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조지부시 대통령은 지난 3월 29일 슈뢰더 독일총리와의 회담결과를 통해 교토의정서에서 합의된 기후온난화협약에 대한 이행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전세계 온난화가스의 약 25%를 배출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온난화가스 배출국인 미국이 온난화가스 배출감축협약의 이행을 거부함에 따라 그 동안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오던 지구온난화협약의 향후 추진일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그동안 EU와 함께 협약의 진행에서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던 미국이 협약의 이행거부를 표명하게된 배경과 이로 인한 영향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1. 미국의 온난화가스 배출감축 협약내용


세계 최대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미국은 환경분야에 있어서도 세계 최대의 지구온난화가스 배출국이다. 지난 1992년 브라질의 Rio de Janeiro에서 개최된 지구환경회의(Earth Summit)에서 미국은 여타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2000년까지 온난화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으로 감소시키는데 합의했다.

그러나 목표 달성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지난 ’97년 미국의 Clinton 대통령은 당초의 계획을 수정하여 온실가스 배출을 오는 2008-2012년 기간까지 1990년 수준으로 감소시키겠다고 조정 발표했다.

또한 같은해인 1997년 12월에는 제3차 당사국총회(COP3)를 통해 이보다 한발 더 물러선 내용인 2008-2012년까지 온난화가스배출 1990년대비 7% 감축이라는 내용에 최종 합의한 바 있다.


2. 미국의 온난화협약 이행거부 배경

미국의 이번 온난화협약 이행거부 발표에는 여러 가지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며 주요 배경으로는 우선 집권당인 공화당의 당색과 미국의 경제, 그리고 마지막으로 실질적인 이행가능성의 희박을 들수 있다.


국익최우선의 美행정부

기본노선

부시대통령은 美대선이 진행중이던 당시부터 환경문제에는 다소 관대한 면을 보여왔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이번 미행정부의 지구온난화협약 불이행 발표가 예견됐던 수순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부시대통령은 당선 이후 신임 환경보호국(EPA: Environment Protection Agency) 장관에 위트먼 뉴저지주지사를 임명한바 있다. 위트먼은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데 능한 반면 환경오염 방지정책에는 다소 미진한 태도를 보여왔던 인물인 것으로 알려져 왔다. 또한 지난 3월 중순에는 발전시설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의 규제목록에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배제하겠다는 발표가 있으면서 신임 미행정부의 온난화가스 배출감축에 대한 미온적인 태도가 감지됐다.

더욱이 국익을 최우선시하는 공화당이 집권하면서 선진국들, 특히 미국의 기업들이 감당해야하는 불이익을 공화당정부가 감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과, 최근 불거진 캘리포니아 전력수급난 등에서 볼 수 있었던 전력업계의 반발 등으로 미행정부는 이번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보여진다.


미국의 경기침체

상기와 같은 부시행정부의 기본 정책기조 외에도 하락국면의 미국 경제는 이번 결정에 큰 역할을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은 에너지효율향상 및 신재생에너지개발을 위해 2003년까지 63억달러(세금감면 36억달러와 R&D투자 27억달러) 상당을 투자할 계획이며 전력부문개편과 관련해 에너지효율 향상 및 재생에너지 이용확대에 60억달러 상당을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각종 규제의 강화로 인해 기업부문이 부담하게 될 비용도 수백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가뜩이나 경기침체의 신호가 여기저기서 불거져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온난화가스의 배출감축을 위한 각종 조치로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될 경우에 대한 부시행정부의 부담도 이번 결정에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희박한 온실가스

의무 감축량 달성 가능성

이번 미국의 의무이행 거부는 사실상 거부가 아닌 실패라는 견해도 피력되고 있다.

미국은 ’97년 12월 도쿄에서 개최된 제3차 당사국총회(COP3)를 통해 2008-2012년까지 온난화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대비 7% 감축한다는 내용에 합의한 바 있으나 현상황을 고려시 이러한 목표는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美에너지정보국(EIA)은 2010년 미국의 탄소배출량이 지난 1990년 대비 약 450백만톤 증가한 1,787백만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바 있다.

또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원인 풍력, 지열, 태양열 등의 이용도 아직까지 극히 부분적으로만 이용되고 있어 지구온난화협약에서 합의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획기적인 온난화가스 배출감축 방안은 현재로서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한편 지난 ’98년 기준 미국의 지구온난화 가스 배출량은 전년에 비해 약 0.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90년대 평균 증가율인 1.2%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전히 배출량 규모는 ’90년도에 비해 약 10%정도 높은 수준이며 미국이 당초 ’97년도 도쿄에서 개최된 제3차 당사국총회(COP3)에서 합의한 “2008-2012기간내에 ’90년도 수준대비 7%의 감축”은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이러한 전망의 배경에는 예상을 훨씬 웃도는 미국의 탄소배출량 증가세가 도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빠른속도의 탄소배출량 증가가 주로 ①’90년대들어 지속된 미국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②수년전까지 유지되던 저유가 기조가 맞물려 미국내 에너지소비를 크게 증가시킨데다, ③석유파동의 충격이 있었던 ’70년대에 이룩된 이른바 에너지절약형 소비구조가 저유가 기조로 인해 퇴보된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듯 기 설정 목표의 달성이 요원한 실정에서 미국은 EU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기존의 지구온난화가스 감축합의의 기본적 틀을 새로이 구성하거나, 적어도 자국에 보다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전환시킬 필요성을 절감하고 이번 결정을 발표했을 가능성이 높다.


개도국 동참여부

이번 미국이 온실가스 배출감축의무 불이행의 이유중 하나로 꼽은 것이 개도국을 제외한 선진국 중심의 불평등한 의무이행이었다.

그러나 세계각국이 주지하고 있듯이 온난화가스 배출의 주범은 선진국이며 지구온난화에 있어서 지금까지 선진국의 공업화가 기여한 바가 크다는 사실 역시 온난화가스 배출감축에서 있어서 선진국의 주도적 역할에 대한 배경으로 충분할 것이다.

따라서 공식적으로 미국이 밝히고 있는 중국, 우리나라 등 개도국들의 지구온난화가스 배출감축 의무면제 부당성 주장은 환경문제에 있어서도 힘의 논리를 적용하려는 미국의 제스쳐라고 보여지며, 개도국의 참여를 빌미로 미국의 부담을 덜어보려는 방법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된다.


3. 향후 영향

지구온난화협약의 향후 추진에 대한 영향

미국의 온난화가스 배출감축 의무 불이행 발표 이후 협약의 주체로 활동하고 있는 EU는 미국의 발표에 거세게 반발하는 한편, 지난 30일 긴급회담을 개최하여 대응방안의 마련에 나섰다.

세계 전체 온난화가스 배출량의 25%를 배출하고 있는 미국의 참여 없이 협약의 추진은 거의 무의미할 것이기 때문이며 국제협약에 대한 미국의 거부태도는 타 국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생각할수 있는 방향은 미국과 EU간의 대화협상 가능성과 미국의 주도에 의한 협약의 대폭 수정이라는 두가지 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위트먼 美EPA장관이 밝힌 바와 같이 부시행정부가 미국의 국익을 우선시하는 동시에 지구온난화 문제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고 밝힌점을 고려해 볼 때 대화협상을 통한 협약 의무이행에의 복귀보다는 미국의 입김이 강조된 새로운 협약의 틀이 짜지는 쪽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올 7월에 오스트리아의 본에서 개최될 제7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7)에서는 미국이 의도하고 있는바가 구체적으로 밝혀질 것으로 생각된다.


개도국 및 우리나라에

대한 영향

개도국의 범주에 포함되어 온난화가스 감축의무 이행을 면제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상기 언급한 미국주도의 새로운 협약의 틀이 마련될 경우 현재와는 다른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즉, 미국이 온실가스 감축협약에 있어 새로운 구도를 주장할 경우 개도국들의 감축의무 부담이 기존보다 더욱 거세어 질 것은 물론, 이에 대한 가시적인 합의를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지난 ’98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기후변화협약 대응 종합대책’을 중심으로 한 신속한 대처와 함께 대외협상에 있어서 개도국들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환경외교에도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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