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진호 영남대학교 화학공학부 교수
[투데이에너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불어 닥친 세계 태양광시장의 위기상황은 올해 들어서도 크게 호전되는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태양광시장의 이러한 급격한 조정국면은 세계 여러 기존 태양광기업들에게 있어 매우 어려운 사업환경을 만들고 있는 것임에 분명하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세계 1위 기업이었던 독일의 큐셀이 파산신청을 했고 미국, 중국, 일본, EU 등 태양광 주요 국가들의 여러 태양광기업들이 사업을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태양광 후발국가인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자금력이 부족한 몇몇 중소기업들은 파산신청을 하거나 기업합병의 대상이 됐고 주요 대기업들도 사업전략을 새로이 마련하는 등 본격적인 위기관리 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태양광 가치사슬 중 현재 그나마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분야는 발전사업분야로 이러한 현실에 직면해 전통적으로 Upstream분야를 중점으로 하고 있던 기업들마저 너나없이 Downstream분야인 발전사업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제까지와는 양상이 다소 다른 새로운 형태의 수직계열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럼 지금의 태양광시장 상황에서 수직계열화와 규모의 경제는 과연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가? 장점과 단점을 중심으로 비교 검토해 보기로 하자.

수직계열화(Vertical Integration)는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의 가치사슬(Value Chain)을 구성하고 있는 폴리실리콘→잉곳 및 웨이퍼→셀→모듈→시스템→발전소 사업간 통합에 의해 중간 마진을 최소화하기 위한 비즈니스 전략을 나타내는 용어이다. 실제로 수직계열화는 가치사슬 간의 마진을 줄여 비용경쟁력 강화에 기여했고 특히 중국 Top-tier 업체들의 비용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일부 결정질 실리콘기업(한화, LG 등)이 그룹차원에서의 수직계열화를 추구 중이거나 수직계열화에 덜 민감한 박막태양전지산업에 집중 중(삼성)이다. 그러나 소재, 셀, 모듈의 가격이 모두 급감한 현 시점에서 수직계열화의 장점은 많이 퇴색한 측면이 있고 앞으로는 가치사슬 간 수평적 연계 및 조정이 보다 강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직계열화를 이룬 기업들이 불황기에는 오히려 전 가치사슬이 함께 타격을 입을 수 있고 수직계열화를 구축하는데 있어 투자 규모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를 추구하는 것은 어떠한가? 규모의 경제 달성을 통해 원가경쟁력을 높이려는 시도는 제조업체로서는 매우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이는 고정비용을 낮춰 원가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그러나 지금의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하지 않고 Turnkey 장비 구축에 의한 단순생산 형태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불황기에는 오히려 높은 생산규모가 변동비 상승의 요인이 되며 시장 변화에 대체하는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획기적인 신기술이 개발됐을 때 이를 전 생산라인에 적용하는데 시간이 과다 소요된다. 따라서 기술경쟁력 확보를 전제로 한 규모의 경제 달성이 매우 중요할 것임은 자명하다.

한국기업들은 태양광 후발주자로서 현재의 이러한 사업환경을 냉철하게 판단해야할 것이다. 장치산업의 특성과 가치사슬간 연계 특성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태양광사업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핵심기술에 바탕을 둔 규모의 경제 추구와 함께 기술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사업구조의 확립과 기존의 단순한 가치사슬간 수직계열화를 초월한 다양한 각도에서의 새로운 형태의 수직 및 수평 계열화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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