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영노 한국서부발전노동조합 정책위원장
[투데이에너지] 전기는 공공재다. 공기업은 기업적 이윤의 창출보다 국가와 사회전체의 공익을 위해 존재하며 에너지안보와 국가경제의 존망을 좌우하는 필수공익사업이다.

그동안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요금으로 전기를 싸게 공급해 적자가 계속됐던 것도 보편적 복지와 성장의 쌀로 전력산업의 사회공공성이 경쟁이라는 효율성보다 우선했기 때문이다.

분할 경쟁 민영화의 논거를 요금인상, 빈번한 사고발생, 효율성이 낮은 데서 찾고 따라서 전력산업을 분할해 구조개편하자는 것도 전력산업의 이런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전기요금은 국제 발전연료의 도입가격 변동성에 크게 좌우된다. 40달러대의 연료가격이 100달러가 넘었는데도 요금은 찔끔찔끔 인상률에 반영됐을 뿐 여전히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전기를 공급하고 있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전력산업 구조 개편을 한 국가는 전기요금이 내려갔고 요금이 내려갔으니 전력산업구조개편에 성공했다는 분할론자들의 주장을 보면 전기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원가의 구조를 전혀 파악하지 않았거나 무시하고 경쟁과 효율만을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그들이 성공적인 구조개편의 본보기로 삼고 있는 일본은 지난해 평균 12.5%의 전기요금이 인상됐고 우리와 비슷한 구조를 가진 대부분의 국가도 10~20% 높은 수준의 전기요금이 인상됐지만 우리는 고작 4.9%의 전기요금 인상에 그쳤을 뿐이다.

에너지를 전량 해외에서 수입해 발전하고 있는 우리는 정부의 물가안정 가격통제에 의해 국제에너지가격 상승에 따른 요금 인상요인을 적기에 반영시킬 수 없는 가격결정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만성적인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발전회사의 비용 중 연료비는 대략 83%를 차지하며 어떤 산업보다도 원가 비중이 높은 데도 말이다.

또 그들은 구조개편이 필요한 이유로 빈번한 사고발생을 꼽았지만 가동률과 부하율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 발전소의 고장 정지건수는 비교상대인 선진국에 비해도 월등하게 적은 세계최고 수준임은 이미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터다. 분할론자들이 옹색하게 주장하는 어떤 것도 전력산업분할 구조개편의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민간발전사업자의 시장 진입 규제가 완화되고 나서 전기요금에 대한 원가 부담이 높아졌고 가파른 요금 상승세가 지속 중이다.

앞으로도 공익성보다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발전사의 시장지배력이 확대되면 확대될수록 전기요금은 인상될 수밖에 없다.

지금도 정산조정계수로 엄청난 이윤을 챙겨가는 민간발전사는 이윤 확대를 목적으로 설비 유지보수를 위한 투자 또한 최소한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빈번한 설비고장으로 설비 신뢰도 향상을 기본으로 하는 전기품질의 하락과 만성적인 전력수급 위기 상황이 계속될 수 있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 메커니즘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수요를 초과하는 공급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전력사정은 소비에 비해 공급이 달리고 있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감기 환자를 수술대에 올려놓고 배부터 갈라놓고 보자는 식”이다.

설비 규모의 확장은 시장의 확대 즉 소비의 증가에 비례해야 한다. 소비가 시장의 규모를 결정하지만 무턱대고 설비를 확장시키는 것만이 능사가 아닌 이유는 그 비용이 전부 국민의 호주머니로부터 나오고 국부를 고갈시키는 비효율에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과학적이며 경제적인 수요예측이라는 말이 시장에서 사라졌다. 어느 정도 수요가 늘어 날 것이며 쓰고 남은 전력이 어느 정도이어야 안정적이고 경제성 있는 전력계통운영이 가능한지도 알 수 없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민간발전사업자들은 무턱대고 발전소를 짓고 보잔다.

그 이유는 그들에게 황금알을 낳는 수지성 높은 사업이 발전 사업이고 여기에 판매라는 시장을 손아귀에 넣어 생산과 판매의 민간독점 시대를 만들어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고자 하는 것이 그들의 속셈이다. 분할 민영화의 논거인 효율화는 그래서 민간발전사업자들의 배만 불리는 그런 사업이다.

구조개편을 하지 않아 독점이 되고 전기요금 인상과 빈번한 고장, 비효율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력산업이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가 아니며 구조개편의 이유가 될 수 없다. 연료비에 의한 원가상승요인을 적기에 요금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불합리한 요금체계 개편과 전력산업 수직통합을 통해 국민의 이익을 우선하는 공공서비스 강화를 통해 현행 구조개편의 문제점을 개선해나가는 것이 올바른 정책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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