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시덕 산업통상자원부 풍력PD
[투데이에너지] 산업화된 모든 기술은 시장과 기술이 상호 작용을 하면서 R&D기, 도입기, 성장기, 성숙기 및 쇠퇴기라는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시장-기술의 상호 작용 과정에서 어떤 기술은 산업화되고 어떤 기술은 산업화되지 못해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기도 한다.

기술의 산업화 여부는 R&D기와 도입기에서의 기술 개발 및 보급의 전략적 선택에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기간을 기술의 ‘죽음의 계곡’, ‘다윈의 바다’라고 칭하며 기술개발부문과 보급, 민간과 공공이 서로 상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논쟁을 하게 되는데 이때의 전략적 선택이 기술 산업화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풍력기술의 경우 기술과 시장 상황에서 우리나라와 선진국 간에 차이가 크고 육상과 해상 풍력이 기술 생애주기 상의 위치-육상용은 도입기를 지나 성장기에, 해상용은 R&D기와 도입기의 사이에-가 달라서 기술별 전략적 선택은 더욱 중요하다.

육상풍력 기술의 산업화 과정을 보면 1989년 이전의 누적생산량 기준으로 Top 20 중 미국과 덴마크가 시장을 주도했다.

그러나 이들 제작사 중에서 현재도 풍력발전기를 생산하는 업체는 덴마크 2개사, 일본 1개사 등 단 3개사에 불과하다.

풍력기술의 구조적 변화는 최종적으로 2000년대 초에 피치제어, 변속의 기어방식 또는 직접구동방식이 시장에서 수용되는 기술로 남았다.

구조적 변화가 있는 기술의 산업화는 내수시장의 규모가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내수시장의 규모가 컸던 덴마크와 독일의 제작사들이 주도했다.

2012년 현재 년간 시장규모가 45GW이상, 누적 282GW 이상의 대규모 시장으로 성장했으나 재정위기에 따른 대외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기술-시장-공급사슬 등을 통합한 사업수행역량이 시장 주도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돼가고 있다.  따라서 풍력 전문기업보다는 GE Wind, Siemens와 같은 종합 플랜트기업의 시장 주도력이 증대될 전망이다.

육상용에서의 경험과 학습 기반을 활용하게 되는 해상풍력기술은 육상풍력 기술의 2배 이상의 속도로 산업화 과정을 거칠 전망이며 도입기로의 진입 여부는 2015년이 고비가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3MW급 이하는 인증을 완료해 판매 가능한 수준을 확보했고 5MW급 이상은 올해 인증 취득을 예정하고 있어 제품 출시만을 보면 세계 수준에 근접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납품 및 운전 실적, 공급사슬 구축 정도 등에서 상당한 취약성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국내시장 규모가 절대적으로 작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경우 이 취약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전략적 선택의 폭도 제한적이다.

우선 가까운 시기에 도입기 진입 여부가 결정될 해상풍력 기술에 대해서는 우리나라가 보유한 해양조선분야의 핵심역량을 활용해 신속하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 및 실증과 이를 통한 기술-시장-공급 사슬을 통합한 사업수행역량 확보가 필요하다.

또한 국토가 좁고 인구 밀도가 높아서 시장이 협소하고 수용성이 사회적 이슈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부품 및 시스템의 장기 신뢰성 검증용 R&D 단지의 확장, RPS, FIT 등 제도보완 및 녹색금융과 연계해 수MW 정도의 소규모 마을단위 풍력발전단지 활성화 등으로 내수 시장을 R&D 거점화하는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풍력분야에 종사하는 모든 분들은 우리나라가 풍력 기술로 세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지금이 바로 ‘내수시장은 적고 사업수행역량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전략적 선택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행동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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