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종호 한국금속 사장
서울 날씨가 막 봄으로 시작되는 3월 하순에 우리 일행은 암스테르담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매달 출장을 가다시피 하여 비행기를 타는 것이 이골이 나 있지만 독일이라는 나라에는 옛 추억이 있어서 인지 마음이 설레였다.

90년초 한국금속의 관계사인 한국나선관의 사장으로 있으면서 외국 출장이라고는 일본을 2~3번 밖에 다녀보지 못한 촌놈이 그 당시에 한국나선관보다 100배이상 큰 세계적으로 나선관 분야에서 1, 2위를 다투는 독일의 한 회사에 가서 무작성 기술제휴를 해달라고 조르며 매달 1주일씩 1년동안을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났기 때문이다.

결국 독일회사의 사장을 만나 설득하여 3년간 그 회사의 제품과 브랜드 그리고 한국시장에 맞는 제품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무조건 공짜로 받기로 해 사업을 시작했던 것이다.

지금 한국나선관은 작년에 3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였으며, ABB社, GE 등 유수한 외국회사의 협력업체로 등록되는 등 실로 엄청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또한 원자력 핵심부품을 국산화한 국내 유일의 제조업체로도 성장해 있다.

이러한 관계로 인하여 독일행 비행기 안에서의 시간은 옛날 생각에 13시간의 비행시간이 무척 짧게 느껴졌다.

긴시간의 비행과 버스로의 이동을 통하여 전시장과는 1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라인강변의 조그마한 호텔에 여장을 풀고 다음날부터 전시장 투어를 하게 되었다.

다음날 전시장에 같이 간 일행들은 신문사 주관으로 모집하였기 때문에 서로 잘 몰랐으나 같은 분야의 종사자들이다 보니까 금방 친숙해져서 관심분야에 따라 그룹이 나누어져 움직이게 되었다.

전시장은 1관서부터 10관까지 각 관마다 전시품목이 다르게 전시되어 있었다. 나의 관심분야인 냉·공조 설비 부품은 8, 9, 10관에 전시되어 있었다. 다행히 9관에는 우리에게도 매우 친숙한 경동보일러가 한국을 대표하여 전시장을 운영하고 있었고, 그 부스 한쪽에 우리회사의 제품인 ‘코러스 가스 냉난방기’가 같이 전시되어 있어 그 부스를 아지트로 이틀에 걸친 전시장 관람을 시작하였다.

본인이 스스로 서울 촌놈(?)이라고 생각하게 될 만큼 목욕용품 전시장은 나의 눈을 호강 내지 혹사를 시켰다. 이유는 난생 처음으로 그렇게 많은 수도꼭지를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일명 거품탕이라 불리우는 그 비싼 목욕탕은 오직 월풀에서만 제조하는 줄 알았더니 전세계적으로 약 4~50여개 업체가 기능도 다양하고 형상까지 아름답고 값싼 제품이 전시되어 있어 놀라웠다. 나는 역시 우물안 개구리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냉·난방 전시장에는 유럽의 기후 때문인지 냉방보다는 난방에 관한 제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특히 보일러제품은 매우 다양한 열교환 방식을 가지고 자사 제품의 장점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번 전시제품의 주요 이슈는 이라크 전쟁이나 세계 경제불황으로 인해 가스 및 전기 등 에너지를 적게 소모하면서 열효율을 높일 수 있는 제품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 것이었다. 또한 전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떠오르고 있는 환경 친화적인 제품을 개발해 세계 최대 전시회인 프랑크푸르트 ISH에 출품함으로써 환경기업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본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환경친화적인 제품으로 출품된 제품은 재사용 가능 부품으로 만들어져 자원재활용성도 뛰어나고 환경오염물질 배출도 줄일 수 있는 제품들이라 매우 흥미로웠다.

이틀간의 전시회 관람을 끝으로 우리 일행은 다음 일정에 따라 뮌헨으로 향해 도시가스사를 방문했다.

이번 전시회 참관으로 나는 선진국의 제품 기술개발 동향과 난방 문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세계적인 추세가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과 환경친화적인 제품개발에 적극적이라는 점을 배웠다.

마지막으로 함께 이 일정을 돌아본 일행들에게 지면으로 안부인사를 보내며, 가스산업신문사에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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