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중 보름간 집을 비워도 옆집과 똑같은 난방요금을 낸다면 아마도 가만 히 있을 사용자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중앙난방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이 같은 일을 충분히 겪을 수 있다.

국내 계량기 가운데 열 사용량을 측정하는 적산열량계의 고장률이 높아 온수사용량 측정을 위한 유량계가 열량계의 몫을 대신하고 있다보니 평형별로 요금을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난방 사용자도 정확한 요금고지를 의심하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문제의 원인은 높은 고장률 :- 난방용 유량계의 문제점은 이미 오래전부터 부각된 사안이다. 산자부가 각계 의견을 종합한 바에 따르면 각 아파트 가구의 유량계 문제만 아니라 메인 열교환펌프도 속동(지침이 빨리도는 현상) 등의 오작동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조사결과이고 보면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가장 많은 민원사례는 계량기에 대한 불신에서 시작된다. 난방과 온수를 함께 공급하는 중앙·지역난방의 경우 난방열은 적산열량계가 온수사용량은 온수미터기로 계량돼 요금이 고지되어야 하나 국내에 보급된 적산열량계의 잦은 고장으로 대부분 난방유량계가 적산열량계의 몫을 대신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온도에 따른 정확한 지침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물론, 일부 중앙난방 아파트는 가구·평행별 고지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초 관련지침에는 열사용량의 계량을 적산열량계로 한정했으나 잦은 고장으로 인해 난방유량계와 병행해 사용할 수 있도록 고시가 개정된 이후 대부분의 아파트 건설업체들이 값이 저렴한(열량계의 50%)난방유량계를 설치하면서 이 같은 문제를 부추기고 있다.

△문제 알지만 당장 해결방안 없어 :- 안따까운 일은 문제를 알고있으면서도 당장 해결한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현재 진행중인 전자식 열량계 개발이 이뤄지기 전에는 뾰족한 해결책은 없다"고 토로한다. 산자부는 건설기술연구원과 민간업체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제품개발 용역을 추진하고 내년 6월까지 저렴한 가격은 물론, 고장률이 낮은 전자식 계량기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난방유량계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다. 산자부의 조사내용에 따르면 배관과 부적합한 크기의 유량계가 상당수 설치돼 있는 것은 물론, 부실한 패킹설치, 공기진입 등으로 지침이 빨리 도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약 5년 주기로 유량계를 교체해 주어야 하나 수리·교체비용이 모두 수용가 부담이어서 교체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계량기와 관련된 문제가 이처럼 넓게 분포되어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정부는 전자식 적산열량계의 개발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정기적인 계량기검침업무 비용과 교체비용 보조 등의 적극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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