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박동위 기자] 정유사와 주유소간 사후정산 관행에 대한 논란이 또 다시 불거졌다.

최근 남양유업 사태로 불거진 ‘갑을사태’와 맞물려 주유소업자들도 사후정산 관행으로 인해 부당한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후정산이란 일반적으로 을인 주유소가 제품가격이 정확히 얼마인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주문하고 갑인 정유사의 영업사원으로부터 대략적인 가격을 통보받은 후 2주 후에 확정가를 통보받거나 월말 정산가를 책정해 통보받는 방식을 말한다.

그렇게 정산되고 남은 금액은 환불해 주는 것이 아니라 다음 사입 때 포인트처럼 사용된다.

이러한 사후정산 관행으로 인해 석유유통시장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으며 주유소는 실질적으로 손해를 입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같은 브랜드의 주유소라도 가격이 천차만별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본지에서도 지난 3월4일자 일간(제2948호)과 주간(702호)에 기재된 ‘에너지업계 손톱 밑 가시는’을 통해 주유소업자들에게 아픔이 되고 있는 관행으로 지적했다.

사후정산 관행은 지난 2008년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공정거래법 제23조제1항제4호 자기의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정유사에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공정위는 △주유소가 석유제품 주문 시 대략적인 가격을 입금한 후 제품을 인도받은 시점에서조차 정확한 제품구입가격을 알지 못해 적정한 판매가격을 책정함에 있어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점 △정유사가 대략적인 가격통보 후 타사의 동향을 살펴 최종가격을 결정함으로써 정유사간 가격경쟁을 회피해 결과적으로 주유소가 유리한 조건으로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할 수 있는 점 등의 이유를 들어 사후정산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당시 시정명령을 받은 정유사들은 이에 불복해 서울고법에 취소소송을 제기해 승소판결을 받아냈다. 법원은 정유사의 사후정산이 ‘불법이 아니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후정산이 주유소에 꼭 불리하게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는 정유사의 주장을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업자는 자신의 영업전략에 따라 이윤극대화를 추구함에 있어 상품의 가격은 의사결정에 매우 중요한 정보가 된다.

그러나 사후정산 관행으로 인해 결국 주유소는 현재 매입원가를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소비자들에게 휘발유와 경유 등을 파는 꼴이 되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도 이러한 정유사와 주유소간 사후정산 관행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근절하고자 석유 혼합판매제도, 전자상거래제도 등을 도입했다.

주유소업계에 따르면 정유사의 영업사원들에게 특정 주유소에 대해 월간 단위 목표금액이 정해진다. 월초 주유소의 주문량에 따라 임시가격을 책정해 알려주고 월말 목표금액에 미달하면 가격을 올려 받는 식으로 월말 정산가를 책정하는 식이다.

이러한 관행은 결국 석유유통시장에서 주유소간 경쟁을 제한하게 하고 거래상 열위에 있는 주유소 입장에서는 부당한 불이익을 받는 거래행태가 되는 것이다.

특히 정유사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주유소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되면서 정유사들간에는 공정한 경쟁을 회피하려는 것으로도 보여진다.

다수의 주유소업계 관계자들은 “정유사들은 사후정산을 이용해 주유소의 주문량에 따라 주유소 등급을 나눠 가격을 다르게 정하는 영업행태를 하고 있다”라며 “특히 목소리가 높은 주유소에는 잠깐 동안 싼 가격에 제공하는 등 사후정산 관행은 불공정 거래의 표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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