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별제를 제거한 등유와 경유를 혼합해 가짜경유를 만들고 있는 현장 전경.
[투데이에너지 조대인 기자] 식별제를 제거한 등유를 경유와 혼합해 만든 200억원대 가짜경유를 제조 및 판매하던 조직이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석유관리원(이사장 강승철)은 서울지방청 광역수사대와 함께 식별제를 제거한 등유를 경유와 혼합해 만든 가짜경유를 유통시킨 조직을 적발, 9명을 검거하고 1억6,000만원 상당의 가짜경유를 압수했다.

석유관리원은 식별제 제거 등유 혼합 가짜경유 유통 정황을 포착, 3개월 여간 잠복·추적하면서 유통조직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증거를 수집해오다 지난 6일 경찰과 공조해 가짜경유 제조 현장과 이를 판매한 주유소 11업소에 대해 일제 단속을 벌였다.

조사결과 이들은 지난 2009년 말부터 정상휘발유와 경유에 용제를 혼합한 용제혼합형 가짜석유를 만들어 판매해 왔으나 지난해 석유관리원이 용제 불법유통 단속을 강화하면서 용제 공급이 끊기자 지난해 9월부터 판매방식을 전환해 등유혼합형 가짜경유를 제조해 판매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은 등유와 경유를 단순 혼합할 경우 등유에 포함된 식별제가 검출돼 쉽게 단속된다는 사실을 피하기 위해 주유소 내에 있어도 의심받지 않는 탱크로리 차량을 개조해 내부에 활성탄과 부직포 등을 넣고 등유 식별제를 걸러낸 후 정품경유와 혼합해 가짜경유를 만드는 치밀함을 보였다.

탱크로리 제조 알선책인 김모씨는 작은아버지로부터 활성탄을 이용한 등유 식별제 제거 방법을 전수받고 박모씨를 통해 탱크로리를 개조해 이동식 가짜경유 제조차를 제작한 후 석유판매업자 김모씨에게 기술전수 명목으로 1,000만원을 받았으며 김씨로부터 소개받은 이모씨와 조모씨에게 2,000만원을 받고 차량을 판매했다.

또한 가짜석유 제조 총책인 조씨는 장부관리와 식별제 제거, 운송 등 각자의 업무를 철저히 분담하고 탱크로리로 싣고 온 5만리터 등유를 김모씨로부터 구입한 탱크로리 차량을 이용해 2시간 여 만에 식별제를 제거한 후 지하 저장탱크로 이송했다.

곧 이어 정상등유를 싣고 온 탱크로리로 옮겨 담아 H주유소 앞 휴게소 주차장으로 이동해 정상경유를 싣고 대기 중인 여러 대의 탱크로리에 차치기 수법으로 등유를 나눠 담아 가짜경유를 만들어 서울, 경기, 충북지역 주유소에 공급하는 등 조직적으로 가짜석유를 제조·유통시켜왔다.

특히 조씨는 등유 공급이 급증하면 석유관리원의 추적을 받을 것을 우려해 동생과 지인 명의로 충북 제천 소재 H알뜰주유소 등 다양한 브랜드의 주유소 11개 업소를 운영했으며 눈속임을 위해 임의로 알뜰주유소 등 다양한 정유사 브랜드 탱크로리를 만들어 사용했다.

또한 제조 차량을 인적이 드문 지역에 숨겨뒀다가 가짜석유 제조시 주유소로 이동해 사용하고 정상 등유를 싣고 온 대형 탱크로리로 입구를 막아 외부에서는 전혀 눈치 챌 수 없도록 하는 수법으로 단속을 손길을 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강승철 석유관리원 이사장은 “손쉽게 등유에서 식별제를 제거해 가짜경유를 만들어 내고 있는 만큼 이에 대응하기 위한 대체 식별제를 논의하고 있다”라며 “등유혼합 가짜경유 판매 등 불법유통 이상징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석유수급보고 전산화 사업을 조속히 추진해 국민들이 안심하고 석유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석유관리원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이번에 적발된 석유사업자들에 대해 국세청에 탈세 등 조사를 의뢰하고 등유 공급업체를 추적 조사하는 등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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