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김원규 기자] 이란 핵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에 따른 대이란제재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우리 정부에 이란산 원유수입 감축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란산 원유 수입 감축조치가 불가피해 보여 업계와 석유가격에 비상이 걸렸다.

△대이란제재조치의 영향
로버트 아인혼 국무부 대북ㆍ대이란제재 조정관이 17일 우리나라를 방문해 정부당국자들과 이란제재 문제에 대해 협의한 바 있다. 이날 미 대표단은 중국도 최근 이란산 원유 수입을 거의 50% 가까이 줄이고 있는 상황임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우리나라에도 그와 맞먹는 규모의 이란산 원유 수입물량 감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겠냐는 분석도 있다.

이같은 조치를 취할 경우 다른 나라 원유에 비해 2% 이상 저렴한 이란산 원유의 수입비중(통관기준 물량비율)이 30%에 달하는 현대오일뱅크와 16%에 달하는 SK에너지 등 관련기업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식경제부와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이란에서 들여온 원유가격은 배럴당 102.89달러였으나 사우디아라비아는 106.29달러, 아랍에미리트(UAE)는 108.6달러, 러시아는 111.49달러로 큰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이란산 원유 수입물량 감축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미국이 다른 산유국에 증산을 요구해 추가 물량을 확보한 뒤 우방국에 단계적인 감축을 요구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이란제재에 동참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 등으로 강하게 압박해 온 것이다. 또한 이와 관련된 우리나라의 결정은 미국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처럼 우리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주요 정당과 의원들은 ‘총선’에 집중하면서 국회 운영이 멈춘 상황이다. 해당 상임위원회인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도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전망 및 대응 방안
이번 문제에서 원유 수입 물량 감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 세계 일일 원유수송량의 20%가 거쳐가는 오만·이란 사이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여부다. 이란은 미국이 이란산 석유금수조치를 비롯한 제재를 강화하자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규태 울산과학기술대 테크노경영학부 조교수는 “호르무즈 봉쇄여부가 중요한 문제”라며 “하지만 호르무즈의 봉쇄보다는 수개월~1년간 지금처럼 긴장이 지속되는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조교수는 “이에 따라 국제유가가 130~140달러 선으로 상승해 유가 피해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이 조교수는 이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가격변동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조교수는 “이란산 원유 가격이 크게 높아지면 ESPO(동시베리아 송유관)를 통한 러시아산 원유물량으로 대체해야 한다”라며 “다만 우리나라의 수급처가 제한된다는 점 때문에 프리미엄이 붙는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조교수는 “원유 가격이 애매하게 높아지면 호르무즈보다 가까운 곳을 찾아야 한다”라며 “캐나다산 원유를 들여오는 것이 적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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