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나면요 수건 같은 걸로 코하고 입을 막구요 몸을 낮춘 다음 절대로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빠져 나오라고 평소 아버지가 가르쳐주신대로 했어요’

아비규환의 대구지하철 방화사고 현장에서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빠져나온 11살짜리 소년이 초롱초롱 총기어린 눈빛을 반짝이며 TV 마이크에 대고 털어 놓은 얘기다.

학교에서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안전교육을 다행스럽게도 가정에서 맡아 준 어른이 있어 어린이가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닐 수 있었으며 그 결과는 에누리 없이 한 생명을 살렸다.

참으로 현명하고 안전의식이 남다른 아버지와 아들이 아닐 수 없으며 우리로 하여금 여러가지를 돌이켜 생각케 해준 부자의 행적이었다.

이렇게 어려서 부터 안전을 전제로 한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생활화 하도록 일러주는 교육, 아직 때묻지 않고 순수한 의식을 간직하고 있는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 시기의 안전교육이야 말로 그 어느 때에 그것 보다 효과가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소홀했던게 사실이며 그동안의 당국이나 우리 모두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얼마전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정부 일각에서 참으로 반가운 소리가 들려와 기대를 갖게 하고 있다.

대구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행정자치부가 세운 대책 가운데 화재 등 재난에 대비한 안전교육을 위해 빠르면 내년부터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안전교육만을 전담하는 담당교사를 두도록 의무화 하겠다는 것이 그 하나이며 연평균 29만여명에 이르는 군 전역예정 장병들에게 제대전 일정기간 소방안전교육을 받도록 해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또 다른 한가지다.

물론, 아직은 행자부만의 생각일 뿐 교육부나 국방부 등 관계부처와의 협의과정이 남아 있어 또 어떻게 될 지 모를 일이지만 모처럼의 행자부 계획이 장애 없이 관철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며 그 중에서도 청소년들의 안전교육을 전담해 줄 안전교사제도에 거는 기대는 더욱 크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각급학교에서의 조기 안전교육을 갈망해왔으며 가스 등 안전관리 전문 기관들과 안실련 등 관련 단체들이 목마르게 강조하고 건의해 왔던가….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때마다 꼭 귀담아 들어줘야 할 사람들은 우이독경(牛耳讀經), 마이동풍(馬耳東風)이었으며 대형사고를 겪을 때마다 금방 무슨일이 이루어질 듯 설치다가도 적당히 시간지나면 그뿐, 흐지부지 용두사마(龍頭蛇尾)가 되곤 하던게 한 두번이 아니었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체계적으로 안전교육을 하면 안전의식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게 되므로 사고 발생시 인명피해도 줄 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나라 전체의 안전 문화수준을 높일 수 있다고한 어느 어린이 사고예방단체 소속 전문가의 말이 또 새롭다.

처어칠은 어느 자리에서 아이들에게 젖을 먹이는 일 만큼 즐거운 투자가 없다고 했다지만 이제 우리는 젖이 아니라 우리의 2세들에게 안전의식을 심어주는 확실한 투자를 할 때가 되었다.

각설하고, 가르치는 노력도 없이 우리의 청소년들이 무사하고 안전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염치 없는 노릇이 아닌가.

다시 한번 행자부 아이디어에 박수를 보내며 모쪼록 교육부와 국방부의 협조가 있어 이번 만큼은 학교에서의 안전교육이 진일보하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좋은 소식이 있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