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이 부패한 것은 그 썩은 냄새로 알 수 있고 인간이 부패한 것은 호화로운 생활의 향수 냄새로 알 수 있다는 얘기가 있지만 향수가 아닌 양주 냄새가 한 공직자의 부패를 알린 사건이 있었다.

재직시의 부정혐의로 구속된 지방 국세청 어느 과장댁 압수 수색 과정에서 1천여만원의 돈다발과 6백만원어치 상품권 50장, 로얄샬루트 등 양주 200여병이 쏟아져 나와 이는 우리 공무원들의 윤리수준이나 비리의 실상을 짐작케 해 주는 증거라며 언론과 국회에서 또 한바탕 개탄, 통탄의 소리가 높았다.

웬만한 룸살롱에 술창고를 방불케 할 만큼의 양주가 방에서 쏟아져 나오자 집주인이 수사관에게 모두 다 술장사들에게서 받았지만 누군지도 모를 뿐더러 대가성도 없었노라고 둘러대기 바쁘더라는 언론 보도를 본 우리 서민들로선 그 뻔뻔스러움에 더욱 더 울화통이 치밀어 그야말로 소주라도 한잔 칵 들이키고 싶은 심정이다.

국가 경쟁력도 키우고, 세계 일류 국가가 되려면 깨끗한 사회를 만드는게 무엇보다도 최우선이라며 서둘러 부패방지위원회도 만들고, 공무원윤리강령인가 뭔가도 만들고, 대국민 청렴서약도 해야 한다고 시끌벅적 분주다사 했던 게 엊그제만 같던 지난해였는데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란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한 말이란 것을 다시 확인시켜준 꼴이 되고 말아 입맛이 쓰다.

물론, 미꾸라지 한 두마리의 못된 짓거리를 놓고 연못에 물고기를 온통 다 싸잡아 탓할 수는 없다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일어탁수(一魚濁水)란 말도 있어 하는 소리다.

해마다 국가별 부패지수와 순위를 매겨 발표하는 국제투명성기구(TI) 발표만 보더라도 그렇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부패지수가 조사대상 91개국 중 41위이며 OECD 회원국 중에서는 최하위이고 일본, 대만, 말레이시아, 홍콩, 싱가포르 등 같은 아시아권에 나라들 보다도 뒤처져 있는 형편이라니 이런 창피한 평가의 근거가 무엇이었겠는가.

지난 8일 우리의 부패방지위원회가 발표한 2002년 71개 공공기관에 대한 청렴도 조사결과는 더욱 우리를 우울하게 하고 있다.

기관별 부패지수의 순위를 공개하지 않고 청렴도 상위 30%, 중위 40%, 하위 30% 하는 식으로 그룹으로 묶어 발표했는데 이른 바 이 나라 최고 권력기관이라고하는 검찰청, 경찰청, 관세청, 국세청이 모두 최하위로 부패지수가 높게 나타났으며 특히 소방업무와 관련해 금품을 제공 했거나 향응을 제공한적이 있다는 응답이 9.4%로 법무·경찰분야 7.4%, 계약분야 6.4% 보다 앞서 전체대상업무 가운데 가장 부패가 심한 것으로 조사된 것은 참으로 뜻밖이며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다.

더구나 소방분야의 이와같은 조사결과가 기준이나 절차, 업무처리의 불공정성 등에 있기 보다는 주로 현장에서의 검사업무와 관련한 비리와 부패를 지적한 것이라는 점은 검사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기관이라면 어디나 강건너 불보듯 하지 말고 한번 쯤 눈여겨 볼 일이며 만에 하나 검사업무와 관련한 비리가 없도록, 행여 기관의 명예를 더럽히는 일이 없도록, 초저녁부터 집안단속 잘해야 할 것 같다.

부정이 번식하면 사회(조직)가 붕괴한다고 서양의 한 경제학자는 경고했다. 백번 옳은 말이며, 부정·부패란 바로 그런 것이란 점을 이 기회에 다시 한번 기억해 두자고 한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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