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영권 한국석유관리원 유통관리처장
[투데이에너지]  한국석유관리원은 1983년 출범해 지금까지 가짜석유 단속을 위해 제한된 인력으로 최선을 다했으나 주유소 등 최종 소비단계인 석유판매업자 위주의 품질검사만 치중하다 보니 과거 구시대적인 업무 패러다임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2012년부터 가짜석유 원료물질인 용제 불법유통의 맥을 차단하고자 상류에서 하류까지 체계적으로 전 과정을 집중 관리하기 시작했다.

용제는 산업의 여러 분야에서 도료, 희석제, 잉크, 세척제, 이형제, 접착제 등의 원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산업경쟁력 확보차원에서 휘발유, 경유 등 다른 석유제품과 달리 교통·에너지·환경세 등의 유류세가 과세되지 않는 비과세 제품이다. 또한 증류성상(비점범위)이 휘발유와 비슷한 용제(1,4호)는 가짜휘발유의 원료로 사용될 수 있고 경유와 비슷한 용제(7,10호)는 가짜경유의 원료로 사용될 수 있으며 용제를 가짜석유로 제조할 경우 부가세를 제외하더라도 리터당 휘발유 745원, 경유 528원의 막대한 세금탈루가 가능하다.

대표적인 용제 불법유통 방법은 생산된 용제가 대리점, 판매소를 거쳐 소비자 단계까지 정상 유통되는 것처럼 용제수급상황을 보고하고 해당 용제는 무자료(현금)로 가짜석유 제조장으로 공급하는 수법이었다. 이 과정에서 가짜세금계산서를 발행·수취해 부가세 등을 추가로 탈루하는 방법으로 부당이익을 취했던 것이다.

이같은 불법유통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지난해 1월 용제 생산업체로부터 제품의 최종 도착지까지 확인할 수 있는 운송관리대장을 제출받아 구매업체 현황, 구매이력, 운송차량, 용도 등을 다각적으로 분석해 이상 징후 포착업소는 실시간 점검을 강화했고 불법유통이 포착된 사업자에 대해서는 수사기관과 합동단속을 실시해 가짜석유 원료공급자 및 제조·판매자에 대한 강력한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을 유도하는 한편 국세청에 세무조사를 의뢰해 이들이 취득한 부당이익을 환수토록 함으로써 가짜석유를 취급할 경우 실익이 없어 반드시 패가망신(敗家亡身)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용제수급상황보고의 경우 용제사업자의 수급보고 주기를 매월에서 매주단위로 단축했고 용제소비자는 구매·사용내역의 보고 의무가 없었기 때문에 용제사업자가 거짓으로 보고할 경우 확인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용제소비자의 보고의무도 신설했다. 또한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했던 용제 수급상황 거짓보고에 대한 과태료 처분을 2배로 강화 조치했다.

이와 같이 제도를 개선하고 가짜석유 주원료인 용제의 최종 도착지 관리 등을 효과적으로 실시한 결과 그간 불법 유통됐던 용제가 급격히 감소했다. 지난해 전체 용제의 유통량이 전년대비 40%(16만6,230㎘)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도료, 희석제용으로 사용되는 산업현장에서는 수급 어려움을 전혀 체감하지 못했다. 이는 그동안 우리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용제가 가짜석유 원료로 불법 전용돼 왔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다.

그러나 최근 용제를 구하기 힘들어지자 용제를 대체해 석유화학제품인 헥산, 재생용제, 윤활기유 등을 혼합한 가짜석유를 제조해 유통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고 등유 혼합 가짜경유는 보일러 등유가 폐지됐음에도 불구하고 불법유통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용제를 포함한 가짜석유 원료물질에 대한 관리체계를 더욱 강화하고 석유제품 수급보고 전산화를 조기에 구축해 이 땅에서 30년 동안 근절하지 못한 가짜석유를 이제는 완전히 근절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것이다. 이를 통해 각종 불법으로 석유시장의 가격을 왜곡시키는 사업자를 추방하고 석유유통질서를 바로 세워 정상적으로 사업하는 석유사업자를 보호함은 물론 국민 모두가 석유제품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클린 석유환경을 하루빨리 조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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