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유화학공장 전경

[투데이에너지 김형준 기자] 탄산업계는 지난해 초까지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 과다경쟁 등으로 좀처럼 침체의 난국을 벗어나지 못했다. 장기간의 침체로 인해 자칫 걷잡을 수 없는 불황의 늪으로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었고 일선에서는 부진한 업계의 실적을 회복시킬 만한 원동력이 없다는 자괴감 섞인 논조가 이어졌다.

지난해 일본원전 사태로 드라이아이스 수요가 많아짐에 따라 수요가 많이 늘어난게 사실이지만 일시적인 현상일 뿐 장기적으로 조선업 경기가 회복세를 보여야 탄산시장이 살아날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올해 조선업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탄산업계의 실적도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석유화학사들의 대대적인 정기보수점검 계획이나 조선업 경기 예측 등의 변수가 많고 여러가지 악재들이 여전히 산재해 있지만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본지는 탄산업계를 둘러싼 주변 상황을 살펴보고 탄산시장을 전망해 보고자 한다. 


▲탄산업계 현황

현재 탄산업계의 원료공급처는 주로 대형 석유화학사들로 현대석유화학, 호남석유화학, 이수화학, LG화학 등으로부터 소스를 공급받아 공업용 탄산의 분리과정을 거쳐 제조하고 있다.

국내 탄산가스의 총 생산량은 일일 평균 약 2,500톤에 이른다. 이 중 산업용 탄산이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외에 식료품, 드라이아이스, 화학제품 등 탄산의 쓰임새는 다양해지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액체탄산은 연간 70만톤 가량으로 이중 60%가 성수기인 5월부터 9월까지 집중적으로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별 생산규모를 살펴보면 태경화학은 LG화학 대산, 삼성토탈, 호남석유1, 호남석유2, 이수화학, LG화학 나주, ALKOS 등으로부터 소스를 공급받아 일일 평균 약 550여톤의 탄산을 생산하고 있다.

선도화학은 롯데대산유화, LG화학, 풍국주정, 진로주정에서 소스를 공급받아 일일 400톤, 창신화학과 유진화학은 호남석유화학, LG화학, 롯데대산유화 등에서 소스를 공급받아 일일 평균 500톤, S-Oil의 동광화학이 일일 140여톤, 한유케미칼이 SK로부터 소스를 공급받아 360톤의 탄산을 생산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한국탄산, 덕양에너젠, 신비오켐 등에서 꾸준히 탄산을 생산하고 있다.

▲탄산업계의 구조적 문제점

다방면에서 탄산의 쓰임은 다양하지만 결국 탄산업계는 조선업의 향방과 함께 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지난해 국내 조선경기의 위축으로 탄산업계는 힘든 시기를 보낸 바 있다. 최대 수요처인 조선업의 침체는 탄산업계의 가장 큰 골칫거리다. 지난해 상반기의 경우 대형조선사들만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하기 위해 정상적인 조업을 하고 있을 뿐 중소형 조선사들의 조업률은 매우 미미한 수준을 기록했고 심각한 경영난은 탄산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업계 일각에서는 현재와 같은 탄산 과잉공급현상은 향후 조선경기가 회복과 맞물려 해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조선사들의 선박수주량이 크게 떨어질 경우 탄산의 수요증가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한 신규 탄산 제조업체의 등장으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기존의 탄산 제조업체 중 일부가 신규플랜트 건설을 진행하는 등 탄산 과잉공급으로 인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기존 탄산플랜트의 가동률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미 과잉공급으로 인한 폐해는 탄산업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탄산업계의 관계자는 “이미 일부지역을 중심으로 물량이 넘쳐나고 있고 가격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최근 탄산플랜트의 가동률이 50% 이하로 뚝 떨어지면서 제조원가가 크게 올라 더이상 가격이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탄산 공급의 예측 불가능

현재 탄산업계는 공급량 초과로 고민하고 있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오히려 대규모 탄산 공급부족 현상이 발생해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를 기준으로 더이상 탄산 공급부족은 없는 상태이며 석화사의 공장가동률이 올라감에 따라 탄산생산량도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탄산수급 균형의 직접적인 원인은 공급량 안정이 아닌 극심한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특히 선박용접용 탄산의 경우 조선사들이 지난 연말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초과근무를 하는 등 동시에 많은 양의 가스를 소비했으나 최근에는 정상조업 내지는 조업을 단축하는 조선사가 늘어나면서 탄산수급이 원활한 상황이었다.

여기에 최근 일부 조선사들의 경영실적이 악화돼 퇴출 또는 워크아웃 대상기업으로 분류되는 등 수요가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당분간 탄산 공급부족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공급물량의 초과가 업계의 침체를 지속시키는 부정적인 측면으로 진행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석화사들이 경기와 맞물려 정기보수점검(Overhaul) 계획을 집중적으로 발표하면 탄산파동이 재현될 수 있는 위험성도 있다.

최근 일부 석유화학사들이 EG(에틸렌글리콜) 생산을 중단했다. 이는 탄산업계의 공장가동 중단으로 이어져 공급량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중동지역 국가들까지 앞다퉈 석유화학플랜트를 건설, 가격경쟁력을 갖춘 EG를 쏟아내면서 국내 석화사들이 EG생산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져 탄산생산량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탄산파동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석화사들의 잇따른 촉매교환과 감산, 정기보수점검이 겹칠 경우 일시적인 부족현상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탄산업체들은 지난 2010년 공급물량이 모자라 수요처들에게 물량을 분배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요즘은 조선사들이 작업물량이 줄고 선박건조를 위한 조업률이 크게 낮아지면서 수요가 감소, 남는 물량을 판매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신규 플랜트건설 움직임

창신화학의 경우 신규로 대산탄산공장을 완공, 본격적인 가동에 돌입했다. 롯데대산유화에서 원료를 받아 산업용 탄산을 생산하는 창신화학의 대산공장은 7,000여평 부지에 총 100억여원을 투자해 완공했다.

이 공장은 최신 자동화설비 및 정제시설을 갖춰 일일 최대 260톤의 고순도(99.99%) 탄산을 생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저장탱크는 금성화학공업사로부터 2대 중 800톤급 1대를 먼저 설치했으며 나머지 1대는 설치 중에 있어 총 1,600톤의 저장능력을 갖추게 된다.

여수 소재의 신비오켐도 2008년부터 본격적인 탄산제조를 시작해 일일 평균 200톤의 탄산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처럼 추가적인 설비 증설이 잇따르면서 탄산 수급은 원활히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010년 탄산파동으로 인해 제품공급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나 최근에는 경기침체로 수요량이 감소하는 추세”라며 “탄산 수급이 원활하지만 신규 플랜트 건설 등으로 가격경쟁이 벌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근 석유화학공단의 공장가동률이 회복되고 조선사들의 조업률이 크게 떨어지는 현상으로 수요가 약 30% 감소해 오히려 물량이 20% 가량 넘치고 있는 실정이다.

탄산업계는 향후 2년간 수소 등 석유화학제품의 가동률에 따라 공급이 매우 불안정해 간헐적인 파동은 일어나겠지만 큰 파동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조선사들의 선박수주량이 크게 떨어져 지난해부터 선박건조가 급격하게 감소함에 따라 탄산의 수요도 줄어 공급과잉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가경쟁의 폐해

국내 탄산시장의 여건상 가격 인상은 필수적이다. 그동안 탄산가격은 성수기(5~9월)에도 입찰과정에서 치열한 경쟁으로 크게 하락했었다.

해마다 반복된 가격경쟁으로 탄산업체들은 매년 물가, 전기료, 운송비, 인건비 등 비용이 상승하고 있지만 정작 탄산 및 드라이아이스 가격은 매년 업체간 과열경쟁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탄산업계는 연일 30℃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의 영향을 받아 음료용 및 드라이아이스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일본 원전사태로 국내 탄산업체들이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매 입찰 시 과당경쟁으로 인해 제대로 된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드라이아이스 경쟁입찰로 인해 가격이 절반가량 떨어져 어려움이 컸다”라며 “탄산시장은 여름철이 성수기인데도 불구하고 업체간의 경쟁으로 가격하락이 동반돼 성수기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석유화학분야도 변수가 많아 탄산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


▲침체회복 조짐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여러가지 악재들이 산재해 있지만 탄산업계가 침체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그 시작이 올해 상반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동안 부진한 실적을 올리던 탄산업계의 관계자들은 2010년 하반기부터 탄산업계가 점차 회복기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같은 전망은 조선업이 최악의 시점을 지났다는 평가와 연관이 있다.

한국탄산공업협동조합(이사장 배상도)의 한 관계자는 “조선업이 급격한 침체를 겪었던 최근 상황을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라며 “조선업이 활력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탄산업계도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에 국내 조선업의 수주량이 전년대비 증가했고 배를 만드는 준비기간이 상대적으로 길 수밖에 없는 조선업의 특성상 그 파급력이 올해 상반기에는 긍정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또한 탄산원료를 공급하는 석화사 플랜트의 정기보수 일정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수요 증가에 대한 공급량도 적정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선업의 실적이 호황일 때와 비교해 아직 제궤도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에 신중히 시장동향을 파악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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