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사회는 앞을 내다 볼 수 없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금리가 더 이상 떨어지지는 않겠지 생각하여 고정금리로 미리 대출하여 후회하는 사람 등 미래에 대한 예측의 잘못으로 땅을 치는 사람이 많아졌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책을 읽고 학문을 하는 이유는 과학적인 사고를 길러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가지기 위해서다. 어떤 대상에 대해 왜 그리고 어떻게 존재하며, 어떤 구조를 가지고 어떤 기능을 하는지 규명해 낸다면 미래에 그 대상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를 예상할 수 있다.

사회가 어수선하고 불안하면 점술가들이 득세한다. 점술가 중에는 국가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 주식시장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신통하게 예측하여 명성을 얻은 사람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사람을 두고 과학자 또는 예측전문가라고 부르진 않는다. 학문적 분류기준으로 보면 과학은 일반적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를 과학적 방법을 사용하여 규명하는 것이며, 점술가처럼 사람의 능력으로서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를 다루는 분야를 형이상학(形而上學)이라 한다. 형이상학은 문제해결방법이 과학적이지 못하며 요행(僥倖)이나 운(運)에 의존하게 된다.

현재 도시가스산업의 구조개편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가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다. 그러나 외국의 사례는 많다. 이러한 사례를 토대로 구조개편의 내용과 개편이후의 시장판도변화를 살펴보면 앞으로 한국가스시장과 도시가스업계의 경영환경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과학적 예측을 바탕으로 미래환경에 대한 몇 가지 가정을 수립하고 이를 전제로 하여 장·단기 경영계획을 수립한다면 그것이 바로 전략적 계획이 될 수 있다.

최근 기업이 직면하는 위험의 범위와 정도는 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아졌다. 이러한 결과로 「리스크 관리」가 최근 각광받는 학문 분야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위험들은 미래에 대한 예측 잘못과 예측의 어려움 때문에 기인한다. 그러므로 과학적 예측 시스템의 개발과 활용을 통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가스유통회사의 예를 살펴보자. 가스생산업자로부터 가스를 공급받아 일반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가스유통회사인 미국의 엔론 캐피탈 엔드 트레이드 리소스(Enron Capital & Trade Resources, ECTR)社는 80년대 이후 미국 내 천연가스 가격의 정부규제가 해제됨으로써 천연가스 가격의 변동폭이 석유의 4배에 이를 정도로 가스 공급가격이 매우 불안정하게 됐다. 이에 소비자들은 안정된 가격으로 가스를 공급받기를 원했고 계속적으로 공급가격의 변동이 심하게 되면 고객을 잃게 될 것이 분명했다. 가스공급가격의 변동이 미래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인식한 이 회사의 경영진들은 가스뱅크라는 개념을 도입하였다.

즉, 가스뱅크란 ECTR社가 소비자에게 ECTR社가 개발한 상품을 팔고 각 상품의 특성에 맞추어 생산자에게 주문하는, 즉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중간기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즉 천연가스 거래의 특성을 결정짓는 변수들인 구입량, 구입시기, 가격, 대금지불조건 등을 기준으로 몇 개의 상품을 만들어 이를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이러한 특성에 알맞은 생산자에게 가스를 공급받는 방식의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고객의 이탈을 방지하고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그동안 도시가스공급업체는 독점적 위치에서 안정된 영업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산업구조의 개편으로 경쟁체제가 도입되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된다. 따라서 미래 환경변화에 대한 예측력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장단기 전략적 경영계획을 수립할 시점이 왔으며, 예측 능력이 경쟁우위의 핵심적인 원천이 될 날이 멀지 않았다고 본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