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김나영 기자] 목표관리제보다 규정이 한층 강화된 배출권거래제 시범사업이 본격 시행되면서 이를 수행하기 위한 기업의 역량 파악이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시행 중인 목표관리제 아래에서는 불이행 시 1,000만원의 벌금만으로 충분하지만 배출권거래제에서는 시장 평균가 3배 이하 범위에서 초과한 배출권의 최고 3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벌칙도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됐다.

배출권거래제는 정부가 개별 배출업체에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을 할당하고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감축의무를 달성하는 제도다. 개별 기업 간 온실가스 감축 비용 차이를 활용, 거래를 통해 시장의 전체적인 감축 비용을 낮추는 효과가 있으며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전면 시행된다.

이에 앞서 지식경제부(장관 홍석우)는 지난달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을 국회에 통과시키고 2015년 제도시행에 대비해 기업의 사전경험 축적과 제도의 효과적 도입을 위해 시범사업을 추진할 것을 밝힌 바 있다. 이어 지경부는 운영규정을 개정・공고하고 지난 1일부터 산업·발전부문 목표관리제 업체를 대상으로 오는 11월까지 6개월간 배출권거래제 시범사업을 실시, 이 기간 동안 시행령을 마련할 계획이다.

관계 전문가의 조사에 따르면 배출권거래제가 막힘없이 추진되는 것과 달리 제도시행 대상 기업 74%가 전담부서 없이 운영 중이다. 현재 시행 중인 목표관리제 상위 50개 업체의 대응 수단을 살펴보면 74%가 효율개선에 치중해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특히 철강·석유화학 등 화석연료 다소비업종은 연료전환(13%)이나 폐열회수(8%)를 선택했고 신재생에너지는 1%에 불과했다.

다만 20%에 불과한 81개 기업만이 온실가스 감축사업 참여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배출시설별 계측기가 설치된 기업도 36.5%에 머물렀다. 특히 온실가스 관리인력은 기업당 평균 2명에 불과해 전담조직이 없는 기업이 무려 74.4%에 달하는 실정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두고 정부는 기업의 담당자가 배출권거래제를 다른 환경규제와 비슷한 규제로 생각해 준수 자체를 목적으로 해서는 안 되며 기업의 전 가치사슬에서 온실가스 감축방안을 전사적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전략 수립에 대해서도 먼저 기업의 현황을 파악한 후 △감축 옵션에 대한 정보수집 △사외(社外) 옵션 검토 △사내 및 사외 옵션의 포트폴리오 검토 △기업의 강점을 살린 새로운 비즈니스의 검토 등이 필요하다고 정부 관계기관은 전했다.

특히 배출권거래제 하에서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비용보다 배출권의 시장거래가격이 낮으면 이를 구매하고 시장거래가격이 높으면 반대로 배출거래권을 내다 팔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의 사내·외 역량 파악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산업계는 배출권거래제가 통과된 만큼 시행령을 어떻게 제정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정부가 기존 목표관리제와 일관성을 확보하고 업계 혼선을 최소화하고자 현재의 부문별 관장체계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관계 전문가들은 시행령 제정을 앞두고 주도권을 잡기 위한 부처 간 신경전과 산업계의 압력, 시민단체의 비판 등이 계속될 것으로 보여 한동안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로 인한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일각에서는 국회 심의를 거치면서 애초 2013년 시행이 2015년으로 미뤄지고 무상할당비율이 ‘1차 90%, 2차 대통령령, 3차 100% 유상할당’에서 ‘1·2차 95% 이상 무상할당, 3차 이후 대통령령’으로 바뀌는 등 거래제 본연의 효과를 달성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도하게 기업을 배려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정부가 발표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 잠재량 분석결과를 보면 수송부문이 34.3%로 가장 높으며 건물부문이 26.9%, 산업·발전은 26.7%에 불과했다. 부문별 배출 비중을 보면 산업이 51.5%에서 2020년 감축 이후 오히려 53.4%로 비중이 높아지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는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 부문보다 다른 부문에서 온실가스를 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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