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기폭발 실험장치 TROI.

[투데이에너지 김병욱 기자] 우리나라가 원자력 선진국들이 참여하는 국제 공동연구를 주도함으로써 원전 중대사고 관련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증기폭발 현상을 실제 핵연료 물질을 사용한 실험을 통해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정연호) 중대사고·중수로안전연구부는 25일 경제협력개발기구 산하 원자력기구(OECD/NEA)의 국제 공동연구 프로젝트인 SERENA(Steam Explosion REsolution for Nuclear Application) 프로젝트를 프랑스 원자력청(CEA)과 공동 주관 수행함으로써 중대사고 쟁점 중 하나인 증기폭발 현상을 실험으로 확인하고 증기폭발 위험성 평가에 사용되는 안전 해석 소프트웨어의 신뢰성을 검증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지난 2007년 핵연료 용융물과 냉각수 반응에 대한 안전 쟁점 규명을 위한 SERENA 프로젝트의 주관 수행기관으로 CEA와 공동 선정된 뒤 지난 2007년 10월부터 4년여에 걸친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이같은 성과를 얻어냈다.

SERENA는 미국, 일본, 독일 등 11개국 18개 기관이 참여해 5년간 260만유로(약 37억원)의 연구비가 투입돼 수행된 원자력 안전 국제 공동연구로 우리나라가 원자력 선진국이 참여하는 국제 공동연구의 주관 수행기관으로 연구를 주도한 첫 사례다.

SERENA 프로젝트에서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자체 기술로 개발한 원자로 증기폭발 모의 실험장치 TROI(Test for Real cOrium Interaction with water)를 이용해서 실제 핵연료 물질(노심용융물)을 사용해 증기폭발 실험을 수행함으로써 폭발이 격납건물에 미치는 위해도를 측정해서 코드 계산 결과와 비교하는 방식으로 원전 안전 해석 소프트웨어의 신뢰성을 검증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다.

그간의 연구에서 대체 물질인 알루미나를 사용한 실험은 소프트웨어 계산 결과보다 큰 폭발력을 보인 반면 소량의 실제 핵연료 물질을 사용한 일부 실험에서는 폭발력이 작게 나타나 원전 안전 해석 소프트웨어의 신뢰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공동 연구팀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구축한 세계 최대 규모 증기폭발 실험 장치 TROI를 통해 20kg에 달하는 실제 핵연료 물질(UO₂, ZrO₂ 혼합물 등)을 2,000~3,000℃의 고온으로 용융한 뒤 증기폭발을 일으키고 이를 프랑스 CEA의 KROTOS 실험치와 비교함으로써 원전 증기폭발의 폭발력이 당초 대체 물질을 사용해서 추정했던 실험치보다 크지 않으며 원전 안전 해석 소프트웨어의 계산값과 유사함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

송진호 한국원자력연구원 중대사고·중수로안전연구부장은 “SERENA 프로젝트의 성공적 주관을 통해 우리나라의 원자력 안전 기술이 세계 정상 수준임을 입증했다”라며 “이를 토대로 바닷물 및 핵분열을 늦추기 위해 투입한 보론수가 증기폭발에 미치는 영향 규명과 중대사고 피해 완화 방안 마련에 관한 국제 공동연구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SERENA 프로젝트를 통해 생산된 실험자료는 지난 2009년 UAE 수출에 성공한 한국형 원전 APR1400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안전해석 소프트웨어의 신뢰성 검증에도 활용될 예정으로 APR1400의 세계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 추진되고 있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인증 획득 노력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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