바다에 떠 있는 섬에 불과하다”라며 “몇 천 년의 시의 역사는 이제 바다 시의 시대를 맞이할 때에 이르렀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동안 인류가 지상의 삶과 문화에 고착했다면 앞으로는 바다처럼 유동과 교류의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며 인류는 이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점차 육상에서 바다로 옮겨져 가고 있는 인류의 터전, 인류 생존에 필수인 ‘에너지의 확보’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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