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김원규 기자] 정부의 알뜰주유소 물량공급이 유찰됐다. 알뜰주유소는 정부가 기름값을 낮추기위해 추진하는 형태의 주유소다. 하지만 정부의 개입으로 ‘시장의 논리를 무시한다’는 업계의 시각과 함께 실효성, 형평성 등의 문제가 언급돼오다 15일 오후 3시 입찰을 마감했으나 결국 유찰됐다.
 
△어떻게 진행돼왔나
지식경제부는 지난 3일 ‘알뜰주유소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이번 입찰에서 대량구매는 석유공사와 농협이 대행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입찰 마감(15일)에 앞선 9일 현대오일뱅크가 이번 입찰에 불참하기로 최종 결정하면서 시작 전부터 진통을 겪어왔다. 이와 관련해 김병섭 영업본부장은 “대산공장의 생산수급과 현재의 판매 규모 및 물류시설 등을 고려할 때 이를 추가로 배정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대오일뱅크가 다른 정유사처럼 윤활유나 신재생에너지 등 석유제품 이외의 부문에서 영업이익을 보완할 수 없기 때문에 영업손실보전의 어려움을 이유로 참여하지 않았다는 견해도 있다. 이번 입찰이 국민의 고통분담을 위해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입찰을 받았기 때문에 석유 내수시장에서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면 다른 사업을 통해 보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정유사가 기존 대리점이나 자사폴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대비 리터당 30~50원 저렴한 가격의 공급가를 요구해왔다.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한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등 정유 3사는 마지막까지 ‘눈치작전’을 펼치며 향후 상황 변화에 따른 유불리를 예측해 참여여부를 판단코자 노력했다.

정유사의 관계자들은 10일 “마감 직전까지 가야 (입찰 참가여부가)결정될 듯하다”라며 “입찰이 끝나봐야 정확한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으며 이들 정유 3사는 입찰 마감일 오후 참가를 신청했다.

한편 이번 입찰은 공급가격만 정하는 단가계약으로 진행됐다. 단가계약은 일정 기간 동안 특정 가격에 제품을 공급받는 방식으로 물량을 확정할 수 없을 때 주로 사용한다. 계약 기간은 우선 1년으로 정했으며 1년 후 계약당사자 중 하나라도 이의를 제기하면 계약이 폐기되고 이의가 없으면 자동 갱신되도록 했다.

△왜 유찰됐나
이번 유찰의 가장 큰 원인은 낙찰 예정가격(기존 공급가대비 리터당 30~50원 저렴한 가격, 이하 예가)과 수출단가의 격차가 너무 크다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입찰에 참가한 정유사 마케팅 실무자들이 수지타산을 냉철하게 따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원하는 가격으로 알뜰주유소에 물량을 공급하면 수출로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비해 손실이 너무 컸다. 이에 정유 3사는 예가 ‘마지노선’을 쉽게 수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접점이 쉽게 형성되지 않자 4차례나 가격을 다시 써내기도 했다.

또 정유사들이 자영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보다 예가가 낮아서 차별에 대한 부담도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유찰이라는 결과와 관련해 정유사들은 정부가 제시한 물량에도 욕심을 내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정유사는 대형 공기업의 시장 진입으로 자유시장경제가 침해된다는 점에서 알뜰주유소를 반대해왔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 반대 의사를 내비치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
정부는 합리적인 입찰가격을 얻어내기 위해 재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재입찰 일정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농협중앙회의 관계자는 “재입찰은 사안에 따라 긴급과 일반으로 나누는데 이번 사안은 긴급으로 간주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재입찰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입찰 관련 세부내용이 정해지면 유동적으로 결정될 것”이라며 “정부와 협의를 통해 결정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입찰에서도 정유사와의 이견 차이는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4월7일부터 7월6일까지 정유사에서는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100원인하를 시행했지만 국민들은 큰 효과를 피부로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유사에서는 또다시 손실을 감수하면서 운영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정부의 시장개입에 대한 반감과 알뜰주유소 자체의 실효성 등에 대한 의구심이 업계에서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정부는 재입찰에서도 가격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중국, 일본 등에서 석유제품을 수입하는 방안을 다시 추진할 계획이다. 이 방안은 까다로운 국내 석유제품의 환경기준에 맞도록 수입 석유제품을 보완해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국내 정유사에서 다시 정제되는 비용이 추가돼 실제 가격인하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해 지경부의 관계자는 “(정제가 필요하다면) 당연히 그 비용까지 감안한 가격대의 해외 석유제품을 수입해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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