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인증 3개월 5억원  vs  해외인증 1년 15억원

풍력시장 기술사대주의 흐름 심각

한국선급이 KAS(한국제품인정제도)로부터 풍력분야 국제 공인인증기관으로 선정됐지만 국내 풍력시스템기업들은 해외 인증기관을 통한 인증절차를 계속하고 있다. 국내 풍력시장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국내 인증기관의 실적 확보는 필수적이지만 실적 부족을 이유로 해외시장으로부터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판단해 국내기업 마저도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풍력시장의 국내 인증기관 외면 실태를 파악하고 국제적 수준의 국내 풍력인증체계 구축을 위해 정부, 기업, 인증기관이 추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대관령 풍력실증단지 전경.
▲풍력발전기용 감속기 시험장면.

 

 

 

 

 

국내 대형 풍력 인증체계 보완 필요

[투데이에너지] 국내 풍력기업들이 해외 인증기관에 몰리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대형 풍력발전기 인증시스템이 국내에 제대로 구축되지 못한 점이다.

현재 중대형 풍력발전기 인증을 위해 검사기관으로 지정된 한국선급의 설계평가 외에 한국표준과학연구원(블레이드시험, 소음시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출력 및 하중시험), 전력연구원(전력품질시험) 등의 성능평가는 업무범위가 30~750kW로 한정돼 3MW 이상의 대형 풍력발전기에 대해서는 설비인증을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지경부는 3MW급 대형 풍력발전기에 대한 설비인증시스템을 구축해 국내 인증체계를 국제적인 수준으로 구축할 계획이지만 국내 대기업들을 국내 인증기관으로 끌어오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

세계풍력시장을 지배하는 기술사대주의

국내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구매자, 금융기관, 보험업체 등의 요구에 의해 국제인증의 획득이 필요하다. 유럽의 풍력인증산업은 또한 꽤 오랜 기간동안 인증업무를 수행해 오면서 인증기관으로서의 명성과 실적을 확고히 다져온 것이 사실이다.

해외 인증기관들의 오랜 기술노하우와는 별도로 기술사대주의에 의한 해외 인증기관 선호 또한 국내 인증기관을 외면하는 현상에 영향을 주고 있다. 

국내기업들 대부분이 해외 수출을 위해서는 반드시 해외 인증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깊게 자리잡고 있다.

일부 해외 인증기관은 역사도 비교적 짧고 기술인력 또한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인증 기술력의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파악됨에도 해외 인증기관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국내기업들이 인증을 신청하고 있다.

해외풍력시장에서는 국내 인증기관이 KAS로부터 국제적인 공신력을 인정받고 글로벌네트워크를 갖춰도 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한국선급을 다른 유력 인증기관들과 동일하게 인정하지 않는 흐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자국 인증기관의 실적을 높이기 위해 한국 인증기관을 배제하려는 기술보호주의에 입각한 유럽국가들의 견제로도 보여진다

국내기업들은 이런 시장 상황에 따라 인증을 두 번 받아 비용을 낭비하느니 해외 인증기관을 이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외 인증기관 이용에 따른 폐해는 매우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합법적인 기술력 유출 및 국부 유출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해외인증기관 이용에 따른 폐해

인증을 위해서 인증신청자는 인증기관이 요구하는 모든 도면 및 기술자료들을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해외 인증기관을 이용할 경우에는 국내의 기술력이 해외 인증기관으로 고스란히 넘어갈 위험성이 존재한다.

특히 국내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풍력발전기 관련 기술 중 상당부분이 정부의 예산 지원으로 개발된 것이어서 결과적으로 세금으로 개발된 기술이 해외 인증기관으로 합법적으로 유출되는 경로가 된다는 것이다.

발전기 용량에 따라 일정부분 차이가 있지만 설계평가는 국내 인증기관을 통하면 3~5억원 정도의 비용과 3개월의 인증기간이 소요된다. 이에 비해 해외 인증기관의 경우 매우 높은 인증수수료를 요구하기 때문에 10~15억원에 달하는 상당한 금액이 직간접적으로 소요되며 인증기간도 최소 6개월에서 1년까지 소요된다.


국내기업 입장

국내 대기업들도 국내 인증기관을 통한 풍력발전기 인증이 해외시장에서 인정된다면 굳이 해외 인증기관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풍력기업들은 국내에 풍력발전기 인증체계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아 불가항력으로 풍력발전기 인증을 해외 인증기관을 통해서 진행하는 상황이다. 특히 해외기관을 이용한 인증절차가 늘 수월한 것만은 아니다.

우선 외국 인증기관을 이용할 경우 외국어를 사용함에 따라 겪는 의사소통의 어려움, 지리적 거리로 인해 생기는 시차, 비싼 인증비용 등 현실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이런 어려움이 있음에도 국내 풍력기업들이 해외인증기관을 통해 인증을 시행하는 이유는 대외적으로 해외 인증기관을 통해 받은 인증서만이 인정받는 세계풍력시장 흐름에 있다.

한국선급을 통해서 인증을 받더라도 해외에서 인정을 안하면 풍력발전기 수출에 어려움이 생기게 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인증시스템 구축 없이는 이런 상황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


모두가 납득할 장기적 대안 필요

풍력인증은 별도의 산업설비 없이 수익을 창출하는 진정한 녹색산업이기 때문에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장기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 주도의 사업 참여 시 국내 인증체계를 거친 경우에만 설치를 허가해 국내 인증기관 실적을 올리는 일종의 쿼터제를 도입하는 것도 대안 중 하나로 고려되고 있다.

쿼터제 도입은 국내 인증기관의 실적 확보에는 유리하지만 특혜시비가 일어날 위험성이 높다. 해외시장 구매자로부터 자국기업에게만 혜택을 제공한다는 형평성 논란과 함께 정부가 주도적으로 전문성이 결여된 제품의 실적만 확보했다는 의심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가 제공한 테스트베드에서 의무적으로 국내 인증기관을 거친 풍력발전기 제품이 해외시장에 나왔을때 정부가 단지 형식적으로 제품의 실적을 올려줬을 뿐 국제적인 인증규격에 맞춰 꼼꼼하게 진행했는지 신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자국기업을 위해 주도적으로 특혜를 제공한 신뢰성 없는 제품이라는 의심을 받는 상황에 대비해 장기적인 해외 인증기관과의 협력네트워크 구축이 요구된다.

최근 정부와 한국선급이 DEWI-OCC 등 해외 인증기관과의 협약을 서두르는 것도 국제적 협력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장기적인 국내 인증체계 육성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기업들은 국내 인증기관 이용을 의무적으로 할당하는 쿼터제 방식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보조금 지원이나 인센티브 혜택을 확대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인증기관이 인증업무를 시행하기 위해 국내업체의 인증 의뢰가 계속돼야 하는 점은 인정하지만 자칫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인증을 두 번 받아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경우 발생하는 수십억원의 비용을 먼저 기업이 부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업체들은 정부가 해외인증과 국내인증을 병행해 추진하면서 국내인증 시행 비용에 대해 정부 보조금이나 인센티브를 정책적으로 지원한다면 국내 풍력기업들이 앞장서서 국내 인증기관을 통한 인증절차 활성화가 좀 더 빨리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제적으로 공인받는 인증체계 구축없이는 풍력산업의 허브로서의 역할 및 국제시장 주도권 확보가 힘들다. 정부는 국제적 풍력인증체계 구축은 국가의 기간산업에 해당하는 점을 감안해 장기적이면서 적극적으로 육성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국내기업들은 국내 인증기관 육성이 궁극적으로 자사의 이익을 보호하는 길임을 감안해야 한다. 특히 정부 주도의 풍력사업 참여를 통해 요구할 것은 강하게 요구하면서 국내 관련기관의 실적 확보를 위한 기여에 앞장서는 주도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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