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23일 발생한 수원 소재 주유소 폭발사고현장
 

 

 

 

 

 

 

 

 

 

 

 

석유관리원 기능·지원 강화 ‘우선’

[투데이에너지 조대인 기자]  기름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유사석유 유통 및 판매수법이 해를 거듭할수록 지능화 및 첨단화되고 있다. 

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석유사업자 및 비석유사업자를 대상으로 품질검사를 실시한 결과 2009년 3,040개소에서 지난해에는 2,342개소, 올해에는 8월말 현재 2,120개소가 적발됐다.

특히 리모콘 조작 및 이중탱크 등 지능적인 판매수법에 대해 유관기관과 강력한 합동단속을 추진한 결과 지난해 42업소이던 것이 올해에는 73업소를 적발했다.

최근 경기도 수원과 화성 소재 주유소의 폭발사고 원인이 유사석유에서 발생한 유증기로 인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이에 따라 강도 높은 근절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반짝 높아지기도 했지만 국정감사 등 일정한 시기에만 호들갑을 떤다는 폄하된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불식하기 위해 정부는 유사석유를 팔다 적발된 주유소를 바로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물론 유사석유라는 명칭 대신 가짜석유로 바꾸겠다고 발표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겠다고 나선다는 불만도 없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편집자주


턱 없이 부족한 예산과 인력

유사석유 유통이 근절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석유제품 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유사석유 판매업자는 매출의 약 50%에 가까운 유류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은 물론 적발되더라도 최대 5,000만원의 과징금을 납부하면 돼 유사석유를 취급하는 판매업자는 정상 제품을 판매하는 곳보다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연간 1조원으로 추산됐던 유사석유로 인한 탈세 규모가 이제는 2조원을 육박하는 수준이 됐지만 이를 단속해야 할 석유관리원에 대한 예산지원과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2009년 5월 법정기관으로 출범한 석유관리원은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품질검사 △비석유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유사석유제품 취급자 단속검사 △석유제품 품질향상 및 유해 배출가스 저감을 위한 조사 및 연구 등 기존 업무는 물론 △석유사업자 및 비석유사업자의 장부·서류 열람, 출입·검사 △무자료거래, 정량미달 판매 등 유통질서 저해행위 단속 △석유사업자 등의 거래상황보고 자료 분석 및 활용 △석유사업자의 저장시설 등 등록사항 준수여부 확인 등 석유유통관리업무 전반을 수행하기 위해 추가 인력 충당과 예산지원이 필수적이었다.

당시 146명의 추가 인력과 예산지원이 필요했지만 예산부족을 이유로 40명의 인력만 증원됐으나 공공기관 선진화계획에 따라 24명의 기존 인력이 감축돼 실제로 늘어난 인력은 13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관리원이 내년도 예산에 114명의 인원증원, 석유유통관리를 위해 31명의 인력증원을 요청했지만 예산안에는 현재 3명의 현장 점검요원만 반영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번 국감에서 박민식 의원의 “주유소의 유사석유 취급은 이제 국민의 생명까지도 위협하는 수준인데 시설에 대한 단속권한도 없고 인력도 부족한 석유관리원이 제대로 단속을 하길 바라는 것은 미션 임파서블”이라며 “예산부족만을 얘기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단속이 이뤄질 수 있는 인력, 설비 등을 충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유사석유 판매수법은 ‘진화한다’

▲ 김정관 지식경제부 2차관(우 2번째)이 폭발사고가 발생한 수원 소재 주유소에 설치된 저장탱크를 살펴보고 있다.
석유관리원의 단속이 강화되고 있지만 리모컨, 이중배관 등을 이용해 단속을 피하는 등 지능적인 유사석유 판매수법도 진화하고 있다.

석유관리원에서 단속한 지능적 유사석유 판매형태로는 과거 단속을 교묘히 피하기 위해 리모콘 및 이중배관을 이용하던 수법보다 한층 발전됐다.

주유소 지하 저장탱크를 반으로 나누는 ‘격벽식 이중탱크 설치’를 비롯해 리모콘 등 무선 조작장치가 적발되자 버튼 형식의 회로기판 및 전등 스위치로 위장한 조작장치 설치, 주유원 신발 바닥에 자석을 부착해 일정 위치의 바닥을 밟는 방식과 장갑에 자석을 부착해 주유기를 만지면 유사석유가 나오게 하는 방식, 주차요금 징수를 위해 주차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차량번호판 자동인식 프로그램’을 이용해 단속반으로 의심되는 차량이 진입하면 알람이 울리는 방법도 동원되고 있다.

또한 정품 휘발유에 들어있는 성분과 흡사한 혼합 비율을 맞추기 위해 별도의 연구장비를 갖추고 현직 연구소장까지 채용하는가 하면 단속을 피하기 위해 주말이나 야간시간대에 유사석유를 판매하고 첨단 장비를 동원하고 있어 석유관리원의 어려움은 더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석유관리원 기능과 역할 강화 절실

▲ 석유관리원 단속차량에 설치된 유사석유 간이검사장비.
석유제품 유통량을 기준으로 볼 때 유사석유로 인한 세금 탈루액 규모는 유사 휘발유가 약 5,000억원, 유사경유는 약 1조1,000억원으로 총 1조6,000억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석유제품 전체 세수 규모인 27조원의 약 6%에 해당되는 규모이다.

유사석유 적발로 3년간 차단된 세금탈루 추정액은 6,000억원에 달하고 있지만 각 지방자치단체의 전체 과징금 부과액은 약 155억원에 불과해 탈루액대비 과징금 규모가 2.6%에 불과한 실정이다. 

유사석유 유통에 따른 부작용은 세금 탈루 문제뿐만 아니라 대기환경오염, 인체 유해물질 배출, 차량 손상 등에 따른 대형사고 유발에 대한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

이와 함께 유사석유를 이용해 주변보다 저렴한 기름값을 게시해 자동차 운전자를 유혹하기 십상이어서 정상적인 석유판매업자의 영업활동을 방해하게 되는 것은 물론 석유 유통질서마저 어지럽히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정유사의 폴사인 주유소나 무폴 주유소 등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문구가 ‘정량, 정품’이다.

법적 절차를 거쳐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주유소라면 정품, 정량을 당연히 준수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곳이 적지 않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자동차 운전자들이 또는 기름 보일러를 사용하는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석유제품이 혹시 유사석유일지도 모른다는 시그널을 주지 않기 위해서는 결국 석유제품에 대한 철저한 품질관리가 이뤄지고 유사석유가 유입될 수 없는 시스템 구축이 절실해진다.

결국 석유제품에 대한 검사와 유통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석유관리원에 대한 예산 및 인력지원이 충분히 이뤄지고 지자체는 물론 경찰 등과의 유기적 협조체계가 구축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그 무엇보다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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