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경섭 포항공대 기계공학과/풍력대학원 교수
[투데이에너지] 국제사회는 그간 기후 변화의 영향을 줄여 우리 인류의 삶의 터전을 보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고 UNFCCC COP17에서는 2020년 이후 모든 나라가 참여하는 온실가스 의무 감축 체제를 만들기로 합의한 바 있다.

우리 정부도 이런 국제사회의 흐름에 동참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면서 경제성장도 함께 이룰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기 위해 미래의 60년을 이끌 새로운 국가 비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 패러다임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육상풍력발전 입지선정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은 이러한 정부의 정책방향과는 완전히 역행되는 것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이란 기본 방침이 완전히 배제된 환경분야의 편협된 시각과 풍력발전의 몰이해에서 작성된 가이드라인이라 할 수 있다.

당초 이번 연구는 녹색성장위원회에서 현재 각종 인·허가문제로 지연되고 있는 국내 육상풍력 입지예정 24건 994MW를 환경과 산업 두가지 측면에서 모두 고려해 최대한 설치를 진행하자는 취지에서 출발됐다. 하지만 이런 논의·협의과정에서 풍력발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전혀 없이 연구용역을 맡은 한국환경정책·평가 연구원 독단으로만 수행됐다.

이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백두대간 및 정맥 능선 좌우 1,000m 이내, 기맥 700, 지맥 500m 이내, 거주지와의 이격거리 1,300m 이내 지역에서 풍력발전 입지를 금지하고 있다.

발전시설 및 도로 50m×50m이내 경사도 20도 이상 포함지역에도 설치가 규제된다. 용어도 생소한 산악표현들을 적용해보면 사실상 평지가 아닌 지역에서 풍력발전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사실상 국토의 70% 이상이 산지이며 풍력발전에 필요한 풍력자원이 산악지역을 중심으로 분포된 우리나라 여건상 국내 풍력산업은 완전히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심지어 이번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이전에 착수돼 인·허가 완료단계에 진입한 사업들조차 중지된 상태로 현재 계획 중인 28곳 약 1GW 용량의 사업들 모두 입지가 불가능하게 된다.

이번 가이드라인이 원안대로 시행된다면 국내 풍력산업과 정부가 시행하는 RPS제도 또한 난관에 봉착돼 중지하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전통적인 풍력발전의 강국인 독일(29,3GW), 미국(47GW), 스페인(21GW)과 지난 5년간 무섭게 성장한 중국(62.4GW)등의 풍력발전 확대정책을 굳이 예로 들지 않더라도 우리보다 환경규제가 더욱 엄격한 일본의 경우에도 풍력발전 설비량이 2,6GW(2011년말 기준)에 이르나 나가시마 원전사고 이후에는 이를 더욱 확대해 풍력발전 보급을 확대하는 FIT제도를 발표하는 등 풍력발전시장의 확대 육성정책은 전세계 국가들의 공통된 정책방향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반면 한국의 풍력발전은 이제 겨우 0.36GW만이 설치돼 있고 제주도를 제외한 이들 대부분은 산악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2012년 국내에는 단 1기의 풍력발전기도 설치되지 못했고 이미 계획된 사업들 모두가 지금의 가이드라인 적용으로 중지 상태에 처해져 있다.

풍력산업을 제2의 조선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정부의 정책도 ‘신환경규제’라는 가이드라인에 갇혀 표류하고 있다.

물론 환경도 중요시 해야 하지만 산업의 성장과 신에너지원의 확보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임을 고려한 정책의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노후된 원자력발전의 운전 재개와 하절기와 동절기의 전력 부족난 예상으로 진행된 대응훈련으로 전국이 떠들썩 했던 것이 불과 몇개월 전의 일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녹색성장위원회의 당초 취지에 부합되는 규제의 관점이 아닌 수용의 관점에서 수립되는 합의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지 않을까?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가이드라인은 즉각 폐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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